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후진국형 사망사고’…원인은 ‘다단계 하도급’

입력 2021.05.27 (10:23) 수정 2021.05.27 (10: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조선업체의 사망사고는 대부분 추락과 끼임 같은 후진국형 사고입니다.

하도급이 2차, 3차, 심지어 4~5차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안전 관리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6살 김모 씨는 3년 동안 조선소 2차 협력업체, 이른바 물량팀에서 일했습니다.

1차 협력업체로부터 선박 블록이나 설비를 완성하는 조건으로 목돈을 받는 물량팀 특성상, 안전보다는 속도가 우선이었습니다.

[김○○/물량팀 노동자/음성변조 : "빨리 치고(마무리하고) 또 다른 물량을 쳐야 돈이 더 빨리 도니까, 빨리빨리 하려니까 안전 쪽에서도 문제가 많죠. 발판이 있는 데서 해야 하는데 없어도 대충하는 경우도 있고…."]

2007년부터 10년 동안 안전사고로 숨진 조선업 노동자는 307명.

이 가운데 현대와 삼성, 대우 이른바 빅3 원청 노동자는 6.25%, 78.8%는 협력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추락' 96건, '물체에 맞음' 42건, '끼임' 32건으로 부실한 안전 조치로 인한 후진국형 사고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선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후진국형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를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에서 찾고 있습니다.

일감을 따라 단기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2~3차 협력업체, 물량팀 특성상 각 조선소 현장에 맞는 체계적인 안전 관리와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청의 안전 관리 책임도 직접 고용 노동자에만 해당됩니다.

[이○○/물량팀 노동자/음성변조 : "물량팀한테는 안전교육하고 하긴 하는데, 조그만 사고 일어나면 그런 건 그냥 넘어가고…."]

원청들은 수주 물량의 편차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의 고리를 끊지 않고 있습니다.

밀폐나 고공 작업을 하도급에게 떠미는, '위험의 외주화' 경향도 강합니다.

[심상완/창원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위원 :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원청이 직접 (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해야 하는 거로 생각해서 (안전관리) 부분까지 아예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 감독과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그래픽:김신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조선업 ‘후진국형 사망사고’…원인은 ‘다단계 하도급’
    • 입력 2021-05-27 10:23:03
    • 수정2021-05-27 10:51:43
    930뉴스(창원)
[앵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조선업체의 사망사고는 대부분 추락과 끼임 같은 후진국형 사고입니다.

하도급이 2차, 3차, 심지어 4~5차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안전 관리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6살 김모 씨는 3년 동안 조선소 2차 협력업체, 이른바 물량팀에서 일했습니다.

1차 협력업체로부터 선박 블록이나 설비를 완성하는 조건으로 목돈을 받는 물량팀 특성상, 안전보다는 속도가 우선이었습니다.

[김○○/물량팀 노동자/음성변조 : "빨리 치고(마무리하고) 또 다른 물량을 쳐야 돈이 더 빨리 도니까, 빨리빨리 하려니까 안전 쪽에서도 문제가 많죠. 발판이 있는 데서 해야 하는데 없어도 대충하는 경우도 있고…."]

2007년부터 10년 동안 안전사고로 숨진 조선업 노동자는 307명.

이 가운데 현대와 삼성, 대우 이른바 빅3 원청 노동자는 6.25%, 78.8%는 협력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추락' 96건, '물체에 맞음' 42건, '끼임' 32건으로 부실한 안전 조치로 인한 후진국형 사고가 절반이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선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후진국형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를 '다단계식 하도급 구조'에서 찾고 있습니다.

일감을 따라 단기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는 2~3차 협력업체, 물량팀 특성상 각 조선소 현장에 맞는 체계적인 안전 관리와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원청의 안전 관리 책임도 직접 고용 노동자에만 해당됩니다.

[이○○/물량팀 노동자/음성변조 : "물량팀한테는 안전교육하고 하긴 하는데, 조그만 사고 일어나면 그런 건 그냥 넘어가고…."]

원청들은 수주 물량의 편차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의 고리를 끊지 않고 있습니다.

밀폐나 고공 작업을 하도급에게 떠미는, '위험의 외주화' 경향도 강합니다.

[심상완/창원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위원 :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원청이 직접 (고용)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정해야 하는 거로 생각해서 (안전관리) 부분까지 아예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 감독과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그래픽:김신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