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정규직에 업무 강도는 ‘여전’…스크린도어 노동자 절반 ‘우울증’

입력 2021.05.28 (21:17) 수정 2021.05.28 (22: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사고 이후 김 군 동료들은 정규직이 됐지만 달라진 건 찾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위험한 작업 환경과 여전한 차별 속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우울 증세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최유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 스크린도어 노동자 임선재 씨가 동료와 함께 승강장으로 출동합니다.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세요."]

120개 역사에 관리소는 단 4곳.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시간에 쫓길 때가 많습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까치산에 만약에 가 있는데 시청에 장애가 났다. 계속 전화통에 불이 나게 말 그대로 연락이 오는데 갈 수 있는 시간은 40분 뒤에나 도착 가능하고 이러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죠."]

정규직 전환 4년째지만,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은 '임시 조직'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파견 온 관리자의 차별과 기존 직원들의 하대도 여전합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눈에 보이는 부분들. 2인 1조, 정규직 전환 이런 것들은 변했지만 조직의 형태라든지 혹은 그 안에 구성돼있는 체계 이런 것들이 전혀 안정돼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편법 직영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9호선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일어나세요. 종점역이거든요. 어디 가세요?"]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는 '2인 1조' 근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황훈/9호선 고객안전원/역무원 : "1인 근무일 때 (선로전환기가) 터지게 되면 그게 제일 골치가 아프거든요. 지하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열차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확인한 다음에 선로전환기도 돌리고..."]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계속되는 갈등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습니다.

스크린도어 종사자 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50%에 가까웠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도 20% 수준이었습니다.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쪽 분야만 유일하게 본사와 연계돼 있지 않은 구조예요. 그래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 있는. 지금 5백 명이 소외되고 있는 거잖아요. 차별받고 있고."]

연구를 발주한 서울교통공사 측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수영/서울교통공사 기술계획처 팀장 : "직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실시했고요. 신속출동 촉구를 자제하도록 했으며,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다만 관리소를 늘리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한종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늬만 정규직에 업무 강도는 ‘여전’…스크린도어 노동자 절반 ‘우울증’
    • 입력 2021-05-28 21:17:31
    • 수정2021-05-28 22:18:11
    뉴스 9
[앵커]

사고 이후 김 군 동료들은 정규직이 됐지만 달라진 건 찾기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위험한 작업 환경과 여전한 차별 속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우울 증세를 보인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최유경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퇴근 시간, 스크린도어 노동자 임선재 씨가 동료와 함께 승강장으로 출동합니다.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작업 시작하세요."]

120개 역사에 관리소는 단 4곳.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시간에 쫓길 때가 많습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까치산에 만약에 가 있는데 시청에 장애가 났다. 계속 전화통에 불이 나게 말 그대로 연락이 오는데 갈 수 있는 시간은 40분 뒤에나 도착 가능하고 이러면 사실 마음이 조급해지죠."]

정규직 전환 4년째지만,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은 '임시 조직'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직종에서 파견 온 관리자의 차별과 기존 직원들의 하대도 여전합니다.

[임선재/1~4호선 스크린도어 노동자 : "눈에 보이는 부분들. 2인 1조, 정규직 전환 이런 것들은 변했지만 조직의 형태라든지 혹은 그 안에 구성돼있는 체계 이런 것들이 전혀 안정돼있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편법 직영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9호선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일어나세요. 종점역이거든요. 어디 가세요?"]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는 '2인 1조' 근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황훈/9호선 고객안전원/역무원 : "1인 근무일 때 (선로전환기가) 터지게 되면 그게 제일 골치가 아프거든요. 지하에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에서 열차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확인한 다음에 선로전환기도 돌리고..."]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계속되는 갈등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습니다.

스크린도어 종사자 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7%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고 답한 비율도 50%에 가까웠고,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도 20% 수준이었습니다.

[한인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쪽 분야만 유일하게 본사와 연계돼 있지 않은 구조예요. 그래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떠 있는. 지금 5백 명이 소외되고 있는 거잖아요. 차별받고 있고."]

연구를 발주한 서울교통공사 측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수영/서울교통공사 기술계획처 팀장 : "직원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실시했고요. 신속출동 촉구를 자제하도록 했으며,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했고..."]

다만 관리소를 늘리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홍성백 박장빈/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한종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