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부대’를 아시나요?…태백중 전교생이 학도병

입력 2021.06.25 (09:59) 수정 2021.06.25 (10: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6.25 전쟁 당시 자원 입대한 학도병들은 어리고, 정규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군번도, 계급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은 학도병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강원도 태백의 태백중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일 학교 학생들로 부대 하나를 꾸려 참전한 '태백부대' 용사들의 얘기를 하초희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70년의 세월을 머금어 누렇게 빛이 바래버린 흑백사진들.

6.25 전쟁 때 태백중학교 학생 부대원들의 모습입니다.

16살 학도병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내 키가 155cm에요. 그 당시때. 그러니까 총이 땅에 끌리니까 못 들잖아요. 그걸 보던 연대장이 '안 되겠다' 부관을 부르더니 '총 바꿔줘라'."]

부대원은 127명.

당시 태백에 살던 남학생들이 자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단일 학교 학생들로 중대급 부대 하나가 꾸려졌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군번과 이등병 계급을 부여받았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전교생이나 다름없죠. 여학생 빼니까. '내 고향 내가 지킨다'하는 뜻에서 나간 겁니다."]

육군 3사단 백골부대에 배속돼 양구 가칠봉 전투, 고성 간성 쑥고개 전투 등 격전지를 누볐습니다.

중공군에게 포위된 정규군을 구출하고, 고지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주목적이 뭐면 '인민군 나오는 거 생포해라. 그 다음에 적 탄약고 폭파해라' 임무를 그런 걸 받았어요."]

이 과정에서 동창이고, 친구였던 전우 18명을 잃었습니다.

눈 앞에서 떠나보낸 친동생 같았던 전우의 모습은 아직도 가슴에 맺혀 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형 집에 가면, 울 어머니 아버지한테 나 잘 싸우다 죽었다 이야기해주고, 담배는 우리 아버지 가져다주고 양말은 우리 어머니 가져다 달라' 그 부탁하면서, 눈을 감더라고."]

태백부대원 127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19명.

태백중학교 후배들은 학교 안에 기념관과 충혼탑을 세우고, 선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 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태백부대’를 아시나요?…태백중 전교생이 학도병
    • 입력 2021-06-25 09:59:52
    • 수정2021-06-25 10:03:23
    930뉴스
[앵커]

6.25 전쟁 당시 자원 입대한 학도병들은 어리고, 정규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군번도, 계급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은 학도병들이 있었는데요.

바로 강원도 태백의 태백중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일 학교 학생들로 부대 하나를 꾸려 참전한 '태백부대' 용사들의 얘기를 하초희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70년의 세월을 머금어 누렇게 빛이 바래버린 흑백사진들.

6.25 전쟁 때 태백중학교 학생 부대원들의 모습입니다.

16살 학도병은 이제 아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내 키가 155cm에요. 그 당시때. 그러니까 총이 땅에 끌리니까 못 들잖아요. 그걸 보던 연대장이 '안 되겠다' 부관을 부르더니 '총 바꿔줘라'."]

부대원은 127명.

당시 태백에 살던 남학생들이 자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단일 학교 학생들로 중대급 부대 하나가 꾸려졌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합니다.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군번과 이등병 계급을 부여받았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전교생이나 다름없죠. 여학생 빼니까. '내 고향 내가 지킨다'하는 뜻에서 나간 겁니다."]

육군 3사단 백골부대에 배속돼 양구 가칠봉 전투, 고성 간성 쑥고개 전투 등 격전지를 누볐습니다.

중공군에게 포위된 정규군을 구출하고, 고지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주목적이 뭐면 '인민군 나오는 거 생포해라. 그 다음에 적 탄약고 폭파해라' 임무를 그런 걸 받았어요."]

이 과정에서 동창이고, 친구였던 전우 18명을 잃었습니다.

눈 앞에서 떠나보낸 친동생 같았던 전우의 모습은 아직도 가슴에 맺혀 있습니다.

[이용연/태백중학교 학도병 : "'형 집에 가면, 울 어머니 아버지한테 나 잘 싸우다 죽었다 이야기해주고, 담배는 우리 아버지 가져다주고 양말은 우리 어머니 가져다 달라' 그 부탁하면서, 눈을 감더라고."]

태백부대원 127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19명.

태백중학교 후배들은 학교 안에 기념관과 충혼탑을 세우고, 선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 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