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에 불법촬영까지…육사 생도 왜 이러나?

입력 2021.06.14 (23:38) 수정 2021.06.1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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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육군사관학교에서 4학년 생도가 후배 생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는데요.

알고보니 육사 생도들의 성 관련 범죄가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 1년만 해도 여러 건 있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사회부 이수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육사 4학년 생도가 강제추행으로 퇴교처분 된 사례부터 살펴보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취재가 됐군요?

[기자]

네, 4학년 생도가 강제 추행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 퇴교처분됐다는 내용 전해드렸죠.

그런데 육사 보통검찰부의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입수해 확인해보니, 가해 생도는 38차례에 걸쳐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4학년 생도는 생활관 등에서 식사 등을 이유로 이동할 때 자신의 팔짱을 끼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 생도는 한 명이 아닌 3명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신체접촉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한 달 넘게 이어졌는데, 공개된 공간에서 이뤄진 경우도 상당히 많았는데,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건 말고도 육사 생도들의 성범죄가 더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1년여간 3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6월엔 육사 생도가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두 달 뒤엔 또 다른 생도가 서울 시내에서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했습니다.

만취 상태였던 해당 생도는 범행 직전 10대 청소년을 상대로도 강제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초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뒤 7차례나 협박한 생도가 적발됐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형사처벌을 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범죄에 연루된 생도 중 3명은 이미 퇴교 처분됐고, 촬영물로 상대방을 협박한 1명은 장기근신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생도 성범죄를 막을 방안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학내외 성범죄로 육사 생도들이 줄줄이 퇴교 조치를 당했단 말이죠.

왜 이런 일을 막지 못한 거죠?

[기자]

시스템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래픽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육사 생도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약 천 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의 생활은 8명이 모인 분대 단위로 이뤄지는데요.

4학년인 분대장이 생활 지휘를 합니다만, 아무래도 합숙 생활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육사는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소령급 훈육관을 8명, 대위급 훈육장교를 16명 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훈육관이나 훈육장교가 20명 넘게 있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성범죄를 예방할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재작년부터 양성평등 과목이 개설돼서 1학년 1학기에 필수적으로 배우고 있는데요.

올해도 4월 초까지 생도 대상 교육만 9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범행이 일어났다는 건 결국,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대목입니다.

[앵커]

육사 성범죄에 주목하는 건, 아무래도 이들이 우리 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육사를 졸업하면 가까운 미래에 군 지휘관이 될 사람들이죠.

육사 생도들의 양성평등이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병사 등 군 구성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육사는 성범죄 관련 신고를 지금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성인지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미 지난 2013년 생도 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때 육사에서 내놨던 대책과 큰 차이는 없는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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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행에 불법촬영까지…육사 생도 왜 이러나?
    • 입력 2021-06-14 23:38:57
    • 수정2021-06-14 23: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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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육군사관학교에서 4학년 생도가 후배 생도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는데요.

알고보니 육사 생도들의 성 관련 범죄가 이뿐만이 아니라, 지난 1년만 해도 여러 건 있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사회부 이수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육사 4학년 생도가 강제추행으로 퇴교처분 된 사례부터 살펴보죠.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취재가 됐군요?

[기자]

네, 4학년 생도가 강제 추행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고, 퇴교처분됐다는 내용 전해드렸죠.

그런데 육사 보통검찰부의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입수해 확인해보니, 가해 생도는 38차례에 걸쳐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4학년 생도는 생활관 등에서 식사 등을 이유로 이동할 때 자신의 팔짱을 끼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피해 생도는 한 명이 아닌 3명이었습니다.

원치 않는 신체접촉은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한 달 넘게 이어졌는데, 공개된 공간에서 이뤄진 경우도 상당히 많았는데,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건 말고도 육사 생도들의 성범죄가 더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1년여간 3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6월엔 육사 생도가 아동 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두 달 뒤엔 또 다른 생도가 서울 시내에서 20대 여성을 강제추행했습니다.

만취 상태였던 해당 생도는 범행 직전 10대 청소년을 상대로도 강제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초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뒤 7차례나 협박한 생도가 적발됐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형사처벌을 면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범죄에 연루된 생도 중 3명은 이미 퇴교 처분됐고, 촬영물로 상대방을 협박한 1명은 장기근신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앵커]

생도 성범죄를 막을 방안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학내외 성범죄로 육사 생도들이 줄줄이 퇴교 조치를 당했단 말이죠.

왜 이런 일을 막지 못한 거죠?

[기자]

시스템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래픽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육사 생도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약 천 명 정도 됩니다.

대부분의 생활은 8명이 모인 분대 단위로 이뤄지는데요.

4학년인 분대장이 생활 지휘를 합니다만, 아무래도 합숙 생활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육사는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소령급 훈육관을 8명, 대위급 훈육장교를 16명 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훈육관이나 훈육장교가 20명 넘게 있었지만,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성범죄를 예방할 교육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재작년부터 양성평등 과목이 개설돼서 1학년 1학기에 필수적으로 배우고 있는데요.

올해도 4월 초까지 생도 대상 교육만 9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범행이 일어났다는 건 결국, 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대목입니다.

[앵커]

육사 성범죄에 주목하는 건, 아무래도 이들이 우리 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육사를 졸업하면 가까운 미래에 군 지휘관이 될 사람들이죠.

육사 생도들의 양성평등이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병사 등 군 구성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육사는 성범죄 관련 신고를 지금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성인지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미 지난 2013년 생도 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때 육사에서 내놨던 대책과 큰 차이는 없는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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