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똑같이 입대 거부했지만…엇갈린 두 남자의 운명

입력 2021.06.07 (19:26) 수정 2021.06.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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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먼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정의를 보시죠.

종교적이나 윤리적, 도덕적으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법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두 남성에게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똑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지만 두 남성에게 내려진 법원의 엇갈린 판결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헌법을 보면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는 반면, '양심의 자유' 라는 기본권도 보장하도록 돼 있죠.

어느 한쪽이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운 문제인데, 먼저 무죄가 선고된 남성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무죄가 선고된 남성 24살 홍 모 씨입니다.

홍 씨는 지난 2017년 12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같은 달 12일까지 육군 5사단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보였습니다.

그런데 사흘의 기한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홍 씨는 1심 재판에서 특정 종교의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병역에 따라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양심'이 존재한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감형이 되긴 했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유죄가 선고됐는데요.

대법원에서는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무죄 취지로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고 결국,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앵커]

이 남성의 사건만 두고도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어진 건데,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2형사부는 홍 씨가 신도인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해당 종교의 교리를 접하면서 성장했고, 13살이던 지난 2011년에는 교인이 되는 인증 의식이죠, 침례를 받고 정식 신도가 된 뒤로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온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종교모임에 참석하고 있고 전도나 봉사를 하는 방법으로 종교활동을 해온 점,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관련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 홍 씨는 군과 무관한 순수한 대체복무제도를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는데요.

특히 재판부는 홍 씨가 성장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을 참작했습니다.

[앵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진짜인지, 믿을만한 건지를 재판부가 꼼꼼하게 들여다 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유죄가 선고된 남성은 뭐가 문제였나요?

[기자]

네, 유죄가 선고된 남성, 앞서 말씀드린 홍 씨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27살 신 모 씨인데요.

신 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는데요.

신 씨도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씨의 '행실'을 보고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행실'을 보고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했다.

도대체 평소 행실이 어땠길래 이런 판결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신 씨는 중학생이던 지난 2008년 침례를 받았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인 2013년에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인 2018년 8월에는, 어려 보이는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자 심하게 욕설을 하고 이 남성을 폭행해 입건됐습니다.

또 초등학교 동창을 술에 취해 무차별 폭행해 2019년 1월에는 벌금 3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행동들이 신 씨가 믿는 종교적 교리에도 반할 뿐 아니라 다분히 폭력적이라고 판단했고요.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이렇게 평소 행실을 근거로 유무죄를 가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양심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언급이 됐지만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두고 출동하는 법 규범인데요.

이 때문에 관건은 병역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간접사실과 정황사실로서 두 남성의 '행실'에 주목했고 똑같은 이유로 법정에 섰지만 서로 다른 법적 판단이 나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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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7 19:26:11
    • 수정2021-06-07 19:57:06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먼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정의를 보시죠.

종교적이나 윤리적, 도덕적으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법원이 종교적인 이유로 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두 남성에게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똑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지만 두 남성에게 내려진 법원의 엇갈린 판결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헌법을 보면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는 반면, '양심의 자유' 라는 기본권도 보장하도록 돼 있죠.

어느 한쪽이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운 문제인데, 먼저 무죄가 선고된 남성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무죄가 선고된 남성 24살 홍 모 씨입니다.

홍 씨는 지난 2017년 12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같은 달 12일까지 육군 5사단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통보였습니다.

그런데 사흘의 기한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홍 씨는 1심 재판에서 특정 종교의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병역에 따라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양심'이 존재한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감형이 되긴 했지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유죄가 선고됐는데요.

대법원에서는 이 사건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무죄 취지로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고 결국,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앵커]

이 남성의 사건만 두고도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어진 건데,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파기환송심을 맡은 대전지법 제2형사부는 홍 씨가 신도인 부모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해당 종교의 교리를 접하면서 성장했고, 13살이던 지난 2011년에는 교인이 되는 인증 의식이죠, 침례를 받고 정식 신도가 된 뒤로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해온 점을 인정했습니다.

또 정기적으로 종교모임에 참석하고 있고 전도나 봉사를 하는 방법으로 종교활동을 해온 점,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관련 사실 확인서를 제출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또 홍 씨는 군과 무관한 순수한 대체복무제도를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는데요.

특히 재판부는 홍 씨가 성장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을 참작했습니다.

[앵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가 진짜인지, 믿을만한 건지를 재판부가 꼼꼼하게 들여다 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유죄가 선고된 남성은 뭐가 문제였나요?

[기자]

네, 유죄가 선고된 남성, 앞서 말씀드린 홍 씨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군 입대를 거부한 27살 신 모 씨인데요.

신 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는데요.

신 씨도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씨의 '행실'을 보고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행실'을 보고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했다.

도대체 평소 행실이 어땠길래 이런 판결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신 씨는 중학생이던 지난 2008년 침례를 받았는데요.

그런데 그 이후인 2013년에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 원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인 2018년 8월에는, 어려 보이는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자 심하게 욕설을 하고 이 남성을 폭행해 입건됐습니다.

또 초등학교 동창을 술에 취해 무차별 폭행해 2019년 1월에는 벌금 3백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행동들이 신 씨가 믿는 종교적 교리에도 반할 뿐 아니라 다분히 폭력적이라고 판단했고요.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이렇게 평소 행실을 근거로 유무죄를 가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양심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언급이 됐지만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두고 출동하는 법 규범인데요.

이 때문에 관건은 병역 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양심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이 간접사실과 정황사실로서 두 남성의 '행실'에 주목했고 똑같은 이유로 법정에 섰지만 서로 다른 법적 판단이 나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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