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총체적 부실 드러난 ‘군 기강’

입력 2021.06.05 (07:51) 수정 2021.06.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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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해설위원

공군 성추행 피해자의 사망 사건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뿌리 깊은 병폐와 숨기고 싶은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절절한 호소에도 조직적인 은폐와 부실한 초동 수사, 늑장 보고, 지휘부의 안일한 대응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군은 뒤늦게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고 공군 참모총장은 취임 여덟 달 만에 경질됐습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입니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군의 근본적인 인식변화와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는 일단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군본부와 15, 20 비행단 등 관련 부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가해자와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은폐 시도 등이 수사의 초점입니다. 부실한 초동 수사도 핵심적인 의혹입니다. 공군 군사 경찰은 사건통보를 받은 후 12일이 지나서야 처음 가해자를 조사했고 군 검찰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가해자의 휴대 전화를 압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성추행이 일어난지 무려 석 달 가까이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한 겁니다. 여기에 상부 보고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성범죄는 즉각 국방부에 보고하도록 지침에 명문화돼있지만, 이번 사건은 발생 43일 만에 공군총장에게 보고됐고 국방장관에게는 사망 사흘 후에 전화로 보고됐습니다. 공군은 사망 사실도 처음에는 국방부에 단순변사로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어제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습니다. 역대 최단명 공군총장 기록입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군 지휘부까지 포함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정치권에서는 공군총장과 국방부 장관에 대한 문책 주장이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 되면서 그동안 묻혀졌던 군 내부의 다른 성범죄 사건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군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특단의 성범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군의 일반 범죄는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총체적 부실 # 공군총장 퇴진 # 군 압수수색 # 조직적 은폐 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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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총체적 부실 드러난 ‘군 기강’
    • 입력 2021-06-05 07:51:01
    • 수정2021-06-05 08: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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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해설위원

공군 성추행 피해자의 사망 사건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뿌리 깊은 병폐와 숨기고 싶은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수차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절절한 호소에도 조직적인 은폐와 부실한 초동 수사, 늑장 보고, 지휘부의 안일한 대응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군은 뒤늦게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고 공군 참모총장은 취임 여덟 달 만에 경질됐습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입니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군의 근본적인 인식변화와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는 일단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군본부와 15, 20 비행단 등 관련 부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가해자와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은폐 시도 등이 수사의 초점입니다. 부실한 초동 수사도 핵심적인 의혹입니다. 공군 군사 경찰은 사건통보를 받은 후 12일이 지나서야 처음 가해자를 조사했고 군 검찰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가해자의 휴대 전화를 압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성추행이 일어난지 무려 석 달 가까이 소극적인 수사로 일관한 겁니다. 여기에 상부 보고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성범죄는 즉각 국방부에 보고하도록 지침에 명문화돼있지만, 이번 사건은 발생 43일 만에 공군총장에게 보고됐고 국방장관에게는 사망 사흘 후에 전화로 보고됐습니다. 공군은 사망 사실도 처음에는 국방부에 단순변사로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어제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습니다. 역대 최단명 공군총장 기록입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군 지휘부까지 포함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정치권에서는 공군총장과 국방부 장관에 대한 문책 주장이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 되면서 그동안 묻혀졌던 군 내부의 다른 성범죄 사건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군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특단의 성범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군의 일반 범죄는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 총체적 부실 # 공군총장 퇴진 # 군 압수수색 # 조직적 은폐 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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