‘욕하고 때리고 감시하고’…“탁구단은 지옥이었다”

입력 2021.05.15 (06:41) 수정 2021.05.1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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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항공 여자 탁구 실업팀에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팀 내 일부 고참 선수들이 막내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탁구와는 무관한 사생활을 문제 삼아 2년 가까이 괴롭혔다는 주장입니다.

먼저 이수민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A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대한항공 여자 탁구 실업팀에 입단했습니다.

전지훈련이 끝난 뒤 탁구팀 입단 직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A 선수/음성변조 : "갑자기 라켓을 탁구대에 던지더니... 옆에 큰 바구니가 있었어요. 그 바구니를 저한테 던지면서 '이런 싸가지 없는 X이 표정 그딴 식이냐'고..."]

폭언, 폭행과 함께 따돌림도 당했다고 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공으로 일부러 제 얼굴을 막 세게 때리거나... 쟤는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라. 그냥 상종을 하지 마라. 쟤 쳐다보면 우리만 짜증 나니까."]

같은 장소에서 훈련했던 다른 팀의 선수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시 목격자/다른 팀 선수 : "'야!' 이렇게... 다 보고 있는데,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머리를 맞는 장면을 봤는데... 제가 만약에 A 선수였으면 못 버티고 나왔을 것 같아요."]

해당 선수는 이런 '집단 괴롭힘'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면서, 탁구와 상관없는 사생활을 주로 문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SNS 같은 것을 하게 되면,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 우리가 보게끔 해놔라. '야 너 내가 남자랑 연락하지 말라 그랬지', '너 남자랑 문자도 하지 말라 그랬지'..."]

선수가 써 온 일기장에는, 그동안 겪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너무 숨이 막혔고, 그냥 모든 시선들이 다 저에게 와있었고...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누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폭력은 아니었고 욕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B 선수/음성변조/가해자로지목된 선수 : "왜 진 것 같으냐, 탁구 기술적으로. 물어봤는데, '그냥 하다가 그랬는데요.' 이런 식으로 해서 네가 생각할 때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콕' 한 게 그 선수는 주먹으로 확 때렸다고 한 거 같아요."]

코치도 선수들이 함께 어울리는 사진과 영상을 보낸 뒤 왕따와 괴롭힘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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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하고 때리고 감시하고’…“탁구단은 지옥이었다”
    • 입력 2021-05-15 06:41:22
    • 수정2021-05-15 06: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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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항공 여자 탁구 실업팀에서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팀 내 일부 고참 선수들이 막내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탁구와는 무관한 사생활을 문제 삼아 2년 가까이 괴롭혔다는 주장입니다.

먼저 이수민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A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대한항공 여자 탁구 실업팀에 입단했습니다.

전지훈련이 끝난 뒤 탁구팀 입단 직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A 선수/음성변조 : "갑자기 라켓을 탁구대에 던지더니... 옆에 큰 바구니가 있었어요. 그 바구니를 저한테 던지면서 '이런 싸가지 없는 X이 표정 그딴 식이냐'고..."]

폭언, 폭행과 함께 따돌림도 당했다고 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공으로 일부러 제 얼굴을 막 세게 때리거나... 쟤는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라. 그냥 상종을 하지 마라. 쟤 쳐다보면 우리만 짜증 나니까."]

같은 장소에서 훈련했던 다른 팀의 선수에게 물어봤습니다.

[당시 목격자/다른 팀 선수 : "'야!' 이렇게... 다 보고 있는데,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주먹으로 머리를 맞는 장면을 봤는데... 제가 만약에 A 선수였으면 못 버티고 나왔을 것 같아요."]

해당 선수는 이런 '집단 괴롭힘'이 2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면서, 탁구와 상관없는 사생활을 주로 문제 삼았다고 말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SNS 같은 것을 하게 되면,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 우리가 보게끔 해놔라. '야 너 내가 남자랑 연락하지 말라 그랬지', '너 남자랑 문자도 하지 말라 그랬지'..."]

선수가 써 온 일기장에는, 그동안 겪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A 선수/음성변조 : "너무 숨이 막혔고, 그냥 모든 시선들이 다 저에게 와있었고... 차라리 감옥이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누가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신체적 접촉은 있었지만, 폭력은 아니었고 욕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B 선수/음성변조/가해자로지목된 선수 : "왜 진 것 같으냐, 탁구 기술적으로. 물어봤는데, '그냥 하다가 그랬는데요.' 이런 식으로 해서 네가 생각할 때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콕' 한 게 그 선수는 주먹으로 확 때렸다고 한 거 같아요."]

코치도 선수들이 함께 어울리는 사진과 영상을 보낸 뒤 왕따와 괴롭힘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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