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멈춘’ 섬진강 사람들…원인도 보상도 ‘제자리’
입력 2021.06.24 (12:40)
수정 2021.06.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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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전북 남원에선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근처 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졸지에 삶터와 일터를 다 잃었습니다.
폭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람 탓이었는지, 주민들은 알고 싶지만, 지금도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그 날로 시간이 멈춘 사람들, 오정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8일, 83살 노인은 허리춤 위로 밀려드는 물을 맨발로 헤쳐 피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저기서 터졌어, 물이. 여기 둑이 조금 높잖아. 그리 못 가고 우리 집으로 바로 들어와 버렸어."]
흙탕을 씻어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 달 50만 원으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다시 이전 삶을 꾸릴 수 없었던 겁니다.
["(아직 축축하네요.) 이걸 내가 깔았고, 스티로폼 깔아서 안 말라서 그렇지."]
위로금과 재난지원금 4백만 원을 받았지만, 바닥을 뜯어 보일러를 고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돈이 있어야 이걸 고치지. 밑에 걸. 못 고쳤어, 이걸."]
비료 한 포대가 아쉬워, 떠내려간 걸 주워놨는데 지금까지 못 쓰고 있습니다.
["(작년 퇴비인 거예요?) 저 멀리 가있는 것까지 찾아오고."]
딸기와 수박을 키웠던 농부도 땅을 놀리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네 동을 다시 지으려면 자기부담금 2천4백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두 해째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김종민/수해민 : "없는 상황에서 하우스를 짓지 못하죠. (가족 생계는 어떻게.) 힘들고 막막하죠. 헤어나올 순 없고 참..."]
집을 고치고 농사를 짓기 위해 보상을 먼저 요구해봤지만, 정부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제방이 왜 무너졌는지, 댐 방류 탓인지, 제방이 약했는지, 제방 턱이 낮았던 건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빨리 원인을 밝히면 되는데, 하세월입니다.
정부 수해조사위는 주민대표를 뺐다가 파행됐고, 그렇게 원인 조사를 맡길 곳을 정하는 데만 넉 달을 썼습니다.
올 봄에 나올 거라던 중간 결과는 또 미뤄지고 있습니다.
원인 규명도, 합당한 보상도 못 한 채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그래픽:최희태
지난해 전북 남원에선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근처 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졸지에 삶터와 일터를 다 잃었습니다.
폭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람 탓이었는지, 주민들은 알고 싶지만, 지금도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그 날로 시간이 멈춘 사람들, 오정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8일, 83살 노인은 허리춤 위로 밀려드는 물을 맨발로 헤쳐 피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저기서 터졌어, 물이. 여기 둑이 조금 높잖아. 그리 못 가고 우리 집으로 바로 들어와 버렸어."]
흙탕을 씻어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 달 50만 원으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다시 이전 삶을 꾸릴 수 없었던 겁니다.
["(아직 축축하네요.) 이걸 내가 깔았고, 스티로폼 깔아서 안 말라서 그렇지."]
위로금과 재난지원금 4백만 원을 받았지만, 바닥을 뜯어 보일러를 고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돈이 있어야 이걸 고치지. 밑에 걸. 못 고쳤어, 이걸."]
비료 한 포대가 아쉬워, 떠내려간 걸 주워놨는데 지금까지 못 쓰고 있습니다.
["(작년 퇴비인 거예요?) 저 멀리 가있는 것까지 찾아오고."]
딸기와 수박을 키웠던 농부도 땅을 놀리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네 동을 다시 지으려면 자기부담금 2천4백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두 해째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김종민/수해민 : "없는 상황에서 하우스를 짓지 못하죠. (가족 생계는 어떻게.) 힘들고 막막하죠. 헤어나올 순 없고 참..."]
집을 고치고 농사를 짓기 위해 보상을 먼저 요구해봤지만, 정부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제방이 왜 무너졌는지, 댐 방류 탓인지, 제방이 약했는지, 제방 턱이 낮았던 건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빨리 원인을 밝히면 되는데, 하세월입니다.
정부 수해조사위는 주민대표를 뺐다가 파행됐고, 그렇게 원인 조사를 맡길 곳을 정하는 데만 넉 달을 썼습니다.
올 봄에 나올 거라던 중간 결과는 또 미뤄지고 있습니다.
원인 규명도, 합당한 보상도 못 한 채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그래픽: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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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6-24 12:40:23
- 수정2021-06-24 12: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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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북 남원에선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근처 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졸지에 삶터와 일터를 다 잃었습니다.
폭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람 탓이었는지, 주민들은 알고 싶지만, 지금도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그 날로 시간이 멈춘 사람들, 오정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8일, 83살 노인은 허리춤 위로 밀려드는 물을 맨발로 헤쳐 피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저기서 터졌어, 물이. 여기 둑이 조금 높잖아. 그리 못 가고 우리 집으로 바로 들어와 버렸어."]
흙탕을 씻어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 달 50만 원으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다시 이전 삶을 꾸릴 수 없었던 겁니다.
["(아직 축축하네요.) 이걸 내가 깔았고, 스티로폼 깔아서 안 말라서 그렇지."]
위로금과 재난지원금 4백만 원을 받았지만, 바닥을 뜯어 보일러를 고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돈이 있어야 이걸 고치지. 밑에 걸. 못 고쳤어, 이걸."]
비료 한 포대가 아쉬워, 떠내려간 걸 주워놨는데 지금까지 못 쓰고 있습니다.
["(작년 퇴비인 거예요?) 저 멀리 가있는 것까지 찾아오고."]
딸기와 수박을 키웠던 농부도 땅을 놀리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네 동을 다시 지으려면 자기부담금 2천4백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두 해째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김종민/수해민 : "없는 상황에서 하우스를 짓지 못하죠. (가족 생계는 어떻게.) 힘들고 막막하죠. 헤어나올 순 없고 참..."]
집을 고치고 농사를 짓기 위해 보상을 먼저 요구해봤지만, 정부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제방이 왜 무너졌는지, 댐 방류 탓인지, 제방이 약했는지, 제방 턱이 낮았던 건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빨리 원인을 밝히면 되는데, 하세월입니다.
정부 수해조사위는 주민대표를 뺐다가 파행됐고, 그렇게 원인 조사를 맡길 곳을 정하는 데만 넉 달을 썼습니다.
올 봄에 나올 거라던 중간 결과는 또 미뤄지고 있습니다.
원인 규명도, 합당한 보상도 못 한 채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그래픽:최희태
지난해 전북 남원에선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근처 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은 졸지에 삶터와 일터를 다 잃었습니다.
폭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사람 탓이었는지, 주민들은 알고 싶지만, 지금도 원인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그 날로 시간이 멈춘 사람들, 오정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8월 8일, 83살 노인은 허리춤 위로 밀려드는 물을 맨발로 헤쳐 피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저기서 터졌어, 물이. 여기 둑이 조금 높잖아. 그리 못 가고 우리 집으로 바로 들어와 버렸어."]
흙탕을 씻어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 달 50만 원으로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에 다시 이전 삶을 꾸릴 수 없었던 겁니다.
["(아직 축축하네요.) 이걸 내가 깔았고, 스티로폼 깔아서 안 말라서 그렇지."]
위로금과 재난지원금 4백만 원을 받았지만, 바닥을 뜯어 보일러를 고칠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장순규/수해민 : "돈이 있어야 이걸 고치지. 밑에 걸. 못 고쳤어, 이걸."]
비료 한 포대가 아쉬워, 떠내려간 걸 주워놨는데 지금까지 못 쓰고 있습니다.
["(작년 퇴비인 거예요?) 저 멀리 가있는 것까지 찾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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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네 동을 다시 지으려면 자기부담금 2천4백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두 해째 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김종민/수해민 : "없는 상황에서 하우스를 짓지 못하죠. (가족 생계는 어떻게.) 힘들고 막막하죠. 헤어나올 순 없고 참..."]
집을 고치고 농사를 짓기 위해 보상을 먼저 요구해봤지만, 정부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제방이 왜 무너졌는지, 댐 방류 탓인지, 제방이 약했는지, 제방 턱이 낮았던 건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빨리 원인을 밝히면 되는데, 하세월입니다.
정부 수해조사위는 주민대표를 뺐다가 파행됐고, 그렇게 원인 조사를 맡길 곳을 정하는 데만 넉 달을 썼습니다.
올 봄에 나올 거라던 중간 결과는 또 미뤄지고 있습니다.
원인 규명도, 합당한 보상도 못 한 채 또다시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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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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