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허술한 농지 관리에 설 자리 좁아진 농민들

입력 2021.05.27 (19:15) 수정 2021.05.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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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 농지 거래 실태를 추적한 탐사K 마지막 순서입니다.

탐사K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제2공항 후보지 발표를 앞둔 성산읍 농지들이 부적절하게 넘어간 사례들을 전해드렸는데요,

제주도가 2015년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 방침을 시행했는데도, 부적절한 사례들을 걸러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탐사K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로 발표된 성산읍.

탐사K 취재를 통해 제주로 위장전입한 외지인이나, 사실상 기획부동산인 농업회사법인들이 부적절하게 농지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애초에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천㎡ 이상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해야 하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살펴봤습니다.

농지기능 관리강화 방침에 따르면 일정한 직업이 있는 사람의 경우 농업 가능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는데,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지만 농업인으로 적는 등 본업과 다른 직업을 적어도 농지 취득에 문제없었습니다.

심지어 직업을 비롯해 성별이나 나이를 적지 않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허가 받은 다른 계획서들 역시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강화방침은 도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을 중심으로 농업경영계획서 심사를 강화했는데, 이렇다 보니 주소만 제주로 위장 전입하는 등의 꼼수가 나오고, 행정당국에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겁니다.

[이정민/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도시계획 박사 : "형식적으로 제출되어도 행정에서 검증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게 먹히다 보니까 외지사람들이 농지를 구매하고."]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방침에 따라 2015년 8월부터 벌였던 농지이용실태 특별조사는 물론, 매해 이뤄지는 정기조사도 부실한 건 마찬가집니다.

현행법상 농지를 빌려주려면 한국농어촌공사를 거쳐야 하는데, 8년간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양도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서도 없이 불법으로 임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내에서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제주도와 양 행정시, 읍면동에 각각 1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전담인력이 아닙니다.

따라서 방치된 농지 정도만 실태조사에서 걸러지게 되는 겁니다.

[채호진/성산읍농민회 사무국장 : "실태조사 갔을 때 거기는 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땅 주인이 무 농사 짓는구나 이렇게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거죠."]

이 과정에서 직불금 등 진짜 농부가 받아야 할 혜택마저 가짜 농부가 가져가게 됩니다.

[고권섭/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 "(토지주가) 경영체 등록 올리고 공익형 직불금 타 먹고. 그래서 가짜 농민이 진짜 농민 행세를 하고, 진짜 농민이 가짜 농민이 되는 겁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제주도의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이 다른 지자체보다 선도적이라지만,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수십 만㎡의 농지가 가짜 농부들에게 넘어간 사실이 이번 취재로 확인됐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농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농지관리 부서는 위장전입 문제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 심사를 강화하고, 농업법인 문제는 설립 전 사전신고제 도입과 실태조사 주기 단축 등을 담은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농지이용 실태조사는 담당 인력 구조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농지관리팀을 새로 만들고 읍면동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현길호/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 "행정이 전적으로 이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의 어떤 교육이라든가 기준점을 명확히 세워주면서 행정의 역할을 다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여집니다."]

농지법에는 허위 취득에 대한 제재와 구체적인 실태조사 방법이 명시된 만큼, 현행 제도만 엄격히 적용해도 상당수 부적절한 취득을 적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성민/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실태를 감시하고 그때마다 나가서 확인해야 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거는 맞는 것 같고요. 하지만 법령상으로는 명확하게 어떤 것을 확인하도록 규정이 돼 있는 만큼 준수 여부가 중요할 것 같고요."]

제2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두고 토지 거래가 크게 늘면서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진짜 농부들.

[채호진/성산읍 농민회 사무국장 : "계속해서 농지를 자기가 직접 찾아서 다니고. 그리고 또 찾아도 또 임대차 계약서 없는 그런 농지를 찾게 되고. 그래도 그것도 다행이라고 농사를 짓고 그렇게 합니다."]

제주 농지가 투기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인 행정당국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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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허술한 농지 관리에 설 자리 좁아진 농민들
    • 입력 2021-05-27 19:15:03
    • 수정2021-05-27 19:54:50
    뉴스7(제주)
[앵커]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 농지 거래 실태를 추적한 탐사K 마지막 순서입니다.

탐사K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제2공항 후보지 발표를 앞둔 성산읍 농지들이 부적절하게 넘어간 사례들을 전해드렸는데요,

제주도가 2015년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 방침을 시행했는데도, 부적절한 사례들을 걸러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탐사K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로 발표된 성산읍.

탐사K 취재를 통해 제주로 위장전입한 외지인이나, 사실상 기획부동산인 농업회사법인들이 부적절하게 농지를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애초에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천㎡ 이상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해야 하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살펴봤습니다.

농지기능 관리강화 방침에 따르면 일정한 직업이 있는 사람의 경우 농업 가능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는데, 엔지니어링 회사 대표지만 농업인으로 적는 등 본업과 다른 직업을 적어도 농지 취득에 문제없었습니다.

심지어 직업을 비롯해 성별이나 나이를 적지 않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허가 받은 다른 계획서들 역시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강화방침은 도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을 중심으로 농업경영계획서 심사를 강화했는데, 이렇다 보니 주소만 제주로 위장 전입하는 등의 꼼수가 나오고, 행정당국에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겁니다.

[이정민/전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도시계획 박사 : "형식적으로 제출되어도 행정에서 검증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게 먹히다 보니까 외지사람들이 농지를 구매하고."]

강화된 농지기능 관리방침에 따라 2015년 8월부터 벌였던 농지이용실태 특별조사는 물론, 매해 이뤄지는 정기조사도 부실한 건 마찬가집니다.

현행법상 농지를 빌려주려면 한국농어촌공사를 거쳐야 하는데, 8년간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양도소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계약서도 없이 불법으로 임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내에서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은 제주도와 양 행정시, 읍면동에 각각 1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전담인력이 아닙니다.

따라서 방치된 농지 정도만 실태조사에서 걸러지게 되는 겁니다.

[채호진/성산읍농민회 사무국장 : "실태조사 갔을 때 거기는 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땅 주인이 무 농사 짓는구나 이렇게 실태조사가 이뤄지는 거죠."]

이 과정에서 직불금 등 진짜 농부가 받아야 할 혜택마저 가짜 농부가 가져가게 됩니다.

[고권섭/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의장 : "(토지주가) 경영체 등록 올리고 공익형 직불금 타 먹고. 그래서 가짜 농민이 진짜 농민 행세를 하고, 진짜 농민이 가짜 농민이 되는 겁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제주도의 농지기능관리 강화 방침이 다른 지자체보다 선도적이라지만,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수십 만㎡의 농지가 가짜 농부들에게 넘어간 사실이 이번 취재로 확인됐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농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농지관리 부서는 위장전입 문제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 심사를 강화하고, 농업법인 문제는 설립 전 사전신고제 도입과 실태조사 주기 단축 등을 담은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농지이용 실태조사는 담당 인력 구조상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농지관리팀을 새로 만들고 읍면동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현길호/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 "행정이 전적으로 이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의 어떤 교육이라든가 기준점을 명확히 세워주면서 행정의 역할을 다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여집니다."]

농지법에는 허위 취득에 대한 제재와 구체적인 실태조사 방법이 명시된 만큼, 현행 제도만 엄격히 적용해도 상당수 부적절한 취득을 적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성민/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실태를 감시하고 그때마다 나가서 확인해야 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거는 맞는 것 같고요. 하지만 법령상으로는 명확하게 어떤 것을 확인하도록 규정이 돼 있는 만큼 준수 여부가 중요할 것 같고요."]

제2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두고 토지 거래가 크게 늘면서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 진짜 농부들.

[채호진/성산읍 농민회 사무국장 : "계속해서 농지를 자기가 직접 찾아서 다니고. 그리고 또 찾아도 또 임대차 계약서 없는 그런 농지를 찾게 되고. 그래도 그것도 다행이라고 농사를 짓고 그렇게 합니다."]

제주 농지가 투기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인 행정당국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탐사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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