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을 바꾼 살아있는 별…김승옥 ‘무진기행’
입력 2021.07.12 (06:57)
수정 2021.07.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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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히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입니다.
작가가 24살에 쓴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의 물줄기를 바꿨을 뿐 아니라, 특유의 감각적이고 빼어난 문장으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죠.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여름의 초록을 머금은 갈대밭.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조금...)"]
2003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과 글을 잃고 회복 중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주 천천히, 필담으로 이뤄졌습니다.
["(무진기행이) 발표된 이후에 그때 반응 기억나세요? 독자들의 반응."]
["아, 좋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정말 최고라고..."]
명동, 술, 친구.
["(친구들이) 명동에서 술도 사주셨어요? 너무 좋다고? (어어)."]
["(무진은) 없는 도시잖아요, 실제로는. 이름을 왜 '무진'이라고 지으셨어요?"]
한반도 지도, 무진.
["전쟁을 겪은 한반도 전체를 담아서 '무진기행'을 쓰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무진기행' 쓰실 때 얼마나 걸리셨어요?"]
1964년 봄 3월→여름 7월 끝.
1964년, 24살 청년 김승옥이 넉 달 걸려 완성한 소설 <무진기행>은 한국 문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안개, 무진의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출세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만난 여성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전쟁 이후 역사와 이념에 짓눌려 있던 당시 문학계에서 개인의 꿈과 낭만, '자기 세계'를 전면에 등장시킵니다.
'감수성의 혁명'이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김승옥이란 지울 수 없는 이름 석 자를 새긴 순간입니다.
[정과리/문학 평론가 :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아, 너만의 세계가 있어' 라는 것을 딱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아, 그래. 나의 세계를 찾아가야지.' 그것이 1960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간 거예요."]
반세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 건 작가가 한글로 펼쳐 보여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1994년 인터뷰 :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소설을쓸 때마다 잉크로 쓰는 것 같지 않고 글을,자기 피를 짜서 글을 쓴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작가는 '무진기행'을 읽는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 김 작가, 뇌졸중 후유증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글 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박세준/그래픽:이근희 김은영/장소협조:순천문학관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히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입니다.
작가가 24살에 쓴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의 물줄기를 바꿨을 뿐 아니라, 특유의 감각적이고 빼어난 문장으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죠.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여름의 초록을 머금은 갈대밭.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조금...)"]
2003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과 글을 잃고 회복 중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주 천천히, 필담으로 이뤄졌습니다.
["(무진기행이) 발표된 이후에 그때 반응 기억나세요? 독자들의 반응."]
["아, 좋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정말 최고라고..."]
명동, 술, 친구.
["(친구들이) 명동에서 술도 사주셨어요? 너무 좋다고? (어어)."]
["(무진은) 없는 도시잖아요, 실제로는. 이름을 왜 '무진'이라고 지으셨어요?"]
한반도 지도, 무진.
["전쟁을 겪은 한반도 전체를 담아서 '무진기행'을 쓰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무진기행' 쓰실 때 얼마나 걸리셨어요?"]
1964년 봄 3월→여름 7월 끝.
1964년, 24살 청년 김승옥이 넉 달 걸려 완성한 소설 <무진기행>은 한국 문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안개, 무진의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출세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만난 여성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전쟁 이후 역사와 이념에 짓눌려 있던 당시 문학계에서 개인의 꿈과 낭만, '자기 세계'를 전면에 등장시킵니다.
'감수성의 혁명'이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김승옥이란 지울 수 없는 이름 석 자를 새긴 순간입니다.
[정과리/문학 평론가 :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아, 너만의 세계가 있어' 라는 것을 딱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아, 그래. 나의 세계를 찾아가야지.' 그것이 1960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간 거예요."]
반세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 건 작가가 한글로 펼쳐 보여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1994년 인터뷰 :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소설을쓸 때마다 잉크로 쓰는 것 같지 않고 글을,자기 피를 짜서 글을 쓴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작가는 '무진기행'을 읽는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 김 작가, 뇌졸중 후유증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글 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박세준/그래픽:이근희 김은영/장소협조:순천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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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히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입니다.
작가가 24살에 쓴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의 물줄기를 바꿨을 뿐 아니라, 특유의 감각적이고 빼어난 문장으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죠.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여름의 초록을 머금은 갈대밭.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조금...)"]
2003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과 글을 잃고 회복 중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주 천천히, 필담으로 이뤄졌습니다.
["(무진기행이) 발표된 이후에 그때 반응 기억나세요? 독자들의 반응."]
["아, 좋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정말 최고라고..."]
명동, 술, 친구.
["(친구들이) 명동에서 술도 사주셨어요? 너무 좋다고? (어어)."]
["(무진은) 없는 도시잖아요, 실제로는. 이름을 왜 '무진'이라고 지으셨어요?"]
한반도 지도, 무진.
["전쟁을 겪은 한반도 전체를 담아서 '무진기행'을 쓰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무진기행' 쓰실 때 얼마나 걸리셨어요?"]
1964년 봄 3월→여름 7월 끝.
1964년, 24살 청년 김승옥이 넉 달 걸려 완성한 소설 <무진기행>은 한국 문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안개, 무진의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출세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만난 여성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전쟁 이후 역사와 이념에 짓눌려 있던 당시 문학계에서 개인의 꿈과 낭만, '자기 세계'를 전면에 등장시킵니다.
'감수성의 혁명'이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김승옥이란 지울 수 없는 이름 석 자를 새긴 순간입니다.
[정과리/문학 평론가 :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아, 너만의 세계가 있어' 라는 것을 딱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아, 그래. 나의 세계를 찾아가야지.' 그것이 1960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간 거예요."]
반세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 건 작가가 한글로 펼쳐 보여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1994년 인터뷰 :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소설을쓸 때마다 잉크로 쓰는 것 같지 않고 글을,자기 피를 짜서 글을 쓴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작가는 '무진기행'을 읽는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 김 작가, 뇌졸중 후유증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글 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박세준/그래픽:이근희 김은영/장소협조:순천문학관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한국 문학 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히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입니다.
작가가 24살에 쓴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의 물줄기를 바꿨을 뿐 아니라, 특유의 감각적이고 빼어난 문장으로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죠.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여름의 초록을 머금은 갈대밭.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조금...)"]
2003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과 글을 잃고 회복 중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주 천천히, 필담으로 이뤄졌습니다.
["(무진기행이) 발표된 이후에 그때 반응 기억나세요? 독자들의 반응."]
["아, 좋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정말 최고라고..."]
명동, 술, 친구.
["(친구들이) 명동에서 술도 사주셨어요? 너무 좋다고? (어어)."]
["(무진은) 없는 도시잖아요, 실제로는. 이름을 왜 '무진'이라고 지으셨어요?"]
한반도 지도, 무진.
["전쟁을 겪은 한반도 전체를 담아서 '무진기행'을 쓰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무진기행' 쓰실 때 얼마나 걸리셨어요?"]
1964년 봄 3월→여름 7월 끝.
1964년, 24살 청년 김승옥이 넉 달 걸려 완성한 소설 <무진기행>은 한국 문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안개, 무진의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출세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만난 여성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전쟁 이후 역사와 이념에 짓눌려 있던 당시 문학계에서 개인의 꿈과 낭만, '자기 세계'를 전면에 등장시킵니다.
'감수성의 혁명'이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김승옥이란 지울 수 없는 이름 석 자를 새긴 순간입니다.
[정과리/문학 평론가 :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아, 너만의 세계가 있어' 라는 것을 딱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아, 그래. 나의 세계를 찾아가야지.' 그것이 1960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간 거예요."]
반세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 건 작가가 한글로 펼쳐 보여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1994년 인터뷰 :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소설을쓸 때마다 잉크로 쓰는 것 같지 않고 글을,자기 피를 짜서 글을 쓴다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작가는 '무진기행'을 읽는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편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 김 작가, 뇌졸중 후유증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글 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 박세준/그래픽:이근희 김은영/장소협조:순천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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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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