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유서 쓴 성폭력 피해자…쓰레기 더미서 ‘단절된 죽음’

입력 2021.06.07 (19:27) 수정 2021.06.0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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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폭력을 당한 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던 전직 세무공무원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여성은 집 안 가득 쓰레기를 쌓아 놓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다고 하는데요.

취재 결과, 이 여성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유서를 써놓을 정도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전직 세무공무원 A 씨가 1년여 전 미리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자신의 재산을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특수청소업체 대표가 A 씨가 숨지기 전 쓰레기더미가 된 집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겁니다.

[이준희/특수청소업체 대표 : "방안에 꽉 차서 거의 허리춤까지 사람 허리춤까지 올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왜 죽느냐 그런 생각하지 마시라 뭐 우리도 응원을 할 거고...'"]

A 씨는 지난 2017년 인천의 한 세무서를 다니다가 직장 상사에게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2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정작 직장을 떠난 건 피해자인 A 씨였습니다.

[A 씨/성폭력 피해자/음성변조/지난해 촬영 : "그 상사의 편을 들어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많이 무너지게 됐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로. 지금도 힘들지만."]

A 씨는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무기력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갈 때마다 A 씨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준희/특수청소업체 대표 : "계속 우셨어요. 우시고 억울해하셨고, 그다음에 그로 인해서 본인의 모든 삶이 무너졌다고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도 얘기하면서 되게 안타까웠죠."]

지난 3월, 본인 상태가 나아졌다며 좋은 곳에 써 달라고 청소업체에 천만 원을 기부한 A 씨는 두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소연/한국성폭력위기센터 사무국장 : "그 후유증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또는 2차 가해적 상황하고 맞물리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피해를 안전하게 상담을 받는 창구가 필요한 거겠죠."]

성폭력 가해자인 직장 상사는 석 달간 정직당했지만, 이후 현업에 복귀해 지금은 수도권의 한 세무서에 근무 중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송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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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전 유서 쓴 성폭력 피해자…쓰레기 더미서 ‘단절된 죽음’
    • 입력 2021-06-07 19:27:51
    • 수정2021-06-07 19:44:41
    뉴스 7
[앵커]

성폭력을 당한 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던 전직 세무공무원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여성은 집 안 가득 쓰레기를 쌓아 놓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다고 하는데요.

취재 결과, 이 여성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유서를 써놓을 정도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전직 세무공무원 A 씨가 1년여 전 미리 작성한 유언장입니다.

자신의 재산을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특수청소업체 대표가 A 씨가 숨지기 전 쓰레기더미가 된 집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겁니다.

[이준희/특수청소업체 대표 : "방안에 꽉 차서 거의 허리춤까지 사람 허리춤까지 올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왜 죽느냐 그런 생각하지 마시라 뭐 우리도 응원을 할 거고...'"]

A 씨는 지난 2017년 인천의 한 세무서를 다니다가 직장 상사에게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2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정작 직장을 떠난 건 피해자인 A 씨였습니다.

[A 씨/성폭력 피해자/음성변조/지난해 촬영 : "그 상사의 편을 들어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많이 무너지게 됐었고. 너무 힘들었어요, 진짜로. 지금도 힘들지만."]

A 씨는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무기력증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갈 때마다 A 씨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준희/특수청소업체 대표 : "계속 우셨어요. 우시고 억울해하셨고, 그다음에 그로 인해서 본인의 모든 삶이 무너졌다고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도 얘기하면서 되게 안타까웠죠."]

지난 3월, 본인 상태가 나아졌다며 좋은 곳에 써 달라고 청소업체에 천만 원을 기부한 A 씨는 두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소연/한국성폭력위기센터 사무국장 : "그 후유증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고 또는 2차 가해적 상황하고 맞물리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피해를 안전하게 상담을 받는 창구가 필요한 거겠죠."]

성폭력 가해자인 직장 상사는 석 달간 정직당했지만, 이후 현업에 복귀해 지금은 수도권의 한 세무서에 근무 중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송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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