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바이러스에 방역모범국 태국마저…

입력 2021.06.05 (22:22) 수정 2021.06.05 (22: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의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하나둘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방역모범국이라 불린 동남아 국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방콕 김원장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콕 외곽의 한 이주노동자 숙솝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완전히 봉쇄됐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사나흘만에 천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주 노동자 : "1,667명 중에 1,266명이 확진됐어요...."]

바로 옆 또다른 이주 노동자 숙소.

마치 버려진 마을처럼, 방역 요원들만 간혹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백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소는 완전히 폐쇄됐습니다. 오늘로 17일쨉니다.

남겨진 근로자들은 교차 감염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하루 수십명 수준이였던 태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갑자기 늘어납니다.

방콕 한복판, 고급 유흥업소를 다녀온 사람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부텁니다.

근처 유흥업소를 다녀온 '나시다 가즈야' 태국주재 일본 대사도 이때 확진 됐습니다.

5월 들어서는 교도소에서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교도소발 감염자가 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무렵 폭로된 2년전 사진 한장. 태국 지방의 한 교도소 방 안에 60여 명의 재소자들이 몸을 붙이고 빽빽이 누워 있습니다.

태국 법무부는 부랴부랴 재소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또 재소자 만 명을 일시 석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리윳 신테빤 교정본부장 : "교도소의 모든 입구는 완전히 봉쇄됐고, 감염된 재소자들을 위한 임시 야전 병원을 설치중입니다"]

5월 마지막날, 결국 하루 확진자 수가 5천 명을 넘어서면서 누적확진자가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온 확진자의 82%가 불과 두달만에 발생한 것입니다.

[건설현장 근로자 : "우리는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제일 무서워요. 엘리베이터도 같이 안 탑니다. 20층 정도면 걸어서 올라가요."]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이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인됐습니다.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누틴 태국 복지부장관 : "(3월까지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같은 새로운 시대(뉴노멀)에 적응하면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감염률이 매우 높습니다."]

시내 대형 스타디움에는 지난해 중국과 유럽에 등장했던 임시 병상들이 설치됐습니다.

태국 정부는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도 턱없이 부족하고, 백신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습니다.

좀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자 이처럼 시민들이 바로 찾아와 등록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지하철역의 경우 한번에 최대 1,000여 명이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백신 확보를 위해 결국 태국 정부는 민간 병원의 백신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정부 공급 백신과 별도로 시민들이 모더나 백신을 10만원 정도 내면 맞을 수 있도록 한겁니다.

정부 백신을 기다리지 못하는 시민들을 겨냥한 백신 관광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9박 10일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하며 백신을 맞고 오는 상품입니다.

가격은 두세 명이 같이 갈 경우 항공권을 빼고 1인당 600만원 정도로, 한번만 맞아도 되는 '얀센 백신'을 접종하게 됩니다

빈부격차가 유독 큰 태국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여행사 녹취 : "(많이들 신청했습니까?) 5월 12일에는 10여명이 출발했습니다."]

서민들에겐 백신을 사는 것도 백신 관광도 그저 남의 일일뿐.

게다가 설령 확진이 된다고 해도 입원조차 쉽지 않습니다.

방콕 시내, 한 대형 병원의 코로나 입원 치료비 영수증입니다.

17일간의 입원 치료비로 98만 바트, 우리돈 3,500만 원 정도가 청구됐습니다.

또다른 환자의 영수증. 역시 우리돈 3,300만원 정도가 청구됐습니다.

개발도상국, 특히 서민들에겐 더 가혹한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시장 상인 : "저는 (확진돼도) 입원 안할 거예요.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정부는 큰 도움이 안될 거예요."]

철저한 봉쇄로 바이러스를 잘 막아온 타이완이나 베트남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다시 도시 봉쇄를 시작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벗는 날이 쉽게 오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여기서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은 갑자기 이들 나라에서 이렇게 확진자가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기자]

이곳 태국 시민들은 관습적으로 전염병에 걸리면 수치스럽다고 생각을 해서... 아주 조심합니다.

또 입원하기도 쉽지 않아서 어찌보면 더 정부의 방역 조치를 잘 따르는데..

4월부터, 이곳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타이완, 말레이시아... 모두 확진자가 4월부터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가 퍼지고 여기에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번지는 시깁니다.

감염력이 1.5배에서 두 배에 달하는 변이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더 쉽게 방역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베트남에서는 이 두 변이의 특징을 모두 가진 '또다른 변이바이러스'도 확인이 됐습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더 센 바이러스가 찾아온 겁니다.

[앵커]

동남아 관광국가들이 문을 열 수 있는 날도 더 멀어지겠군요?

[기자]

베트남 태국 여기에 타이완까지 모두 관광이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들이죠.

태국만 해도 오는 10월부터는 백신 맞은 해외 여행객은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당장 다음달, 7월부턴 백신을 맞은 외국인은 푸켓에 격리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게 쉽지 않아졌습니다.

베트남 역시 큰 차질이 예상됩니다.

베트남은 특히 툭하면 지역을 봉쇄하기 때문에 우리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이미 조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앞다퉈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이곳은 더 두꺼운 마스크를 껴야 할 상황입니다.

역시 관건은 백신 접종 속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방콕이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변이바이러스에 방역모범국 태국마저…
    • 입력 2021-06-05 22:22:09
    • 수정2021-06-05 22:47:1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의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하나둘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요

하지만 그동안 방역모범국이라 불린 동남아 국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방콕 김원장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콕 외곽의 한 이주노동자 숙솝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완전히 봉쇄됐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사나흘만에 천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주 노동자 : "1,667명 중에 1,266명이 확진됐어요...."]

바로 옆 또다른 이주 노동자 숙소.

마치 버려진 마을처럼, 방역 요원들만 간혹 모습을 드러냅니다.

수백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소는 완전히 폐쇄됐습니다. 오늘로 17일쨉니다.

남겨진 근로자들은 교차 감염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하루 수십명 수준이였던 태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갑자기 늘어납니다.

방콕 한복판, 고급 유흥업소를 다녀온 사람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부텁니다.

근처 유흥업소를 다녀온 '나시다 가즈야' 태국주재 일본 대사도 이때 확진 됐습니다.

5월 들어서는 교도소에서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나왔습니다.

순식간에 교도소발 감염자가 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무렵 폭로된 2년전 사진 한장. 태국 지방의 한 교도소 방 안에 60여 명의 재소자들이 몸을 붙이고 빽빽이 누워 있습니다.

태국 법무부는 부랴부랴 재소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또 재소자 만 명을 일시 석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리윳 신테빤 교정본부장 : "교도소의 모든 입구는 완전히 봉쇄됐고, 감염된 재소자들을 위한 임시 야전 병원을 설치중입니다"]

5월 마지막날, 결국 하루 확진자 수가 5천 명을 넘어서면서 누적확진자가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나온 확진자의 82%가 불과 두달만에 발생한 것입니다.

[건설현장 근로자 : "우리는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제일 무서워요. 엘리베이터도 같이 안 탑니다. 20층 정도면 걸어서 올라가요."]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이어,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인됐습니다.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누틴 태국 복지부장관 : "(3월까지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같은 새로운 시대(뉴노멀)에 적응하면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습니다. 감염률이 매우 높습니다."]

시내 대형 스타디움에는 지난해 중국과 유럽에 등장했던 임시 병상들이 설치됐습니다.

태국 정부는 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도 턱없이 부족하고, 백신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높습니다.

좀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지 않자 이처럼 시민들이 바로 찾아와 등록하고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지하철역의 경우 한번에 최대 1,000여 명이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부족한 백신 확보를 위해 결국 태국 정부는 민간 병원의 백신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정부 공급 백신과 별도로 시민들이 모더나 백신을 10만원 정도 내면 맞을 수 있도록 한겁니다.

정부 백신을 기다리지 못하는 시민들을 겨냥한 백신 관광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9박 10일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관광하며 백신을 맞고 오는 상품입니다.

가격은 두세 명이 같이 갈 경우 항공권을 빼고 1인당 600만원 정도로, 한번만 맞아도 되는 '얀센 백신'을 접종하게 됩니다

빈부격차가 유독 큰 태국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여행사 녹취 : "(많이들 신청했습니까?) 5월 12일에는 10여명이 출발했습니다."]

서민들에겐 백신을 사는 것도 백신 관광도 그저 남의 일일뿐.

게다가 설령 확진이 된다고 해도 입원조차 쉽지 않습니다.

방콕 시내, 한 대형 병원의 코로나 입원 치료비 영수증입니다.

17일간의 입원 치료비로 98만 바트, 우리돈 3,500만 원 정도가 청구됐습니다.

또다른 환자의 영수증. 역시 우리돈 3,300만원 정도가 청구됐습니다.

개발도상국, 특히 서민들에겐 더 가혹한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시장 상인 : "저는 (확진돼도) 입원 안할 거예요. 정부가 해줘야 하는데, 정부는 큰 도움이 안될 거예요."]

철저한 봉쇄로 바이러스를 잘 막아온 타이완이나 베트남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다시 도시 봉쇄를 시작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벗는 날이 쉽게 오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여기서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은 갑자기 이들 나라에서 이렇게 확진자가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기자]

이곳 태국 시민들은 관습적으로 전염병에 걸리면 수치스럽다고 생각을 해서... 아주 조심합니다.

또 입원하기도 쉽지 않아서 어찌보면 더 정부의 방역 조치를 잘 따르는데..

4월부터, 이곳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타이완, 말레이시아... 모두 확진자가 4월부터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영국발 변이바이러스가 퍼지고 여기에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까지 번지는 시깁니다.

감염력이 1.5배에서 두 배에 달하는 변이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더 쉽게 방역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베트남에서는 이 두 변이의 특징을 모두 가진 '또다른 변이바이러스'도 확인이 됐습니다.

가뜩이나 백신 접종률이 낮은데 더 센 바이러스가 찾아온 겁니다.

[앵커]

동남아 관광국가들이 문을 열 수 있는 날도 더 멀어지겠군요?

[기자]

베트남 태국 여기에 타이완까지 모두 관광이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들이죠.

태국만 해도 오는 10월부터는 백신 맞은 해외 여행객은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당장 다음달, 7월부턴 백신을 맞은 외국인은 푸켓에 격리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게 쉽지 않아졌습니다.

베트남 역시 큰 차질이 예상됩니다.

베트남은 특히 툭하면 지역을 봉쇄하기 때문에 우리 삼성전자 등 기업들이 이미 조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선진국이 앞다퉈 마스크를 벗고 있는데 이곳은 더 두꺼운 마스크를 껴야 할 상황입니다.

역시 관건은 백신 접종 속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방콕이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