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농업 법인은 기획부동산?…제2공항 부지 들여다보니

입력 2021.05.26 (21:45) 수정 2021.05.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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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에서 벌어진 농지 거래 실태를 보도하는 탐사K 순서입니다.

어제 이 시간엔 제주로 주소를 옮긴 뒤 농지를 사들인 가짜 농부들의 사례를 전해드렸는데요,

2015년 제2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둔 당시 제주에서는 농업회사법인들의 농지 매입도 적지 않았습니다.

탐사K 취재팀이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해안에 위치한 만 8천여㎡ 면적의 땅.

일부 임야와 대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농지입니다.

한 농업회사법인이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10필지를 샀는데, 분할 등을 통해 지금은 19필지로 늘었고, 전체 면적의 60% 가까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산 목적은 무엇일까?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야자수 묘목을 심겠다고 했지만, 최근까지 이곳에서 농사를 지은 사람은 무를 재배하는 임대농이었습니다.

그나마 땅이 팔려 쫓겨난 상탭니다.

[임대농 : "나는 팔린 것도 모르고 로터리치고 전부 밭 정리를 다 해놨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뭔 힘이 있겠습니까."]

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자수 농사가 해풍 때문에 잘 안됐고, 바다와 먼 땅을 추가 매입하려고 기존 땅을 쪼개서 판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임대는 짧은 기간이고 대부분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서도 최근 땅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산읍의 또 다른 밭.

2015년 9월 한 농업회사법인이 일대 2만 천여㎡의 농지 등을 샀는데, 한 달도 안 돼 또 다른 농업회사법인에게 2배 넘는 값에 팔았습니다.

법인 주소로 찾아가니 부동산이 있던 흔적만 보입니다.

법인 대표의 주소로 찾아갔지만, 주소를 빌려준 적 있다는 거주자의 답변이 돌아옵니다.

[법인대표 주소 거주자/음성변조 : "저희도 자꾸 사람이 찾아와서 그분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셨어요."]

농지를 사들인 건 다른 지역 농업회사법인도 마찬가집니다.

대구의 한 농업회사법인이 2015년 4월에 매입한 2천5백 ㎡의 밭.

매입 두 달여 만에 5개 필지로 나눈 뒤 10명에게 팔았는데 산 사람들은 모두 외지인입니다.

직선거리로 2.3km 떨어진 4천 백여㎡ 면적의 또 다른 밭은 2015년 6월에 산 뒤 제2공항 입지 발표를 전후로 지분을 쪼개 15명이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농업회사법인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허위 사실로 농지를 취득한 혐의로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농업회사법인이 기획부동산처럼 악용되는 건, 다른 일반법인과 달리 농지를 살 수 있는데다 농업인 1명만 참여하면 농업회사법인을 세울 수 있고, 취득세나 재산세 등 세금감면 혜택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정민/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도시계획 박사 :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등록세가 감면이 되거든요. 비농업 소득에 대해서도 법인세가 또 감면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농업법인은 부동산 투기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던 거예요. 지금까지."]

농업회사법인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단순한 법인의 운영 여부 확인만이 아닌, 실제 농업경영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성민/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본래 취지대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쪼개기 판매를 하더라도, 투기하더라도 사실은 감독이 안 돼왔던 면이 있는 거죠."]

위장전입이나 농업회사법인을 세워 제주의 농지를 취득한 가짜 농부들.

다음 이 시간에는 가짜 농부를 걸러내지 못하는 제도의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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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농업 법인은 기획부동산?…제2공항 부지 들여다보니
    • 입력 2021-05-26 21:45:52
    • 수정2021-05-26 21:59:34
    뉴스9(제주)
[앵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에서 벌어진 농지 거래 실태를 보도하는 탐사K 순서입니다.

어제 이 시간엔 제주로 주소를 옮긴 뒤 농지를 사들인 가짜 농부들의 사례를 전해드렸는데요,

2015년 제2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둔 당시 제주에서는 농업회사법인들의 농지 매입도 적지 않았습니다.

탐사K 취재팀이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리포트]

해안에 위치한 만 8천여㎡ 면적의 땅.

일부 임야와 대지를 제외하고 대부분 농지입니다.

한 농업회사법인이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10필지를 샀는데, 분할 등을 통해 지금은 19필지로 늘었고, 전체 면적의 60% 가까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갔습니다.

이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산 목적은 무엇일까?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야자수 묘목을 심겠다고 했지만, 최근까지 이곳에서 농사를 지은 사람은 무를 재배하는 임대농이었습니다.

그나마 땅이 팔려 쫓겨난 상탭니다.

[임대농 : "나는 팔린 것도 모르고 로터리치고 전부 밭 정리를 다 해놨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지 뭔 힘이 있겠습니까."]

법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자수 농사가 해풍 때문에 잘 안됐고, 바다와 먼 땅을 추가 매입하려고 기존 땅을 쪼개서 판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임대는 짧은 기간이고 대부분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서도 최근 땅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산읍의 또 다른 밭.

2015년 9월 한 농업회사법인이 일대 2만 천여㎡의 농지 등을 샀는데, 한 달도 안 돼 또 다른 농업회사법인에게 2배 넘는 값에 팔았습니다.

법인 주소로 찾아가니 부동산이 있던 흔적만 보입니다.

법인 대표의 주소로 찾아갔지만, 주소를 빌려준 적 있다는 거주자의 답변이 돌아옵니다.

[법인대표 주소 거주자/음성변조 : "저희도 자꾸 사람이 찾아와서 그분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셨어요."]

농지를 사들인 건 다른 지역 농업회사법인도 마찬가집니다.

대구의 한 농업회사법인이 2015년 4월에 매입한 2천5백 ㎡의 밭.

매입 두 달여 만에 5개 필지로 나눈 뒤 10명에게 팔았는데 산 사람들은 모두 외지인입니다.

직선거리로 2.3km 떨어진 4천 백여㎡ 면적의 또 다른 밭은 2015년 6월에 산 뒤 제2공항 입지 발표를 전후로 지분을 쪼개 15명이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농업회사법인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허위 사실로 농지를 취득한 혐의로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농업회사법인이 기획부동산처럼 악용되는 건, 다른 일반법인과 달리 농지를 살 수 있는데다 농업인 1명만 참여하면 농업회사법인을 세울 수 있고, 취득세나 재산세 등 세금감면 혜택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정민/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도시계획 박사 :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등록세가 감면이 되거든요. 비농업 소득에 대해서도 법인세가 또 감면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농업법인은 부동산 투기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됐던 거예요. 지금까지."]

농업회사법인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3년마다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단순한 법인의 운영 여부 확인만이 아닌, 실제 농업경영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성민/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본래 취지대로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혀,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쪼개기 판매를 하더라도, 투기하더라도 사실은 감독이 안 돼왔던 면이 있는 거죠."]

위장전입이나 농업회사법인을 세워 제주의 농지를 취득한 가짜 농부들.

다음 이 시간에는 가짜 농부를 걸러내지 못하는 제도의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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