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털어놨는데 ‘증거인멸’…대대장도 공모 혐의로 기소

입력 2021.07.02 (21:42) 수정 2021.07.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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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속봅니다.

故 이 중사는 평소 말이 잘 통했던 선임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이 선임이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됐고, 직속상관인 대대장도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지형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중사가 차량 안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3월 2일 밤.

이 중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맞선임 김 모 중사에게 전화해 "장 중사가 회식 갔다 오는 차 안에서 나를 추행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불과 몇 시간이 지난 다음 날 아침, 직접 만나 상의한 것도 김 중사였습니다.

평소 믿고 따랐기 때문인데, 이 중사는 남편에게도 "김 중사와 말이 통했고 사이 좋게 지냈다"고 말했었습니다.

이 중사는 김중사에게 이후에도 여러 차례 통화하며 성추행 피해뿐 아니라 다른 상관들의 2차 가해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김 중사는 이를 녹음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김 중사는 이를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오히려 2차 가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사 경찰 수사에선 통화 녹음을 제공하지 않았고, 국방부 합동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녹음 파일은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사의 직속상관인 대대장 김 중령은 김 중사가 파일을 삭제한 뒤 덮어쓰기를 통해 전자적으로 지우는 걸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김 중사와 김 중령 모두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일각에선 국방부 합수단의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방부는 2년 전 공군 여성 장교가 상관의 강요와 방조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나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공군 법무실 사람들과 함께 현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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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고 털어놨는데 ‘증거인멸’…대대장도 공모 혐의로 기소
    • 입력 2021-07-02 21:42:57
    • 수정2021-07-02 22: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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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속봅니다.

故 이 중사는 평소 말이 잘 통했던 선임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는데요.

이 선임이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됐고, 직속상관인 대대장도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지형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중사가 차량 안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3월 2일 밤.

이 중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맞선임 김 모 중사에게 전화해 "장 중사가 회식 갔다 오는 차 안에서 나를 추행했다"고 털어놓습니다.

불과 몇 시간이 지난 다음 날 아침, 직접 만나 상의한 것도 김 중사였습니다.

평소 믿고 따랐기 때문인데, 이 중사는 남편에게도 "김 중사와 말이 통했고 사이 좋게 지냈다"고 말했었습니다.

이 중사는 김중사에게 이후에도 여러 차례 통화하며 성추행 피해뿐 아니라 다른 상관들의 2차 가해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김 중사는 이를 녹음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김 중사는 이를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오히려 2차 가해 당사자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군사 경찰 수사에선 통화 녹음을 제공하지 않았고, 국방부 합동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녹음 파일은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사의 직속상관인 대대장 김 중령은 김 중사가 파일을 삭제한 뒤 덮어쓰기를 통해 전자적으로 지우는 걸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김 중사와 김 중령 모두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일각에선 국방부 합수단의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방부는 2년 전 공군 여성 장교가 상관의 강요와 방조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으나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공군 법무실 사람들과 함께 현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도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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