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얼음정수기 ‘7년 특허전쟁’ 최종 승자는?

입력 2021.06.22 (19:23) 수정 2021.06.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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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집에서 얼음정수기 쓰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10여 년 전 시중에 등장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친숙한 제품이죠.

냉수와 온수에 얼음까지 나와 집에서도 시원하게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요즘 홈카페족에게 인기인데요.

오늘은 이 얼음정수기 특허를 두고 굴지의 정수기 업체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7년 넘게 벌이고 있는 특허 분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방금 말한 대로 친숙한 제품이고 또 여러 업체에서 출시돼서 얼음정수기에 특허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특허 분쟁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얼음정수기 기술이 정확히는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및 장치'라는 특허인데요.

이 특허를 청호나이스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신들이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 '이과수'라는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처음 선보인 기술인데, 코웨이가 2012년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듬해인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청호나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코웨이에 관련 제품 설비를 폐기하고 무려 1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소송 규모가 엄청난데, 7년을 끌어 온 분쟁이라고 하는 걸 보면 코웨이가 가만있지 않았군요?

[기자]

네, 이후 코웨이는 특허심판원에 청호나이스의 특허발명에 대한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권 침해로 100억 원을 배상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이걸 뒤집기 위해 아예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 겁니다.

청호나이스 특허는 앞서 나온 발명과 비교할 때 진보성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특허로 보호할 만큼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앞선 발명이 있다고 해도 해당 기술이 쉽게 발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웨이, 포기하지 않고 그 뒤로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당한 코웨이가 계속 지기만 한 거잖아요?

특허법원으로 간 사건, 반전이 있었나요?

[기자]

네, 연패를 거듭했던 코웨이, 드디어 승소합니다.

특허법원은 선행 발명에 비춰 청호나이스의 특허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자 청호나이스는 이 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발명 내용과 설계도면을 구체화하는 등 특허 내용 일부를 변경하는 정정청구를 특허심판원에 내면서 대응했고요.

이를 이유로 대법원은 "확정된 정정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심리하라"며 지난 2017년 특허법원에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최근 특허법원 재판부는 정정된 기술의 진보성이 인정된다며 특허를 가지고 있는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 얼음정수기 분쟁의 핵심은 특허 기술이 '진보성이 있느냐'인 것 같은데,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한 건가요?

[기자]

네, 특허법원 재판부는 얼음정수기 특허가 일반적인 기술자가 쉽게 따라 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요소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구성과 작동 방식이 선행 발명과 차이가 있다고 봤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청호나이스가 발명 내용과 설계도면 같은 특허 일부를 정정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코웨이가 이 정정과정에서 명세서 기재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역시 특허법의 기재요건을 충족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대법원까지 갔다가 다시 특허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건데 이 특허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7년을 끌어 온 사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일단 특허 무효와 관련한 재판은 코웨이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거고요.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서는 앞서 1심에서 코웨이가 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씀드렸는데, 특허 무효 소송이 끝나야 2심이 진행됩니다.

코웨이 측도 최근 판결은 특허 '무효'에 관한 건으로 특허 침해 여부와는 무관한 판결이고, 또 특허 침해 소송도 이미 2012년에 단종된 정수기에 대한 것이어서 현재 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대법원 상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길고 긴 특허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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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팀장] 얼음정수기 ‘7년 특허전쟁’ 최종 승자는?
    • 입력 2021-06-22 19:23:52
    • 수정2021-06-22 20:14:55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 들고 나오셨나요?

[기자]

집에서 얼음정수기 쓰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10여 년 전 시중에 등장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제는 친숙한 제품이죠.

냉수와 온수에 얼음까지 나와 집에서도 시원하게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특히 요즘 홈카페족에게 인기인데요.

오늘은 이 얼음정수기 특허를 두고 굴지의 정수기 업체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7년 넘게 벌이고 있는 특허 분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방금 말한 대로 친숙한 제품이고 또 여러 업체에서 출시돼서 얼음정수기에 특허가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특허 분쟁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얼음정수기 기술이 정확히는 '증발기로 제빙과 동시에 냉수를 얻을 수 있는 냉온정수시스템 및 장치'라는 특허인데요.

이 특허를 청호나이스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청호나이스가 코웨이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신들이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 '이과수'라는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처음 선보인 기술인데, 코웨이가 2012년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듬해인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청호나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코웨이에 관련 제품 설비를 폐기하고 무려 1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앵커]

소송 규모가 엄청난데, 7년을 끌어 온 분쟁이라고 하는 걸 보면 코웨이가 가만있지 않았군요?

[기자]

네, 이후 코웨이는 특허심판원에 청호나이스의 특허발명에 대한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특허권 침해로 100억 원을 배상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이걸 뒤집기 위해 아예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한 겁니다.

청호나이스 특허는 앞서 나온 발명과 비교할 때 진보성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특허로 보호할 만큼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앞선 발명이 있다고 해도 해당 기술이 쉽게 발명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코웨이, 포기하지 않고 그 뒤로 대전에 있는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당한 코웨이가 계속 지기만 한 거잖아요?

특허법원으로 간 사건, 반전이 있었나요?

[기자]

네, 연패를 거듭했던 코웨이, 드디어 승소합니다.

특허법원은 선행 발명에 비춰 청호나이스의 특허에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자 청호나이스는 이 판결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에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발명 내용과 설계도면을 구체화하는 등 특허 내용 일부를 변경하는 정정청구를 특허심판원에 내면서 대응했고요.

이를 이유로 대법원은 "확정된 정정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심리하라"며 지난 2017년 특허법원에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최근 특허법원 재판부는 정정된 기술의 진보성이 인정된다며 특허를 가지고 있는 청호나이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 얼음정수기 분쟁의 핵심은 특허 기술이 '진보성이 있느냐'인 것 같은데,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한 건가요?

[기자]

네, 특허법원 재판부는 얼음정수기 특허가 일반적인 기술자가 쉽게 따라 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요소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구성과 작동 방식이 선행 발명과 차이가 있다고 봤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청호나이스가 발명 내용과 설계도면 같은 특허 일부를 정정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코웨이가 이 정정과정에서 명세서 기재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역시 특허법의 기재요건을 충족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앵커]

대법원까지 갔다가 다시 특허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건데 이 특허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되는 건가요?

[기자]

네, 7년을 끌어 온 사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습니다.

일단 특허 무효와 관련한 재판은 코웨이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거고요.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서는 앞서 1심에서 코웨이가 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씀드렸는데, 특허 무효 소송이 끝나야 2심이 진행됩니다.

코웨이 측도 최근 판결은 특허 '무효'에 관한 건으로 특허 침해 여부와는 무관한 판결이고, 또 특허 침해 소송도 이미 2012년에 단종된 정수기에 대한 것이어서 현재 사업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대법원 상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길고 긴 특허전쟁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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