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증 제품도 못 믿는다…“납 함량 기준 없어”

입력 2021.05.18 (19:09) 수정 2021.05.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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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부산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수도 계량기에서 기준치 12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민규 기자, 어서오십시오.

시중에 유통되는 수도 계량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됐는데, 그 범위나 수치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수도 계량기를 대상으로 납 성분을 조사해봤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정용 수도 계량기가 20여 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15mm 계량기 3개 제품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3개 제품 모두 납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최대 12배가 넘었습니다.

이 기준은 바로 부산시가 정한 수도 계량기 납품 기준인데요,

빌라나 원룸 같은 소규모 주택 등에는 부산시가 직접 수도 계량기를 사서 설치합니다.

이때, 납 성분을 최대 0.25%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수도 계량기인데요,

대규모 공동주택, 그러니까 아파트 같은 곳은 개별적으로 수도 계량기를 사서 설치해야 하는데요,

이들 제품에는 납 함량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앵커]

시중에서 유통되려면 국가표준 같은 인증도 받아야 할 텐데, 거기서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여러 철물점을 찾아가 봤는데요,

대부분 제품에 국가 표준과 '친환경' 인증이 붙어는 있었습니다.

판매자들 역시 안전한 제품으로 알고,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을 검사하는지가 다른 건데요,

국가표준, 친환경 인증 절차에서는 앞서 보신 것처럼 물을 검사합니다.

계량기에 흘려보낸 물속에 납 성분이 리터당 0.01마이크로그램 이하면 되는 겁니다.

물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정작 수도 계량기 자체의 납 함량은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수도 계량기에서 나오는 물에 문제가 없다면, 인체에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요?

[기자]

네, 수도 계량기의 노후화나 부식 등의 우려 때문입니다.

수도 계량기 사용 기한은 보통 7~8년 정돈데요,

전문가들은 수도 계량기가 처음 용출 검사 때는 별 문제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 부실 등으로 내부가 부식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도 계량기의 교체 주기가 길게는 10년까지 되고, 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수도 계량기 안에 물이 고여있기도 하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도 계량기의 납 함량 수치를 0.25%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계량기 내부의 부식이나 제품 관리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안전한 먹는 물을 위해 수돗물뿐 아니라 계량기 자체에 대한 납 함량도 검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 등 몇몇 자치단체에서만 수도 계량기에 함유된 납 성분이 0.25%를 넘지 않도록 자체 규정을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일반 가정에서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수도 계량기는 안전한지, 우리 가족의 건강도 염려될 텐데 물 사용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기자]

부산시에서는 가정집을 대상으로 매월 수돗물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먹는 물 기준에 부합하는지, 중금속 성분 등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납 성분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하는데요,

환경부는 위생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의 경우 용출 검사를 통과한 만큼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환경부도 동의했는데요,

납 함량이 높으면 생산이나 품질 관리 단계에서 위생안전기준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본 겁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납 함량이 높은 주물 사용을 제한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답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수차례 지적에서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우리가 먹는 물, 시민 건강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개선책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민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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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인증 제품도 못 믿는다…“납 함량 기준 없어”
    • 입력 2021-05-18 19:09:37
    • 수정2021-05-18 19:55:58
    뉴스7(부산)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부산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수도 계량기에서 기준치 12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민규 기자, 어서오십시오.

시중에 유통되는 수도 계량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됐는데, 그 범위나 수치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수도 계량기를 대상으로 납 성분을 조사해봤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정용 수도 계량기가 20여 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15mm 계량기 3개 제품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3개 제품 모두 납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최대 12배가 넘었습니다.

이 기준은 바로 부산시가 정한 수도 계량기 납품 기준인데요,

빌라나 원룸 같은 소규모 주택 등에는 부산시가 직접 수도 계량기를 사서 설치합니다.

이때, 납 성분을 최대 0.25% 이상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는 수도 계량기인데요,

대규모 공동주택, 그러니까 아파트 같은 곳은 개별적으로 수도 계량기를 사서 설치해야 하는데요,

이들 제품에는 납 함량 관련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앵커]

시중에서 유통되려면 국가표준 같은 인증도 받아야 할 텐데, 거기서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여러 철물점을 찾아가 봤는데요,

대부분 제품에 국가 표준과 '친환경' 인증이 붙어는 있었습니다.

판매자들 역시 안전한 제품으로 알고,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을 검사하는지가 다른 건데요,

국가표준, 친환경 인증 절차에서는 앞서 보신 것처럼 물을 검사합니다.

계량기에 흘려보낸 물속에 납 성분이 리터당 0.01마이크로그램 이하면 되는 겁니다.

물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정작 수도 계량기 자체의 납 함량은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수도 계량기에서 나오는 물에 문제가 없다면, 인체에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요?

[기자]

네, 수도 계량기의 노후화나 부식 등의 우려 때문입니다.

수도 계량기 사용 기한은 보통 7~8년 정돈데요,

전문가들은 수도 계량기가 처음 용출 검사 때는 별 문제가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 부실 등으로 내부가 부식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수도 계량기의 교체 주기가 길게는 10년까지 되고, 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수도 계량기 안에 물이 고여있기도 하죠.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도 계량기의 납 함량 수치를 0.25%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계량기 내부의 부식이나 제품 관리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안전한 먹는 물을 위해 수돗물뿐 아니라 계량기 자체에 대한 납 함량도 검사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 등 몇몇 자치단체에서만 수도 계량기에 함유된 납 성분이 0.25%를 넘지 않도록 자체 규정을 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일반 가정에서는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수도 계량기는 안전한지, 우리 가족의 건강도 염려될 텐데 물 사용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기자]

부산시에서는 가정집을 대상으로 매월 수돗물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먹는 물 기준에 부합하는지, 중금속 성분 등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납 성분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하는데요,

환경부는 위생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의 경우 용출 검사를 통과한 만큼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환경부도 동의했는데요,

납 함량이 높으면 생산이나 품질 관리 단계에서 위생안전기준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본 겁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납 함량이 높은 주물 사용을 제한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답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수차례 지적에서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우리가 먹는 물, 시민 건강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개선책 하루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민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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