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금으로 투기판…지식산업센터에 무슨 일?

입력 2021.06.25 (06:38) 수정 2021.06.2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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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천억 원의 나랏돈이 들어간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게 웃돈을 노린 분양권까지 거래되고 있고 센터 입주가 필요한 실수요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 홍보관입니다.

은행 대출받기 힘든 요즘, 분양가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깁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지금은 규제가 생겼잖아요. 살짝 피해 가는 게 좋거든요./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에서 1% 금리로 해서 (대출) 지원을 해주게 돼 있어요. 중소기업을 위한 육성자금이라고 해서…."]

이 직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운영해야 입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하지만 사업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세무서 가서 IT 쪽 업체로 신청하려고 한다. 내년에 할 것이라고 하면 사업자를 내줍니다. (안 나오면 어떻게 돼요?) 100% 다 나와요. 저희 아내도 나왔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면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 지원을 받고 재산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도 감면됩니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투자 상품으로 추천되고 있고 분양만 받아 오면 입주기업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무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 "700만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7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입주의향서를 가지고 와서 임대가 다 맞춰져 있다(고 하면서)."]

게다가 전매 제한조차 없어, 분양권 거래마저 손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임대를 찾으시는 거예요, 전매 물건을 찾으시는 거예요? 대표님이 오늘도 전매 하나 하시고 지금 세무서 가셔서."]

사실상 투기판이 된 것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7년 76건에서 지난해 140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사이 분양가와 임대료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입주할 곳을 찾고 있는 기업들은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 "문정동이 (지식산업센터) 700~800만 원대 분양가였는데 지금은 2000만 원까지 올라갔으니까. 예전에는 지식산업센터 물건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니까 그 가격에도 안 팔렸거든요."]

지식산업센터 분양 공고부터 설립 승인까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냐는 식입니다.

[경기 ○○시 담당 공무원/음성변조 :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분양을) 받아가지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분양사무소에서) 그렇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건 기자한테 처음 들었거든요."]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천200여 곳.

최근 4년 동안 정부의 대출 지원만 5천억 원 넘게 이뤄졌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조은경/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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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자금으로 투기판…지식산업센터에 무슨 일?
    • 입력 2021-06-25 06:38:35
    • 수정2021-06-25 06: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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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천억 원의 나랏돈이 들어간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게 웃돈을 노린 분양권까지 거래되고 있고 센터 입주가 필요한 실수요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지식산업센터 분양 홍보관입니다.

은행 대출받기 힘든 요즘, 분양가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며 투자를 부추깁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지금은 규제가 생겼잖아요. 살짝 피해 가는 게 좋거든요./ (지식산업센터는) 정부에서 1% 금리로 해서 (대출) 지원을 해주게 돼 있어요. 중소기업을 위한 육성자금이라고 해서…."]

이 직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운영해야 입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

하지만 사업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직원/음성변조 : "세무서 가서 IT 쪽 업체로 신청하려고 한다. 내년에 할 것이라고 하면 사업자를 내줍니다. (안 나오면 어떻게 돼요?) 100% 다 나와요. 저희 아내도 나왔고."]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면 정책자금을 통해 대출 지원을 받고 재산세와 취득세 등 각종 세금도 감면됩니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투자 상품으로 추천되고 있고 분양만 받아 오면 입주기업을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무소까지 등장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 "700만 원을 투자해서 한 달에 7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요. 입주의향서를 가지고 와서 임대가 다 맞춰져 있다(고 하면서)."]

게다가 전매 제한조차 없어, 분양권 거래마저 손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임대를 찾으시는 거예요, 전매 물건을 찾으시는 거예요? 대표님이 오늘도 전매 하나 하시고 지금 세무서 가셔서."]

사실상 투기판이 된 것입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7년 76건에서 지난해 140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사이 분양가와 임대료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입주할 곳을 찾고 있는 기업들은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대표 : "문정동이 (지식산업센터) 700~800만 원대 분양가였는데 지금은 2000만 원까지 올라갔으니까. 예전에는 지식산업센터 물건 자체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니까 그 가격에도 안 팔렸거든요."]

지식산업센터 분양 공고부터 설립 승인까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지만 어느 나라 이야기냐는 식입니다.

[경기 ○○시 담당 공무원/음성변조 :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분양을) 받아가지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분양사무소에서) 그렇게 얘기하고 다닌다는 건 기자한테 처음 들었거든요."]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모두 천200여 곳.

최근 4년 동안 정부의 대출 지원만 5천억 원 넘게 이뤄졌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조은경/영상편집:양의정/그래픽:김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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