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폭력’·‘이성 갈등’ 사회가 해법 찾아야

입력 2021.05.17 (21:39) 수정 2021.05.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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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역 사건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5년이 지난 오늘까지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는 건 지금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 앞으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선재희 뉴스전문위원과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선재희 기자, 강남역 사건 이후에도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사건이 이어졌는데,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회의 그릇된 관심이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기자]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피해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냐, 평판은 어떠냐 이런 식으로 얘기가 흘러갑니다.

결국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그런 정보들이 공개돼 2차 피해로 이어집니다.

심한 경우 피해자가 개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데요,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누구든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등에 공개하면 안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중계하다시피하고 피해자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이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는 유투브도 생겼습니다.

[앵커]

여성계는 특히 강간죄 개정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기자]

여성계에서는 형법 중 강간죄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는데요.

형법의 시계 바늘은 멈춰 있다! 이런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강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아직도 법정에서는 가해자의 폭행이 있었는가, 협박이 있었는가를 따집니다.

피해자가 이른바 '순결'또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성립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법원은 피해자가 굉장히 많이 저항해야만 물리력이 있었다며, 성폭행을 인정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피해 여성이 합의했는가 하는 '동의' 여부로 강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20대 국회 때 강간죄 개정과 관련된 법안이 10개 정도 발의됐던 걸로 추산되는데, 아직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법과 제도의 정비도 꾸준히 해나가야 과제인데, 요즘은 젠더 갈등이라고 하죠?

이성간 갈등이나 성대결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습니까?

[기자]

네 강남역 사건 이후에 이른바 여성혐오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익을 넓히려는 움직임들 속에서 요즘은 되레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남성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backlash, 즉 반발이다 이렇게도 불리는데요, 결국 성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성에 대한 혐오로 귀착되기도 합니다.

김치녀, 된장녀, 한남, 여기에 또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른 성을 비하하는 속어들도 퍼졌습니다.

이런 말들이 무서운 것은 다른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일상 속에서 차별을 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데렐라 증후군처럼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이성에 대한 혐오 또는 이를 부추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앵커]

물론 그런데 젠더 갈등의 빈도나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걱정이 되는데, 긴장을 낮출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이성 혐오는 미래 사회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감 있게 다가갈 것인지,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변과 대처는 없고, 되레 갈등을 관전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때입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향해, 그 동안 우리가 이뤄온 오랜 전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앵커]

선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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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폭력’·‘이성 갈등’ 사회가 해법 찾아야
    • 입력 2021-05-17 21:39:01
    • 수정2021-05-17 21: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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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역 사건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5년이 지난 오늘까지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는 건 지금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 앞으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선재희 뉴스전문위원과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선재희 기자, 강남역 사건 이후에도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사건이 이어졌는데, 특히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회의 그릇된 관심이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기자]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피해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냐, 평판은 어떠냐 이런 식으로 얘기가 흘러갑니다.

결국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그런 정보들이 공개돼 2차 피해로 이어집니다.

심한 경우 피해자가 개명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데요, 성폭력 처벌법에서는 누구든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등에 공개하면 안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최근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중계하다시피하고 피해자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이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는 유투브도 생겼습니다.

[앵커]

여성계는 특히 강간죄 개정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요?

[기자]

여성계에서는 형법 중 강간죄를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는데요.

형법의 시계 바늘은 멈춰 있다! 이런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강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아직도 법정에서는 가해자의 폭행이 있었는가, 협박이 있었는가를 따집니다.

피해자가 이른바 '순결'또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성립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법원은 피해자가 굉장히 많이 저항해야만 물리력이 있었다며, 성폭행을 인정하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피해 여성이 합의했는가 하는 '동의' 여부로 강간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20대 국회 때 강간죄 개정과 관련된 법안이 10개 정도 발의됐던 걸로 추산되는데, 아직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여성의 안전을 지키는 법과 제도의 정비도 꾸준히 해나가야 과제인데, 요즘은 젠더 갈등이라고 하죠?

이성간 갈등이나 성대결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습니까?

[기자]

네 강남역 사건 이후에 이른바 여성혐오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권익을 넓히려는 움직임들 속에서 요즘은 되레 남성이 차별을 받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남성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backlash, 즉 반발이다 이렇게도 불리는데요, 결국 성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면서 이성에 대한 혐오로 귀착되기도 합니다.

김치녀, 된장녀, 한남, 여기에 또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른 성을 비하하는 속어들도 퍼졌습니다.

이런 말들이 무서운 것은 다른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고, 일상 속에서 차별을 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데렐라 증후군처럼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이성에 대한 혐오 또는 이를 부추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앵커]

물론 그런데 젠더 갈등의 빈도나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걱정이 되는데, 긴장을 낮출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이성 혐오는 미래 사회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감 있게 다가갈 것인지,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변과 대처는 없고, 되레 갈등을 관전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때입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그런 세상을 향해, 그 동안 우리가 이뤄온 오랜 전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앵커]

선재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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