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법도 있는데…산재 사고 왜 반복되나?

입력 2021.06.01 (18:07) 수정 2021.06.01 (18: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주 금요일은 이른바 '구의역 김군'이 사고로 숨진 지 5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산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고 이선호 씨가 항만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졌고, 바로 이틀 전에도 노동자들이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도대체 왜 사고가 반복되는 건지,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는건지 산업과학부 김지숙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사고가 있었죠?

[기자]

네, 지난달 30일 오전 울산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컨테이너 청소를 하던 고려아연 소속 노동자 두 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해져 질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 사업장에서 지난 5년 동안에만 노동자 9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나 고용부가 특별감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들 사망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데…

실제 통계는 어떤가요?

[기자]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를 살펴보면요.

구의역 사고가 있었던 2016년은 969명이었습니다.

그 뒤 몇년 동안 비슷하다가, 2019년 8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올라 882명이 숨졌습니다.

[앵커]

김군 사고 당시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보자며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었잖아요?

좀 나아졌을까요?

[기자]

저도 이번 기회에 관련 자료를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고용부 등 어디에서도 하청 노동자의 공식 산재 통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원청 하청 중 어디 소속인지 구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 관련 통계는 아예 없는 건가요?

[기자]

그나마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긴 한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2월에 국회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가 열렸잖아요?

이때 산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9개 기업의 최근 5년 동안 산재 사고를 따져봤더니, 사망자 가운데 82%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결국 이런 자료를 봤을 때, 전체 비율도 하청노동자가 높을 거라고 추청할 뿐인 겁니다.

[앵커]

답답한데요.

사실 구의역 사고 때도 그랬지만, 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 법까지 개정하지 않았나요?

[기자]

혹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란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법은 있는데 핵심이 빠졌다, 그래서 위험의 외주화 막지 못한다는 걸 비판한 말인데요.

개정된 법에서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지 못하게 했는데, 정작 하청을 금지한 업종이 매우 적습니다.

심지어 고 김용균 씨가 일한 전기 사업 설비 부문도 금지 대상 업종이 아닙니다.

허술한 부분은 또 있는데요.

누군가 숨지지 않았어도 위험한 작업은 작업중지명령을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잖아요?

그런데 예전에 작업이 위험하니까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가 안 지킨 경우에만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법에는 노동자도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임선재/서울교통공사노조 PSD1지회장 : "회사에서 "그 일 해!"라고 하면 과연 어느 노동자가 그걸 얼마나 거부할 수 있을까. 당장 거부했을 경우에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든지..."]

[앵커]

그런데 앞서 고려아연처럼, 같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 사후 감독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런 점이 지적됐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업주는 산업재해조사표를 내고, 거기에 재발방지계획을 쓰게 합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사업장이 잘 지키고 있는지 감독은 잘 되는 거냐 물었더니 당시 고용부 장관의 답변이 황당했습니다.

산재조사표는 산재가 발생하면 다 내게 돼 있어서 모든 사업장이 계획을 이행하는지 점검까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처벌이라도 강하게 해서 산재를 막아보자.

이게 중대재해처벌법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행이 내년 1월이라 반년이나 남은 데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처벌이 완화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막상 법안을 보면 어떤 직업병을 산재로 인정할 건지 등 구체적인 건 시행령에서 정한다고 돼 있는 게 많습니다.

다음달 국무회의 통과를 목표로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시행령 마련을 계기로 처벌뿐 아니라 예방도 제대로 되도록 법 체계를 다시 정비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법도 있는데…산재 사고 왜 반복되나?
    • 입력 2021-06-01 18:07:54
    • 수정2021-06-01 18:26:44
    통합뉴스룸ET
[앵커]

지난주 금요일은 이른바 '구의역 김군'이 사고로 숨진 지 5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산재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고 이선호 씨가 항만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졌고, 바로 이틀 전에도 노동자들이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다 숨졌습니다.

도대체 왜 사고가 반복되는 건지,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는건지 산업과학부 김지숙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사고가 있었죠?

[기자]

네, 지난달 30일 오전 울산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요.

컨테이너 청소를 하던 고려아연 소속 노동자 두 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가 부족해져 질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이 사업장에서 지난 5년 동안에만 노동자 9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나 고용부가 특별감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노동자들 사망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데…

실제 통계는 어떤가요?

[기자]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를 살펴보면요.

구의역 사고가 있었던 2016년은 969명이었습니다.

그 뒤 몇년 동안 비슷하다가, 2019년 8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올라 882명이 숨졌습니다.

[앵커]

김군 사고 당시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보자며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었잖아요?

좀 나아졌을까요?

[기자]

저도 이번 기회에 관련 자료를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고용부 등 어디에서도 하청 노동자의 공식 산재 통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원청 하청 중 어디 소속인지 구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 관련 통계는 아예 없는 건가요?

[기자]

그나마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긴 한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2월에 국회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가 열렸잖아요?

이때 산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9개 기업의 최근 5년 동안 산재 사고를 따져봤더니, 사망자 가운데 82%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결국 이런 자료를 봤을 때, 전체 비율도 하청노동자가 높을 거라고 추청할 뿐인 겁니다.

[앵커]

답답한데요.

사실 구의역 사고 때도 그랬지만, 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에 법까지 개정하지 않았나요?

[기자]

혹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란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법은 있는데 핵심이 빠졌다, 그래서 위험의 외주화 막지 못한다는 걸 비판한 말인데요.

개정된 법에서 위험한 작업은 하청을 주지 못하게 했는데, 정작 하청을 금지한 업종이 매우 적습니다.

심지어 고 김용균 씨가 일한 전기 사업 설비 부문도 금지 대상 업종이 아닙니다.

허술한 부분은 또 있는데요.

누군가 숨지지 않았어도 위험한 작업은 작업중지명령을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잖아요?

그런데 예전에 작업이 위험하니까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가 안 지킨 경우에만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법에는 노동자도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임선재/서울교통공사노조 PSD1지회장 : "회사에서 "그 일 해!"라고 하면 과연 어느 노동자가 그걸 얼마나 거부할 수 있을까. 당장 거부했을 경우에 재계약이 불가능하다든지..."]

[앵커]

그런데 앞서 고려아연처럼, 같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 사후 감독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국회 청문회에서도 그런 점이 지적됐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업주는 산업재해조사표를 내고, 거기에 재발방지계획을 쓰게 합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사업장이 잘 지키고 있는지 감독은 잘 되는 거냐 물었더니 당시 고용부 장관의 답변이 황당했습니다.

산재조사표는 산재가 발생하면 다 내게 돼 있어서 모든 사업장이 계획을 이행하는지 점검까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처벌이라도 강하게 해서 산재를 막아보자.

이게 중대재해처벌법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행이 내년 1월이라 반년이나 남은 데다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처벌이 완화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막상 법안을 보면 어떤 직업병을 산재로 인정할 건지 등 구체적인 건 시행령에서 정한다고 돼 있는 게 많습니다.

다음달 국무회의 통과를 목표로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시행령 마련을 계기로 처벌뿐 아니라 예방도 제대로 되도록 법 체계를 다시 정비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