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를 넘다…中, 하이난섬 면세점으로 돌파구

입력 2021.06.26 (22:23) 수정 2021.06.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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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면세점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워하는게 있다는데요.

바로 중국의 하이난 면세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객이 줄어든 것보다 하이난 면세점의 거침없는 성장세가 훨씬 위협적이라는 얘긴데요,

실제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이 우리나라 면세점을 포함해 세계 면세 업계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렸던 시기에, 매출 세계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 이랑 특파원이 하이난도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닷가를 끼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자, 중국 서남단 끝자락, 하이난 섬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이곳엔 해변만큼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CDF 싼야 시내 면세점입니다.

개장 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려우스위 : "어제 칭다오에서 왔는데요. 여기와서 주로 놀고 쇼핑도 하러 왔어요."]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객들이 12만 제곱미터 초대형 면세점 안으로 앞다퉈 들어갑니다.

각 매장마다 구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특히 고가품 코너엔 밀려드는 손님에 온종일 줄이 짧아지지 않을 정돕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매출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면세품그룹은 우리돈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면세시장 순위 4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겁니다.

기록적인 매출 달성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해외에 나가지 못한 중국인들이 대신 중국 하이난에서 폭발적인 소비에 나선 겁니다.

[예/관광객 : "이전에는 한국면세점에 가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챙겨드렸지만, 지금은 한국에 갈 수 없으니 여기서 샀어요. 면세점에 오면 항상 사드렸어요."]

한국 화장품 매장도 덕분에 손님맞이에 분주합니다.

[려우시엔 : "우리 자매들 몇몇이 모두 사용하는 건데요. 이 매장에 바로 와서 이집 물건을 샀어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한 건 중국 정부의 각종 지원책입니다.

우선 1인당 면세 한도를 대폭 늘렸습니다.

원래 3만 위안, 514만 원 정도였던 것을 지난해 7월 10만 위안, 1,700여만 원으로 3배 이상 높였습니다.

매출 급등 덕에 유명 브랜드들까지 앞다퉈 직영점을 열면서 입점 브랜드가 크게 늘어났고 이는 또 다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양린/CDF 싼야 시내 면세점 유한회사 판매 매니저 : "새로운 정책 이후 주류 브랜드도 많이 들어왔고 전자제품, 향수·화장품도 다수 입점했습니다. 비싼 상품이 잘 팔리고 있어요."]

중국은 여기에 하이난에 다녀온 사람들 누구나 6개월 동안 온라인 면세점에서 추가 구매도 가능하도록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습니다.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주문하면 택배로 물건을 보내주는 식입니다.

이처럼 중국 당국과 지방 정부가 공세적인 정책을 펴는 이유는, 움츠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로 중국도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 중국내 면세 산업을 키워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쓸 돈을 하이난에서 쓰게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펑페이/하이난성 성장 : "올해 1분기 우리 면세 쇼핑 성장은 가속화돼 하루 평균 쇼핑액이 1억5000만 위안(약 261억 원)을 넘었습니다. 올해는 (매출을) 2배로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차 목표가 내수 진작이라면, 중국은 코로나 이후의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하이난섬 전체를 면세 구역으로 지정하고, 중국인과 해외 관광객을 위한 거대한 쇼핑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이난 섬 북쪽 하이커우,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내년 가을 하이난에 문을 여는 또 다른 면세점입니다.

기존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CDF 싼야 시내 면세점보다 8배 정도 더 큽니다.

여기에 경주차, 일본 캐릭터 관련 관광 테마파크까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리주유엔/중국여행사협회MICE위원회 사무총장 : "면세점의 비과세 정책에서 더 많은 개방적인 정책들이 나오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은 롯데가 37.1%, 신라가 39.1%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입은 타격과 중국 면세점의 추격이 겹치면서 우리 면세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중국은 하이난 섬을 국제 소비 중심지로 키우려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하이난에서 이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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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위기’를 넘다…中, 하이난섬 면세점으로 돌파구
    • 입력 2021-06-26 22:23:54
    • 수정2021-06-26 22:35:56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국내 면세점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워하는게 있다는데요.

바로 중국의 하이난 면세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객이 줄어든 것보다 하이난 면세점의 거침없는 성장세가 훨씬 위협적이라는 얘긴데요,

실제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이 우리나라 면세점을 포함해 세계 면세 업계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몰렸던 시기에, 매출 세계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 이랑 특파원이 하이난도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닷가를 끼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자, 중국 서남단 끝자락, 하이난 섬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이곳엔 해변만큼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CDF 싼야 시내 면세점입니다.

개장 시간까지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려우스위 : "어제 칭다오에서 왔는데요. 여기와서 주로 놀고 쇼핑도 하러 왔어요."]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객들이 12만 제곱미터 초대형 면세점 안으로 앞다퉈 들어갑니다.

각 매장마다 구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가운데, 특히 고가품 코너엔 밀려드는 손님에 온종일 줄이 짧아지지 않을 정돕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매출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면세품그룹은 우리돈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면세시장 순위 4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겁니다.

기록적인 매출 달성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해외에 나가지 못한 중국인들이 대신 중국 하이난에서 폭발적인 소비에 나선 겁니다.

[예/관광객 : "이전에는 한국면세점에 가서 가족들에게 하나씩 챙겨드렸지만, 지금은 한국에 갈 수 없으니 여기서 샀어요. 면세점에 오면 항상 사드렸어요."]

한국 화장품 매장도 덕분에 손님맞이에 분주합니다.

[려우시엔 : "우리 자매들 몇몇이 모두 사용하는 건데요. 이 매장에 바로 와서 이집 물건을 샀어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한 건 중국 정부의 각종 지원책입니다.

우선 1인당 면세 한도를 대폭 늘렸습니다.

원래 3만 위안, 514만 원 정도였던 것을 지난해 7월 10만 위안, 1,700여만 원으로 3배 이상 높였습니다.

매출 급등 덕에 유명 브랜드들까지 앞다퉈 직영점을 열면서 입점 브랜드가 크게 늘어났고 이는 또 다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양린/CDF 싼야 시내 면세점 유한회사 판매 매니저 : "새로운 정책 이후 주류 브랜드도 많이 들어왔고 전자제품, 향수·화장품도 다수 입점했습니다. 비싼 상품이 잘 팔리고 있어요."]

중국은 여기에 하이난에 다녀온 사람들 누구나 6개월 동안 온라인 면세점에서 추가 구매도 가능하도록 파격적인 지원책도 내놨습니다.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주문하면 택배로 물건을 보내주는 식입니다.

이처럼 중국 당국과 지방 정부가 공세적인 정책을 펴는 이유는, 움츠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로 중국도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 중국내 면세 산업을 키워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쓸 돈을 하이난에서 쓰게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펑페이/하이난성 성장 : "올해 1분기 우리 면세 쇼핑 성장은 가속화돼 하루 평균 쇼핑액이 1억5000만 위안(약 261억 원)을 넘었습니다. 올해는 (매출을) 2배로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차 목표가 내수 진작이라면, 중국은 코로나 이후의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앞으로 하이난섬 전체를 면세 구역으로 지정하고, 중국인과 해외 관광객을 위한 거대한 쇼핑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이난 섬 북쪽 하이커우,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내년 가을 하이난에 문을 여는 또 다른 면세점입니다.

기존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CDF 싼야 시내 면세점보다 8배 정도 더 큽니다.

여기에 경주차, 일본 캐릭터 관련 관광 테마파크까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리주유엔/중국여행사협회MICE위원회 사무총장 : "면세점의 비과세 정책에서 더 많은 개방적인 정책들이 나오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은 롯데가 37.1%, 신라가 39.1% 줄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입은 타격과 중국 면세점의 추격이 겹치면서 우리 면세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중국은 하이난 섬을 국제 소비 중심지로 키우려는 목표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하이난에서 이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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