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주식 중독으로 3억 날린 정신과 의사…“이렇게 벗어났다”

입력 2021.06.29 (18:11) 수정 2021.06.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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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6월29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10629&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반듯한 좌표 안에 주가지수가 요동칩니다. 지켜보는 이의 심장도 덩달아 출렁입니다. 오르면 오른 대로 내리면 내린 대로 요즘 주식 때문에 밤잠 설치는 분들 많으시죠. 주식에 빠져서 전 재산을 날린 정신과 의사가 본인의 경험에 바탕한 주식 중독 탈출법 전도사로 나섰습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함께하겠습니다. 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주식으로 지옥의 맛을 봤다, 이런 고백을 하셨던데. 주식 투자 시작한 게 언제세요?

[답변]
제가 2011년 딱 되면서 딱 31살에 전문의가 됐는데 그때 저희 어머니가 이제 전문의가 되었으니 저한테 털어놔 주셨는데 우리 집이 생각보다 돈이 없다, 너한테 물려줄 건 빚밖에 없다, 그러니까 네가 네 힘으로 결혼자금 대고 네가 네 힘으로 집 사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내 월급만 가지고는 서울에 집 사는 건 어림도 없겠다, 그래서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011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이후에 많은 굴곡진 경험들이 있었잖아요. 생애주기처럼 생애주식기라는 나름의 개인 차트를 만들어 오셨던데. 보니까요, 정말 그래프가 롤러코스터를 타네요. 먼저 시작은 어땠어요?

[답변]
시작은 좋았습니다. 시작은 제가 한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을 넣었는데 100% 수익이 났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앵커]
어떤 종목을 사셨길래 그렇게 좋았을까요?

[답변]
2011년에 삼성전자가 7월 정도로 기억을 하는데요. 삼성전자가 그때 액면 분할 전에 60만 원까지 떨어졌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름에 60만 원에 사가지고, 그걸 한 2,500만 원어칠 사서 한 11월 정도에 110만 원일 때 팔았습니다. 거의 100% 이득을 본 거죠, 수익을 본 거죠.

[앵커]
주식 초보자로서 그렇게 투자 수익을 냈으니까 나 이거 천재 아닌가? 이런 생각도 좀 하셨겠네요.

[답변]
나 고수네, 나 주식 잘하네, 나 이제 더 해도 되겠네, 이렇게 자만심에 빠지게 되었죠.

[앵커]
그렇게 더 하다가 보니까 바로 그래프가 곤두박질을 치는데 이때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답변]
제가 2,500만 원 투자해서 100%를 벌었으니까 1억을 넣으면 2억이 되겠네, 나 그럴 수 있겠네란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서,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해서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 정도를 만들어가지고 A 회사 주식에 올인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식을 사자마자 몇 달 뒤에 회장님이랑 부회장님이 둘 다 구속이 되셨어요.

[앵커]
주가가 확 떨어졌겠네요?

[답변]
폭락을 했죠. 2년 넘게 기다렸는데도 주가가 회복이 안 되고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계속 제가 홀딩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마이너스 60% 되니까 제가 완전히 손절을 하고 난 주식이 안 맞는 사람이구나, 난 더 이상 주식을 하면 안 되겠다, 원래 본업에 집중하자, 원래 정신과 의사로 돌아가자 이래가지고 미국 여행을 갔다가 명상도 배우고 힐링도 하고 대자연 앞에서 반성도 하고 나는 다시금 주식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한국에 2015년에 돌아옵니다.

[앵커]
그런데 그렇게 주식에 손을 뗐다가도 남들 수익 나는 거 보면 또다시 하게 되잖아요.

[답변]
제가 미국에 갔다 와서 2015년 3월에 서울대학병원에서 다시 시작을 하고 열심히 주식은 안 하고 본업만 하는데 갑자기 제가 팔았던, 60% 손해 봤던 회장님이 부회장님이 사면이 된 거예요.

[앵커]
그럼 다시 주가 오르는 거 아니에요?

[답변]
미친 듯이 폭등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이게 사람이 자책을 하기 시작하면 욕망으로부터 자기의 뇌를 통제할 수가 없어요. 정말 명상하면서 이렇게 훈련을 하고 절대 내가 돈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했는데도, 내가 그때 이거 갖고만 있었으면 1억이 될 수 있었는데, 갖고만 있었으면 이거 회복되고도 남았는데 이런 자책감과 자기 불신, 결과론에 빠진 건데. 이런 인지적 오류가 저를 다시금 주식을 하게 함정에 빠뜨린 거죠.

[앵커]
그때 무슨 돈으로 주식을 하셨어요? 빚내셨어요?

[답변]
그때 제가 열심히 지방에서 페이 닥터 해서 모은 돈 그리고 서울대 앞에 제가 의사 면허증을 맡기고 최대 대출 한도가 1억이라 해서 제 전 재산하고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영끌해서 모은 돈 다 해가지고 2, 3종목에 올인을 하게 됩니다. 정치 테마주, 위험한 주, 장외 주식 이런 거에 4, 5% 수익이 아니라 100%, 200% 크게 수익을 볼 수 있는 정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눈이 멀어가지고 정말 위험한 주식에 올인을 하게 되죠.

[앵커]
그래서 결과는요?

[답변]
마이너스 79% 맞았습니다.

[앵커]
마이너스 79%요?

[답변]
1년 만에 2015년에 올인을 했다가 2016년 말까지 사고팔고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은 2016년 말에 제가 본전이 4억 원이 돼 있어야 되는데 남아 있는 주식 계좌에 돈이 8,000만 원 정도밖에 없었어요.

[앵커]
처절한 투자의 강을 건너서 결국 보통 우리가 계좌가 녹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열어보니까 얼마가 남아있던가요?

[답변]
빚밖에 안 남은 거죠. 4억이 돼 있어야 정상인데, 그게 본전인데. 8,000만 원밖에 안 남아서 1억 빚이 있으니까 오히려 결혼도 해야 되고 36살이니까 집도 사고 준비를 해야 되는데, 노후 대책을 해야 되는데 갖고 있는 게 빚밖에 없었던 거죠. 완전히 전 재산을 다 날렸던 상태였습니다, 2016년 말에.

[앵커]
보통 투자는 심리 게임이라고 하는데 멘탈 관리하기가 쉽지가 않으셨을 거 같아요, 당시에.

[답변]
이게 사실 사람들이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정신과 의사니까 저도 제가 멘탈을 관리할 수 있을 줄 알았고. 내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 멘탈을, 공황에 빠져도 내가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직접 전 재산을 날리는 경험을 하다 보면 인간이 끊임없는 자기에 대한 어떤 후회, 자책,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저도 공황장애랑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앵커]
공황장애요? 어떤 거예요?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요?

[답변]
어려울 거 없습니다. 주식 하게 되면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해볼 수 있는데 하한가 한번 맞아보면 다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돼요. 식은땀이 비 오듯 오고 너무 손이 떨려서 스마트폰으로 클릭도 못 하게 돼요. 벌벌벌 떨리고 이게 현실인가 아닌가 분간도 안 되고 앞에 시야가 뿌얘지고 숨이 안 쉬어지고 이런 증상을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앵커]
본업이 정신과 의사인데 이 정도면 치료가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셨을 거 같은데요.

[답변]
처음엔 몰랐어요. 처음에 몰랐는데 제가 2016년 말에 그런 어떤 바닥을 경험하면서 내가 상담이 필요하구나, 그렇게 해서 동료 의사들을 찾아갔었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았는데 문제는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전문가는 있었지만 주식 중독은 없었던 거예요. 주식 중독에 대한 전문가가 있었긴 했지만 저처럼 주식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 실패를 공감을 못 해주는 거예요.

[앵커]
그래서 스스로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주셨어요?

[답변]
저는 제일 처음으로 이거는 우선 분리를 해야 된다, 주식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 스스로 격리를 택했습니다. 너무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자극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되겠구나. 그래서 제가 주식 계좌를 일부러 다 닫았어요. 해지한 건 아니고 로그인 비밀번호를 5번 틀리면 지점에 가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비밀번호를 5번 틀리게 계좌를 막아놓고 안동으로 스스로 내려가게 됩니다. 왜냐면 안동이란 곳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내가 친구도 만나기 싫고. 왜냐면 저는 전 재산을 다 날렸는데 친구들은 다 잘 살고 의사, 변호사고, 결혼해서 애도 있고 이러니까 제가 너무 그게 보기 싫어서 카카오톡까지 탈퇴를 했어요. 모든 유혹과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을 택한 거죠.

[앵커]
몇 년 동안 고립하셨어요?

[답변]
1년 3개월 동안 안동에 있었습니다.

[앵커]
그 이후에 계좌를 한번 열어보고 싶은 유혹은 없으셨어요?

[답변]
그게 너무너무 열어보고 싶고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열어보면 다시 제가 또 중독에 빠질까 봐 금단증상, 2차 중독에 빠질까 봐 제가 1년 3개월 동안은 제가 맹세를 했어요. 안동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나 자신에 대한 약속으로 절대로 계좌를 열어보지 않겠다. 그리고 운동하고 본업에 집중하고 내 무너진 멘탈을 다시 회복하겠다, 이거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앵커]
나중에 계좌에 얼마 남았는지 확인 안 해보셨어요?

[답변]
2018년 3월에 확인했습니다.

[앵커]
얼마 있던가요?

[답변]
그때 8,000만 원밖에 없던 주식이 1년 3개월 정도 홀딩을 하니까 2억 5,000만 원이 돼 있었어요.

[앵커]
이렇게 지금 시청자분들 보면서 나도 혹시 주식 중독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계신 분들, 자가진단법 같은 거 있습니까?

[답변]
사실 중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내가 이 중독으로 인해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느냐,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과 이걸로 싸운 적이 있냐,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가족들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이걸로 인해서 트러블이 생긴 적이 있느냐, 이게 1번이고요. 두 번째는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느냐. 예를 들어서 내가 하루 종일 주식 투자 이거 본다고 지각이나 근태, 태만, 결근을 한 적이 있냐. 이런 것 때문에 직장을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이런 적이 있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이고요. 내가 빚을 내서 주식을 투자를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금요일에 장이 끝나잖아요. 월요일 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주말에 오히려 쉴 수가 없고 너무 불안하다든지. 이런 기준들에 몇 가지 해당된다면 주식 중독이 아닐까 한번 시그널을 의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진단이 나왔다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답변]
제가 했던 대로 해야죠. 첫 번째는 분리를 해야 됩니다. 이 유혹과 이 욕망으로부터 한 3개월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돼요. 3개월 동안 주식 창을 쳐다봐서도 안 되고요.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해서 계속 반복해서 되새김질을 해야 돼요. 왜냐면 그래야 두 번째 실패를 안 하거든요. 1단계는 분리고 두 번째는 자기 객관화가 돼야 됩니다. 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냐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절대 반성을 하지 않아요. 남 탓을 해요. 시장 때문에 망했다. 아니면 다른 사람 말 들어서 친구 때문에 내가 망했다. 결코 인정하지 않아요. 우리의 뇌라는 거는 우리의 어떤 전두엽과 변연계라는 거는 스스로를 이렇게 약간 변명해 주는 방어기선이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가 돼야 되고 스스로 인지적 교정을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돼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일기를 쓰고 자기 회계 공부를 해야 돼요. 가계부를 쓰고 내가 어떤 생산자인지 어떤 소비자인지를 알아야 됩니다. 그게 2단계고요. 마지막 3단계로써는 이제 실천을 해야죠. 내가 투자 회복을,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투자라는 건 하다 보면 실패를 할 수밖에 없어요.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멘탈을 다시 잡고 재도전을 해서 성공을 하느냐. 투자에 대한 면역력,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걸 위해선 루틴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일상을 통해서 멘탈을 가다듬어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 방법입니다.

[앵커]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법. 때로는 누군가의 성공담보다 이런 실패담이 더 큰 울림과 메시지를 준다는 거 오늘 원장님 말씀 들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네요. 솔직하게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박종석 원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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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9 18:11:45
    • 수정2021-06-29 19: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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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반듯한 좌표 안에 주가지수가 요동칩니다. 지켜보는 이의 심장도 덩달아 출렁입니다. 오르면 오른 대로 내리면 내린 대로 요즘 주식 때문에 밤잠 설치는 분들 많으시죠. 주식에 빠져서 전 재산을 날린 정신과 의사가 본인의 경험에 바탕한 주식 중독 탈출법 전도사로 나섰습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함께하겠습니다. 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주식으로 지옥의 맛을 봤다, 이런 고백을 하셨던데. 주식 투자 시작한 게 언제세요?

[답변]
제가 2011년 딱 되면서 딱 31살에 전문의가 됐는데 그때 저희 어머니가 이제 전문의가 되었으니 저한테 털어놔 주셨는데 우리 집이 생각보다 돈이 없다, 너한테 물려줄 건 빚밖에 없다, 그러니까 네가 네 힘으로 결혼자금 대고 네가 네 힘으로 집 사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제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내 월급만 가지고는 서울에 집 사는 건 어림도 없겠다, 그래서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011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이후에 많은 굴곡진 경험들이 있었잖아요. 생애주기처럼 생애주식기라는 나름의 개인 차트를 만들어 오셨던데. 보니까요, 정말 그래프가 롤러코스터를 타네요. 먼저 시작은 어땠어요?

[답변]
시작은 좋았습니다. 시작은 제가 한 2,500만 원에서 3,000만 원을 넣었는데 100% 수익이 났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앵커]
어떤 종목을 사셨길래 그렇게 좋았을까요?

[답변]
2011년에 삼성전자가 7월 정도로 기억을 하는데요. 삼성전자가 그때 액면 분할 전에 60만 원까지 떨어졌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여름에 60만 원에 사가지고, 그걸 한 2,500만 원어칠 사서 한 11월 정도에 110만 원일 때 팔았습니다. 거의 100% 이득을 본 거죠, 수익을 본 거죠.

[앵커]
주식 초보자로서 그렇게 투자 수익을 냈으니까 나 이거 천재 아닌가? 이런 생각도 좀 하셨겠네요.

[답변]
나 고수네, 나 주식 잘하네, 나 이제 더 해도 되겠네, 이렇게 자만심에 빠지게 되었죠.

[앵커]
그렇게 더 하다가 보니까 바로 그래프가 곤두박질을 치는데 이때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답변]
제가 2,500만 원 투자해서 100%를 벌었으니까 1억을 넣으면 2억이 되겠네, 나 그럴 수 있겠네란 생각이 들어서 여기저기서,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해서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 정도를 만들어가지고 A 회사 주식에 올인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식을 사자마자 몇 달 뒤에 회장님이랑 부회장님이 둘 다 구속이 되셨어요.

[앵커]
주가가 확 떨어졌겠네요?

[답변]
폭락을 했죠. 2년 넘게 기다렸는데도 주가가 회복이 안 되고 2012년부터 2014년 말까지 계속 제가 홀딩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 마이너스 60% 되니까 제가 완전히 손절을 하고 난 주식이 안 맞는 사람이구나, 난 더 이상 주식을 하면 안 되겠다, 원래 본업에 집중하자, 원래 정신과 의사로 돌아가자 이래가지고 미국 여행을 갔다가 명상도 배우고 힐링도 하고 대자연 앞에서 반성도 하고 나는 다시금 주식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한국에 2015년에 돌아옵니다.

[앵커]
그런데 그렇게 주식에 손을 뗐다가도 남들 수익 나는 거 보면 또다시 하게 되잖아요.

[답변]
제가 미국에 갔다 와서 2015년 3월에 서울대학병원에서 다시 시작을 하고 열심히 주식은 안 하고 본업만 하는데 갑자기 제가 팔았던, 60% 손해 봤던 회장님이 부회장님이 사면이 된 거예요.

[앵커]
그럼 다시 주가 오르는 거 아니에요?

[답변]
미친 듯이 폭등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이게 사람이 자책을 하기 시작하면 욕망으로부터 자기의 뇌를 통제할 수가 없어요. 정말 명상하면서 이렇게 훈련을 하고 절대 내가 돈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했는데도, 내가 그때 이거 갖고만 있었으면 1억이 될 수 있었는데, 갖고만 있었으면 이거 회복되고도 남았는데 이런 자책감과 자기 불신, 결과론에 빠진 건데. 이런 인지적 오류가 저를 다시금 주식을 하게 함정에 빠뜨린 거죠.

[앵커]
그때 무슨 돈으로 주식을 하셨어요? 빚내셨어요?

[답변]
그때 제가 열심히 지방에서 페이 닥터 해서 모은 돈 그리고 서울대 앞에 제가 의사 면허증을 맡기고 최대 대출 한도가 1억이라 해서 제 전 재산하고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영끌해서 모은 돈 다 해가지고 2, 3종목에 올인을 하게 됩니다. 정치 테마주, 위험한 주, 장외 주식 이런 거에 4, 5% 수익이 아니라 100%, 200% 크게 수익을 볼 수 있는 정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눈이 멀어가지고 정말 위험한 주식에 올인을 하게 되죠.

[앵커]
그래서 결과는요?

[답변]
마이너스 79% 맞았습니다.

[앵커]
마이너스 79%요?

[답변]
1년 만에 2015년에 올인을 했다가 2016년 말까지 사고팔고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은 2016년 말에 제가 본전이 4억 원이 돼 있어야 되는데 남아 있는 주식 계좌에 돈이 8,000만 원 정도밖에 없었어요.

[앵커]
처절한 투자의 강을 건너서 결국 보통 우리가 계좌가 녹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열어보니까 얼마가 남아있던가요?

[답변]
빚밖에 안 남은 거죠. 4억이 돼 있어야 정상인데, 그게 본전인데. 8,000만 원밖에 안 남아서 1억 빚이 있으니까 오히려 결혼도 해야 되고 36살이니까 집도 사고 준비를 해야 되는데, 노후 대책을 해야 되는데 갖고 있는 게 빚밖에 없었던 거죠. 완전히 전 재산을 다 날렸던 상태였습니다, 2016년 말에.

[앵커]
보통 투자는 심리 게임이라고 하는데 멘탈 관리하기가 쉽지가 않으셨을 거 같아요, 당시에.

[답변]
이게 사실 사람들이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정신과 의사니까 저도 제가 멘탈을 관리할 수 있을 줄 알았고. 내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 멘탈을, 공황에 빠져도 내가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직접 전 재산을 날리는 경험을 하다 보면 인간이 끊임없는 자기에 대한 어떤 후회, 자책,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저도 공황장애랑 우울증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앵커]
공황장애요? 어떤 거예요?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요?

[답변]
어려울 거 없습니다. 주식 하게 되면 누구나 한 번씩 경험해볼 수 있는데 하한가 한번 맞아보면 다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돼요. 식은땀이 비 오듯 오고 너무 손이 떨려서 스마트폰으로 클릭도 못 하게 돼요. 벌벌벌 떨리고 이게 현실인가 아닌가 분간도 안 되고 앞에 시야가 뿌얘지고 숨이 안 쉬어지고 이런 증상을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앵커]
본업이 정신과 의사인데 이 정도면 치료가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셨을 거 같은데요.

[답변]
처음엔 몰랐어요. 처음에 몰랐는데 제가 2016년 말에 그런 어떤 바닥을 경험하면서 내가 상담이 필요하구나, 그렇게 해서 동료 의사들을 찾아갔었어요. 그래서 상담을 받았는데 문제는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전문가는 있었지만 주식 중독은 없었던 거예요. 주식 중독에 대한 전문가가 있었긴 했지만 저처럼 주식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 실패를 공감을 못 해주는 거예요.

[앵커]
그래서 스스로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주셨어요?

[답변]
저는 제일 처음으로 이거는 우선 분리를 해야 된다, 주식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 스스로 격리를 택했습니다. 너무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자극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되겠구나. 그래서 제가 주식 계좌를 일부러 다 닫았어요. 해지한 건 아니고 로그인 비밀번호를 5번 틀리면 지점에 가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비밀번호를 5번 틀리게 계좌를 막아놓고 안동으로 스스로 내려가게 됩니다. 왜냐면 안동이란 곳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내가 친구도 만나기 싫고. 왜냐면 저는 전 재산을 다 날렸는데 친구들은 다 잘 살고 의사, 변호사고, 결혼해서 애도 있고 이러니까 제가 너무 그게 보기 싫어서 카카오톡까지 탈퇴를 했어요. 모든 유혹과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고립을 택한 거죠.

[앵커]
몇 년 동안 고립하셨어요?

[답변]
1년 3개월 동안 안동에 있었습니다.

[앵커]
그 이후에 계좌를 한번 열어보고 싶은 유혹은 없으셨어요?

[답변]
그게 너무너무 열어보고 싶고 너무너무 궁금했는데 열어보면 다시 제가 또 중독에 빠질까 봐 금단증상, 2차 중독에 빠질까 봐 제가 1년 3개월 동안은 제가 맹세를 했어요. 안동에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나 자신에 대한 약속으로 절대로 계좌를 열어보지 않겠다. 그리고 운동하고 본업에 집중하고 내 무너진 멘탈을 다시 회복하겠다, 이거에만 집중을 했습니다.

[앵커]
나중에 계좌에 얼마 남았는지 확인 안 해보셨어요?

[답변]
2018년 3월에 확인했습니다.

[앵커]
얼마 있던가요?

[답변]
그때 8,000만 원밖에 없던 주식이 1년 3개월 정도 홀딩을 하니까 2억 5,000만 원이 돼 있었어요.

[앵커]
이렇게 지금 시청자분들 보면서 나도 혹시 주식 중독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계신 분들, 자가진단법 같은 거 있습니까?

[답변]
사실 중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내가 이 중독으로 인해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느냐,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과 이걸로 싸운 적이 있냐,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가족들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이걸로 인해서 트러블이 생긴 적이 있느냐, 이게 1번이고요. 두 번째는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느냐. 예를 들어서 내가 하루 종일 주식 투자 이거 본다고 지각이나 근태, 태만, 결근을 한 적이 있냐. 이런 것 때문에 직장을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이런 적이 있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이고요. 내가 빚을 내서 주식을 투자를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금요일에 장이 끝나잖아요. 월요일 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주말에 오히려 쉴 수가 없고 너무 불안하다든지. 이런 기준들에 몇 가지 해당된다면 주식 중독이 아닐까 한번 시그널을 의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앵커]
그렇게 해서 진단이 나왔다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답변]
제가 했던 대로 해야죠. 첫 번째는 분리를 해야 됩니다. 이 유혹과 이 욕망으로부터 한 3개월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돼요. 3개월 동안 주식 창을 쳐다봐서도 안 되고요. 그리고 그 실패에 대해서 계속 반복해서 되새김질을 해야 돼요. 왜냐면 그래야 두 번째 실패를 안 하거든요. 1단계는 분리고 두 번째는 자기 객관화가 돼야 됩니다. 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냐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절대 반성을 하지 않아요. 남 탓을 해요. 시장 때문에 망했다. 아니면 다른 사람 말 들어서 친구 때문에 내가 망했다. 결코 인정하지 않아요. 우리의 뇌라는 거는 우리의 어떤 전두엽과 변연계라는 거는 스스로를 이렇게 약간 변명해 주는 방어기선이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가 돼야 되고 스스로 인지적 교정을 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돼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일기를 쓰고 자기 회계 공부를 해야 돼요. 가계부를 쓰고 내가 어떤 생산자인지 어떤 소비자인지를 알아야 됩니다. 그게 2단계고요. 마지막 3단계로써는 이제 실천을 해야죠. 내가 투자 회복을,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투자라는 건 하다 보면 실패를 할 수밖에 없어요.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멘탈을 다시 잡고 재도전을 해서 성공을 하느냐. 투자에 대한 면역력,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걸 위해선 루틴의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일상을 통해서 멘탈을 가다듬어가는 게 굉장히 중요한 방법입니다.

[앵커]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투자법. 때로는 누군가의 성공담보다 이런 실패담이 더 큰 울림과 메시지를 준다는 거 오늘 원장님 말씀 들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네요. 솔직하게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박종석 원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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