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우리 동네는 안 돼”…월배차량기지 갈등 해법은?

입력 2021.06.28 (19:17) 수정 2021.06.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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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저 퀴즈 하나 내보겠습니다.

운전하지 않는 차를 세워두는 곳, 주차장이죠.

그러면 운행을 마친 열차들이 가는 곳, 어디일까요?

바로 철도차량기지입니다.

열차들의 집이자, 고장난 곳이 있으면 수리를 받는 병원 같은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서 열차의 정비나 청소, 검사 등을 하기 때문에 도시철도 운영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입니다.

대구 지역에는 현재 4곳의 철도차량기지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최근 월배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배차량기지는 지난 1997년 조성됐는데, 당시에는 이 일대가 논밭이었죠.

하지만 2천년대 들어 택지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변은 말 그대로 아파트 숲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대구 지역 철도차량기지 중 유일하게 중정비가 이뤄지는 곳이다보니 소음과 진동, 분진 피해가 심해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졌고요,

차량기지 노후화로 이전 검토가 논의된 겁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이전하게 되냐, 지난주 월배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대구시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됐죠.

우여곡절 끝에 안심차량기지 통합 이전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기봉/대구시 철도시설과장 : "대수선 비용하고 통합 관리함으로 해서 이원화돼있던 차량기지를 일원화할 수 있어서 그에 대한 비용 절감 효과까지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심기지는 다른 이전 후보지들보다 경제성과 주변 여건, 열차운영 효율성이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통합 이전될 경우, 안심기지 면적은 지금보다 20% 가량 커지게 되는데요,

대구시는 타당성 검토와 시의회 의결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이전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안심 지역 주민들의 반발입니다.

월배차량기지 이전도 결국 주민 피해 때문에 추진하게 됐는데, 월배 주민은 피해 입으면 안되고, 안심 주민은 피해 입어도 되냐, 이런 반발 커지고 있습니다.

[임숙이/동구 안심3동 주민 : "안심연료단지로 지금까지 많은 피해,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안심차량기지가 들어옴으로 인해서 앞으로 더 이상 발전할 희망이 없습니다."]

안심기지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 소음과 분진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주민 설명회와 같은 의견 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갈수록 커지는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대구에서 차량기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오는 2027년 개통 예정인 엑스코선 역시 차량기지 선정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발표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차량기지 위치가 불로동이었지만,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동구 봉무IC 부지가 차량기지로 유력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역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 기지 확정을 앞두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주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있는데, 구로차량기지를 비롯해 방화차량기지, 창동차량기지 등이 대표적으로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기지 부지를 잘 활용해 개발 동력으로 삼은 곳들도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신정차량기지의 경우 차량기지 일부를 콘크리트로 덮어 인공 대지를 만들어 그 위에 아파트를 올렸고요.

서울 군자차량기지도 부지 위에 골프연습장을 지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도봉과 수서차량기지 등에도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임대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해외에도 참고할만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니시다이역에서는 인근 차량기지 상부를 개발해 주택 단지와 공원을 조성했는데요,

내진 보강공사로 소음, 진동 피해를 최소화해 만족도가 비교적 높다고 합니다.

홍콩 쿨롱베이 차량기지 역시 시설 부지를 민간에게 임대해 쇼핑 센터와 영화관 등 부동산 개발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윤대식/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 "다른 개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센티브 같은 것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되고 차량 기지 내부 시설들을 주민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해당 지역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개발 동력을 만드는 등 실질적인 보완책도 함께 뒷받침돼야 주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명하고 충분한 정보 제공도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겠죠.

도시철도는 도시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지만, 정작 차량기지는 혐오시설로 외면받고 있는 현실,

우리 동네는 안 된다, 무조건적인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오히려 해당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제 3의 길'을 찾는 것도 그 지역의 몫일 겁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인푸름·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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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맥] “우리 동네는 안 돼”…월배차량기지 갈등 해법은?
    • 입력 2021-06-28 19:17:16
    • 수정2021-06-28 20:50:55
    뉴스7(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저 퀴즈 하나 내보겠습니다.

운전하지 않는 차를 세워두는 곳, 주차장이죠.

그러면 운행을 마친 열차들이 가는 곳, 어디일까요?

바로 철도차량기지입니다.

열차들의 집이자, 고장난 곳이 있으면 수리를 받는 병원 같은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에서 열차의 정비나 청소, 검사 등을 하기 때문에 도시철도 운영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입니다.

대구 지역에는 현재 4곳의 철도차량기지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최근 월배차량기지 이전 문제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월배차량기지는 지난 1997년 조성됐는데, 당시에는 이 일대가 논밭이었죠.

하지만 2천년대 들어 택지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변은 말 그대로 아파트 숲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대구 지역 철도차량기지 중 유일하게 중정비가 이뤄지는 곳이다보니 소음과 진동, 분진 피해가 심해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이어졌고요,

차량기지 노후화로 이전 검토가 논의된 겁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이전하게 되냐, 지난주 월배차량기지 이전에 대한 대구시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발표됐죠.

우여곡절 끝에 안심차량기지 통합 이전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기봉/대구시 철도시설과장 : "대수선 비용하고 통합 관리함으로 해서 이원화돼있던 차량기지를 일원화할 수 있어서 그에 대한 비용 절감 효과까지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심기지는 다른 이전 후보지들보다 경제성과 주변 여건, 열차운영 효율성이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통합 이전될 경우, 안심기지 면적은 지금보다 20% 가량 커지게 되는데요,

대구시는 타당성 검토와 시의회 의결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이전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안심 지역 주민들의 반발입니다.

월배차량기지 이전도 결국 주민 피해 때문에 추진하게 됐는데, 월배 주민은 피해 입으면 안되고, 안심 주민은 피해 입어도 되냐, 이런 반발 커지고 있습니다.

[임숙이/동구 안심3동 주민 : "안심연료단지로 지금까지 많은 피해,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안심차량기지가 들어옴으로 인해서 앞으로 더 이상 발전할 희망이 없습니다."]

안심기지 인근에 아파트 단지들이 있어 소음과 분진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주민 설명회와 같은 의견 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갈수록 커지는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대구에서 차량기지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오는 2027년 개통 예정인 엑스코선 역시 차량기지 선정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발표된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는 차량기지 위치가 불로동이었지만,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동구 봉무IC 부지가 차량기지로 유력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역시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데, 기지 확정을 앞두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주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있는데, 구로차량기지를 비롯해 방화차량기지, 창동차량기지 등이 대표적으로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기지 부지를 잘 활용해 개발 동력으로 삼은 곳들도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신정차량기지의 경우 차량기지 일부를 콘크리트로 덮어 인공 대지를 만들어 그 위에 아파트를 올렸고요.

서울 군자차량기지도 부지 위에 골프연습장을 지어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도봉과 수서차량기지 등에도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임대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해외에도 참고할만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니시다이역에서는 인근 차량기지 상부를 개발해 주택 단지와 공원을 조성했는데요,

내진 보강공사로 소음, 진동 피해를 최소화해 만족도가 비교적 높다고 합니다.

홍콩 쿨롱베이 차량기지 역시 시설 부지를 민간에게 임대해 쇼핑 센터와 영화관 등 부동산 개발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윤대식/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 : "다른 개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센티브 같은 것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판단되고 차량 기지 내부 시설들을 주민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봅니다."]

해당 지역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개발 동력을 만드는 등 실질적인 보완책도 함께 뒷받침돼야 주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투명하고 충분한 정보 제공도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겠죠.

도시철도는 도시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지만, 정작 차량기지는 혐오시설로 외면받고 있는 현실,

우리 동네는 안 된다, 무조건적인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오히려 해당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제 3의 길'을 찾는 것도 그 지역의 몫일 겁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이병민/그래픽:인푸름·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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