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쿠바 반정부시위 놓고 불거진 ‘네 탓’ 공방?

입력 2021.07.14 (10:49) 수정 2021.07.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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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산국가 쿠바에서 27년 만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제난과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데요.

시위 원인을 놓고 미국과 쿠바 정부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고, 주변 국가들까지 나서 한마디씩 거들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11일,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리를 행진하며 "대통령 퇴진"과 "자유 수호"를 외쳤는데요.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1994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 이후 무려 27년 만입니다.

시위대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웠지만,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진짜 이유는 극심한 경제난입니다.

[지오바니스 곤잘레스/시위대 : "국민은 집도 없는 빈털터리인데 정부는 호텔을 세울 돈을 가지고도 우리를 굶주리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쿠바 경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3년이래 최악의 수준입니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에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도 드러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대유행의 타격까지 더해졌습니다.

지난해 쿠바 경제는 마이너스 11% 역성장을 기록했는데요.

쿠바 전역에서는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매일같이 식료품을 구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쿠바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미셸 로드리게즈/시위대 : "경찰이 제 딸을 때렸습니다. 그저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이 시위를 과격하게 진압했다는 비판에 쿠바 정부는 오히려 상점 공격 등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또한, 시위 영상 공유 등으로 SNS를 통한 시위 동참 촉구가 확산하자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쿠바의 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경제를 제재하고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미겔 디아스카넬/쿠바 대통령 : "그들은 소셜미디어로 대대적인 선동을 벌여 불만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쿠바 시위의 원인은 명백히 쿠바 내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은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는 쿠바 국민을 굳건히 지지합니다. 쿠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나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럽연합과 멕시코 등 각국도 쿠바 시위를 놓고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유럽연합은 쿠바 국민은 평화롭게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며 시위를 지지했는데요.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 "쿠바 정부는 평화 시위를 허락하고, 불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면, 러시아와 멕시코 등은 미국 개입으로 인한 시위라며 쿠바를 두둔했습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대통령 : "쿠바를 돕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다수 국가가 요구하는 것처럼 쿠바에 대한 봉쇄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번 쿠바의 반정부 시위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스페인과 미국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공산정권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도 아바나 거리로 나와 맞불시위를 펼쳤는데요.

이번 시위가 쿠바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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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쿠바 반정부시위 놓고 불거진 ‘네 탓’ 공방?
    • 입력 2021-07-14 10:49:45
    • 수정2021-07-14 11: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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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산국가 쿠바에서 27년 만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경제난과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데요.

시위 원인을 놓고 미국과 쿠바 정부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고, 주변 국가들까지 나서 한마디씩 거들고 있습니다.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지난 11일,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리를 행진하며 "대통령 퇴진"과 "자유 수호"를 외쳤는데요.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1994년 피델 카스트로 정권 이후 무려 27년 만입니다.

시위대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웠지만,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진짜 이유는 극심한 경제난입니다.

[지오바니스 곤잘레스/시위대 : "국민은 집도 없는 빈털터리인데 정부는 호텔을 세울 돈을 가지고도 우리를 굶주리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쿠바 경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3년이래 최악의 수준입니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에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도 드러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대유행의 타격까지 더해졌습니다.

지난해 쿠바 경제는 마이너스 11% 역성장을 기록했는데요.

쿠바 전역에서는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매일같이 식료품을 구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겁니다.

쿠바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미셸 로드리게즈/시위대 : "경찰이 제 딸을 때렸습니다. 그저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이 시위를 과격하게 진압했다는 비판에 쿠바 정부는 오히려 상점 공격 등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또한, 시위 영상 공유 등으로 SNS를 통한 시위 동참 촉구가 확산하자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며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쿠바의 사회 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경제를 제재하고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미겔 디아스카넬/쿠바 대통령 : "그들은 소셜미디어로 대대적인 선동을 벌여 불만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쿠바 시위의 원인은 명백히 쿠바 내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은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는 쿠바 국민을 굳건히 지지합니다. 쿠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나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럽연합과 멕시코 등 각국도 쿠바 시위를 놓고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유럽연합은 쿠바 국민은 평화롭게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며 시위를 지지했는데요.

[호세프 보렐/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 "쿠바 정부는 평화 시위를 허락하고, 불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면, 러시아와 멕시코 등은 미국 개입으로 인한 시위라며 쿠바를 두둔했습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대통령 : "쿠바를 돕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다수 국가가 요구하는 것처럼 쿠바에 대한 봉쇄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번 쿠바의 반정부 시위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스페인과 미국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공산정권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도 아바나 거리로 나와 맞불시위를 펼쳤는데요.

이번 시위가 쿠바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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