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계획서 있으나 마나…철거 현장 곳곳에 ‘학동 참사’ 닮은꼴

입력 2021.06.14 (19:04) 수정 2021.06.1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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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거 공사를 진행하려면 관할 자치구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현장은 또 있었습니다.

공사기한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밑동파기 기법으로 공사를 진행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4월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된 광주광역시의 재건축 부지입니다.

철거 중인 5층짜리 아파트 한 동을 보니 아래층을 가림막으로 가려놨습니다.

해체계획서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 철거를 진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반대로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4층과 5층을 그대로 두고 아래층을 먼저 허무는 방식으로 철거한 겁니다.

지난 5월 말, 감리업체는 관할 구청에 아파트 1개 동이 해체계획서를 위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고종필/광주시 북구청 재건축 담당 : "위에서부터 아래로 철거를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쉽게 말하면 밑에 층부터 일부가 철거돼 있다. 그런 보고가 들어왔었죠."]

하지만 구청이 확인한 결과 다른 아파트 1개 동도 아래층부터 철거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관할 구청은 위반사항을 누락해 보고한 감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한 시공사 3곳을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건물의 저층부터 철거하는 이른바 밑동파기 방법은 건설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공사기한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건물 철거가 진행된 현장모습입니다.

6층 높이 온천 건물을 중장비가 아래층부터 부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밑이 파인 건물은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버렸습니다.

이곳에서 철거현장을 지켜봤던 주민들은 그때 당시에도 유일한 안전장치라곤 천막 하나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근 주민들은 학동 4구역 붕괴사고가 자신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변원섭/계림2구역 주민 : "항의를 구청에다 많이 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법(밑동파기)으로 계속 철거하고 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아찔하고 무섭기만 하고 그러죠."]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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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체계획서 있으나 마나…철거 현장 곳곳에 ‘학동 참사’ 닮은꼴
    • 입력 2021-06-14 19:04:55
    • 수정2021-06-14 19:49:07
    뉴스7(광주)
[앵커]

철거 공사를 진행하려면 관할 자치구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그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와 마찬가지로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은 현장은 또 있었습니다.

공사기한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밑동파기 기법으로 공사를 진행한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올해 4월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된 광주광역시의 재건축 부지입니다.

철거 중인 5층짜리 아파트 한 동을 보니 아래층을 가림막으로 가려놨습니다.

해체계획서를 보면, 위에서 아래로 철거를 진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반대로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4층과 5층을 그대로 두고 아래층을 먼저 허무는 방식으로 철거한 겁니다.

지난 5월 말, 감리업체는 관할 구청에 아파트 1개 동이 해체계획서를 위반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고종필/광주시 북구청 재건축 담당 : "위에서부터 아래로 철거를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쉽게 말하면 밑에 층부터 일부가 철거돼 있다. 그런 보고가 들어왔었죠."]

하지만 구청이 확인한 결과 다른 아파트 1개 동도 아래층부터 철거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관할 구청은 위반사항을 누락해 보고한 감리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한 시공사 3곳을 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건물의 저층부터 철거하는 이른바 밑동파기 방법은 건설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방법입니다.

공사기한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건물 철거가 진행된 현장모습입니다.

6층 높이 온천 건물을 중장비가 아래층부터 부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밑이 파인 건물은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버렸습니다.

이곳에서 철거현장을 지켜봤던 주민들은 그때 당시에도 유일한 안전장치라곤 천막 하나뿐이었다고 말합니다.

인근 주민들은 학동 4구역 붕괴사고가 자신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변원섭/계림2구역 주민 : "항의를 구청에다 많이 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법(밑동파기)으로 계속 철거하고 있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아찔하고 무섭기만 하고 그러죠."]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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