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반중’ 홍콩 매체 문 닫는다…중국 입김 작용?

입력 2021.06.23 (18:06) 수정 2021.06.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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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홍콩에서 20년 넘게 소식을 전하던 한 언론사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됐습니다.

중국의 입김에 홍콩의 언론의 자유, 나아가 경제적 자유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 봅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언론사, 이름은 '빈과일보'입니다.

유명한 신문인가요?

[기자]

네, 빈과는 영어로 사과입니다.

'사과일보'인 거죠.

역사는 짧습니다.

1995년 홍콩에서 창간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는 홍콩에서 가장 많이 읽힌 유료 신문일 정도로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는 신문이었습니다.

조금은 선정적인 기사도 많았고, 다른 한편으론 '홍콩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기사'도 많이 써 와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문입니다.

[앵커]

갑자기 문을 닫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홍콩 수사 당국이 일주일 전에 이 빈과일보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후 편집장 등 5명을 긴급 체포했고, 우리 돈 26억 원 규모, 빈과일보와 관련된 회사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문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몬 겁니다.

[앵커]

홍콩 당국은 왜 그랬나요?

[기자]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들 살펴봤더니요.

홍콩의 비민주적 조치, 타이완과의 비자 면제 관련 갈등, 언론의 자유와 법치.

최근 기사가 중국과 홍콩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를 비판하는 기사 일색입니다.

[앵커]

아, 반중 성격 매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언론사의 논조가 수사 혐의가 되나요?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중국이 홍콩과 관련해 만든 새 법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인데, 내용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이 뼈대를 이룹니다.

빈과일보 편집장 기소 이유도 '외세와 결탁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겁니다.

사실 빈과일보는 지난해 이 법 시행 이후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 왔습니다.

광고 수입이 줄면서 발행 부수도 절반 이하.

사주인 지미 라이, 이 사람이 '반중국' 활동으로 유명한데, 개인 자산도 동결됐고, 반중 집회에 참여했다가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입니다.

결국 미·중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중국이 아닌 미국을 편드는 신문으로 찍혔다는 게 진짜 이유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이제 홍콩에서 반중 목소리 내기가 더 어려워지겠군요?

[기자]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번 주 기사에서 '무소식은 나쁜 소식이다'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미디어 압박에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에 반대하면 경제적으로 압박한다는 방침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빈과일보 기사로도 언급된 홍콩과 타이완의 대치 상황이 상징적입니다.

홍콩 정부가 체류 비자 연장과 관련해 타이완 공관 직원들에게 '하나의 중국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타이완 직원들은 거부했고, 결국 홍콩 정부는 비자 연장 안 해 줬거든요.

홍콩 정부는 이미 지난달에 타이완 주재 공관을 폐쇄했고, 타이완 공관 직원은 한 명만 남아 있습니다.

사실상 단교 수순인 거죠.

[앵커]

타이완과 홍콩은 경제적으로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텐데요?

[기자]

홍콩은 중국으로 가는 중간재와 자본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금융 서비스도 편하고, 항만 서비스도 좋고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상당수가 이 홍콩의 항구를 통해 본토로 이동합니다.

타이완도 마찬가집니다.

만약 이 길이 끊긴다면 경제 교류, 그러니까 기업 간 거래, 민간 교류, 다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홍콩 정부의 결정 뒤에는 베이징의 지시가 있었다"고 홍콩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앵커]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경고가 홍콩을 통해서 실현되고 있다는 뜻인가요?

[기자]

네, 상황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더나 백신 250만 회분을 타이완에 제공했거든요.

타이완 인구가 2천4백만 정도니까, 인구의 5% 이상이 접종할 수 있는 막대한 양입니다.

미국이 mRNA 백신을 이렇게 대량으로 지원한 건 이례적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외교적으로 타이완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TSMC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1위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죠.

최근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 자동차 반도체는 물론 첨단 반도체 공급의 정점에 있는 타이완 회사인데,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짓겠다 선언하는 등 최근 중국보다 미국 쪽 공급망에 더 밀착해 왔거든요.

이 반도체 수급 지원 차원일 수도 있단 겁니다.

미·중 분쟁의 와중에 타이완이 자국 회사 TSMC처럼 경제적인 선택의 순간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양자택일, 남 일처럼만 들리지 않는데요.

중국의 압박도,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계획도 멈출 것 같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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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반중’ 홍콩 매체 문 닫는다…중국 입김 작용?
    • 입력 2021-06-23 18:06:07
    • 수정2021-06-23 18:15:28
    통합뉴스룸ET
[앵커]

홍콩에서 20년 넘게 소식을 전하던 한 언론사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됐습니다.

중국의 입김에 홍콩의 언론의 자유, 나아가 경제적 자유마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 봅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언론사, 이름은 '빈과일보'입니다.

유명한 신문인가요?

[기자]

네, 빈과는 영어로 사과입니다.

'사과일보'인 거죠.

역사는 짧습니다.

1995년 홍콩에서 창간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는 홍콩에서 가장 많이 읽힌 유료 신문일 정도로 인지도도 있고, 인기도 있는 신문이었습니다.

조금은 선정적인 기사도 많았고, 다른 한편으론 '홍콩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기사'도 많이 써 와서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문입니다.

[앵커]

갑자기 문을 닫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홍콩 수사 당국이 일주일 전에 이 빈과일보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후 편집장 등 5명을 긴급 체포했고, 우리 돈 26억 원 규모, 빈과일보와 관련된 회사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문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몬 겁니다.

[앵커]

홍콩 당국은 왜 그랬나요?

[기자]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들 살펴봤더니요.

홍콩의 비민주적 조치, 타이완과의 비자 면제 관련 갈등, 언론의 자유와 법치.

최근 기사가 중국과 홍콩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를 비판하는 기사 일색입니다.

[앵커]

아, 반중 성격 매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언론사의 논조가 수사 혐의가 되나요?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기자]

지난해 중국이 홍콩과 관련해 만든 새 법이 하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인데, 내용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이 뼈대를 이룹니다.

빈과일보 편집장 기소 이유도 '외세와 결탁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는 겁니다.

사실 빈과일보는 지난해 이 법 시행 이후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 왔습니다.

광고 수입이 줄면서 발행 부수도 절반 이하.

사주인 지미 라이, 이 사람이 '반중국' 활동으로 유명한데, 개인 자산도 동결됐고, 반중 집회에 참여했다가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입니다.

결국 미·중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중국이 아닌 미국을 편드는 신문으로 찍혔다는 게 진짜 이유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이제 홍콩에서 반중 목소리 내기가 더 어려워지겠군요?

[기자]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번 주 기사에서 '무소식은 나쁜 소식이다'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한 미디어 압박에 그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에 반대하면 경제적으로 압박한다는 방침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좀 전에 빈과일보 기사로도 언급된 홍콩과 타이완의 대치 상황이 상징적입니다.

홍콩 정부가 체류 비자 연장과 관련해 타이완 공관 직원들에게 '하나의 중국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타이완 직원들은 거부했고, 결국 홍콩 정부는 비자 연장 안 해 줬거든요.

홍콩 정부는 이미 지난달에 타이완 주재 공관을 폐쇄했고, 타이완 공관 직원은 한 명만 남아 있습니다.

사실상 단교 수순인 거죠.

[앵커]

타이완과 홍콩은 경제적으로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텐데요?

[기자]

홍콩은 중국으로 가는 중간재와 자본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금융 서비스도 편하고, 항만 서비스도 좋고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상당수가 이 홍콩의 항구를 통해 본토로 이동합니다.

타이완도 마찬가집니다.

만약 이 길이 끊긴다면 경제 교류, 그러니까 기업 간 거래, 민간 교류, 다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홍콩 정부의 결정 뒤에는 베이징의 지시가 있었다"고 홍콩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앵커]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경고가 홍콩을 통해서 실현되고 있다는 뜻인가요?

[기자]

네, 상황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더나 백신 250만 회분을 타이완에 제공했거든요.

타이완 인구가 2천4백만 정도니까, 인구의 5% 이상이 접종할 수 있는 막대한 양입니다.

미국이 mRNA 백신을 이렇게 대량으로 지원한 건 이례적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외교적으로 타이완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TSMC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1위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죠.

최근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 자동차 반도체는 물론 첨단 반도체 공급의 정점에 있는 타이완 회사인데,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짓겠다 선언하는 등 최근 중국보다 미국 쪽 공급망에 더 밀착해 왔거든요.

이 반도체 수급 지원 차원일 수도 있단 겁니다.

미·중 분쟁의 와중에 타이완이 자국 회사 TSMC처럼 경제적인 선택의 순간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양자택일, 남 일처럼만 들리지 않는데요.

중국의 압박도,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계획도 멈출 것 같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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