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은 겨울 과일?”…제주에 부는 ‘하우스 바람’

입력 2021.07.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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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추운 겨울, 따끈한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 손끝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까먹는 새콤달콤한 과육. '겨울 하면 밀감, 밀감 하면 겨울'을 떠올릴 정도로, 감귤은 겨울 주전부리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주로 겨울철 과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귤은 요즘같이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먹을 수 있죠. 철모르고 자라는 '하우스 감귤' 덕분인데요.

제주에선 최근 야외에서 키우는 '노지 감귤'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고, 하우스 감귤 농가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온실 재배 방법은 주로 추운 지방에서 감귤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건데, 따뜻한 남쪽 제주에서 하우스 감귤 농가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매아 씨가 하우스 시설 내 감귤 나무의 열매를 솎아주고 있다. 겨울철에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다. 열매를 제거한 자리에는 새순이 돋는다.고매아 씨가 하우스 시설 내 감귤 나무의 열매를 솎아주고 있다. 겨울철에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다. 열매를 제거한 자리에는 새순이 돋는다.

'하우스 감귤'로 전환... 변덕스러운 기후 때문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서 35년 넘게 노지 감귤 농사를 지은 고매아 씨는 3년 전 비가림 시설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하우스 감귤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친정 어머니와, 결혼 후에도 온 가족이 함께 평생을 일궈온 노지 감귤밭을 전격 '시설 농사'로 바꾼 건, 최근 더 변덕스러워진 기후와 안정성 등 때문입니다.

밭에서 오롯이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 노지 감귤은 여름에는 잦은 태풍 등 고온다습한 환경과 병충해, 겨울에는 냉해 피해 등을 이겨내야 하는데요.

최근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과 안목도 고 씨가 '하우스 감귤'로의 전향을 결정하게 된 계기입니다.


고 씨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물건을 생산하려면 소과(小果) 위주로 가야 하는데, 적당한 크기에 맛도 좋은 소과 위주로 수확하려면 해거리(2년에 한 번 수확하는 것)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해에 열매를 너무 많이 맺으면 귤 나무도 힘이 약해져서, 이듬해에 곧바로 좋은 품질의 과실을 얻기가 어려운 까닭입니다.

이어 고 씨는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노지 감귤과는 초기 비용 면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만감류 등 하우스 감귤이 대세"라면서 "다른 귤보다는 해거리도 안 하고, 하우스 밀감이 안정적이라는 주변 농가의 조언을 받아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우스 감귤' 전환 농가 해마다 증가

제주에선 실제로 고 씨와 같은 이유로 노지 감귤에서 하우스 감귤로 전환하는 농가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그래픽] 제주지역 하우스 감귤 농가 수와 재배면적 변화. 제작: 서경환[그래픽] 제주지역 하우스 감귤 농가 수와 재배면적 변화. 제작: 서경환

제주도 통계를 보면 하우스 감귤 농가 수는 2016년 697호에서 지난해 887호로, 5년 사이 200여 곳 가까이 늘었습니다. 재배면적 역시 2016년 284헥타르에서 지난해 363헥타르로 27%가량 넓어졌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노지 감귤보다 하우스 감귤이 더 고가인 데다가, 농가 입장에서도 경제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감귤 업계와 관계 기관 등의 분석입니다.

[그래픽] 제주지역 감귤 재배 방법별 소득 추이. 노지 감귤의 소득은 1년 새 줄어든 반면, 하우스 감귤은 더 늘었고, 노지 감귤과 소득 차이가 크게는 8배 가까이 난다. 제작: 서경환[그래픽] 제주지역 감귤 재배 방법별 소득 추이. 노지 감귤의 소득은 1년 새 줄어든 반면, 하우스 감귤은 더 늘었고, 노지 감귤과 소득 차이가 크게는 8배 가까이 난다. 제작: 서경환

노지와 하우스 감귤의 최근 재배 농가 소득을 비교해봤습니다. 소득은 해당 연도에 발생한 총수입, 즉 조수입에서 필요 경비를 뺀 것을 말합니다.

노지 감귤의 경우 소득이 2018년 240만 원 선에서 2019년 160만 원대로 오히려 30%가량 줄었습니다.

이와 달리 하우스 감귤은 2018년 1,201만 원에서 이듬해 1,418만 원대로 18% 이상 늘었고, 노지 감귤보다도 소득이 4배에서 많게는 8배 정도 높았습니다.

하우스 감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은 모습하우스 감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은 모습

당도는?... '노지'보다 '하우스'가 더 높아

하우스 감귤은 당도가 12브릭스 이상 보장돼, 9브릭스 안팎의 노지 감귤보다 맛이 좋습니다. 온실에서 물, 온도 등 모든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키우기 때문에, 당도도 농가가 원하는 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출하 시기인 늦봄과 여름철에는 시중에 나오는 과일 종류가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시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름철 과일이 대체로 쉽게 무르기 쉬운 데 반해, 껍질이 단단한 편인 감귤은 선물 등으로도 수요가 있는 편입니다.

노지 감귤은 대체로 9월 말부터 다음 연도 2월 말까지 출하되고, 만감류는 2월부터 5월, 하우스 감귤은 4월에 시작해 9월까지 수확합니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노지 감귤밭서귀포시 남원읍의 노지 감귤밭

밭에서 물과 햇볕, 자연 바람에 자라는 노지 감귤과 비교하면 시설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초기 시설 투자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비쌉니다. 또 수시로 하우스 시설을 살펴야 해서, 농가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드는 등 단점도 뚜렷합니다.

제주도 감귤진흥과 관계자는 "겨울철에 이상 기후로 인한 농업재해가 발생하면서, 일부 농가들이 조금씩 노지에서 하우스 감귤로 전환하는 추세"라면서 "하우스 시설을 할 경우 노지 감귤보다는 소득이 조금 더 높아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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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귤은 겨울 과일?”…제주에 부는 ‘하우스 바람’
    • 입력 2021-07-15 11:09:22
    취재K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추운 겨울, 따끈한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 손끝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까먹는 새콤달콤한 과육. '겨울 하면 밀감, 밀감 하면 겨울'을 떠올릴 정도로, 감귤은 겨울 주전부리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주로 겨울철 과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귤은 요즘같이 푹푹 찌는 한여름에도 먹을 수 있죠. 철모르고 자라는 '하우스 감귤' 덕분인데요.

제주에선 최근 야외에서 키우는 '노지 감귤'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고, 하우스 감귤 농가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온실 재배 방법은 주로 추운 지방에서 감귤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건데, 따뜻한 남쪽 제주에서 하우스 감귤 농가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매아 씨가 하우스 시설 내 감귤 나무의 열매를 솎아주고 있다. 겨울철에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다. 열매를 제거한 자리에는 새순이 돋는다.
'하우스 감귤'로 전환... 변덕스러운 기후 때문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서 35년 넘게 노지 감귤 농사를 지은 고매아 씨는 3년 전 비가림 시설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하우스 감귤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친정 어머니와, 결혼 후에도 온 가족이 함께 평생을 일궈온 노지 감귤밭을 전격 '시설 농사'로 바꾼 건, 최근 더 변덕스러워진 기후와 안정성 등 때문입니다.

밭에서 오롯이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 노지 감귤은 여름에는 잦은 태풍 등 고온다습한 환경과 병충해, 겨울에는 냉해 피해 등을 이겨내야 하는데요.

최근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과 안목도 고 씨가 '하우스 감귤'로의 전향을 결정하게 된 계기입니다.


고 씨는 "소비자 입맛에 맞는 물건을 생산하려면 소과(小果) 위주로 가야 하는데, 적당한 크기에 맛도 좋은 소과 위주로 수확하려면 해거리(2년에 한 번 수확하는 것)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해에 열매를 너무 많이 맺으면 귤 나무도 힘이 약해져서, 이듬해에 곧바로 좋은 품질의 과실을 얻기가 어려운 까닭입니다.

이어 고 씨는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노지 감귤과는 초기 비용 면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만감류 등 하우스 감귤이 대세"라면서 "다른 귤보다는 해거리도 안 하고, 하우스 밀감이 안정적이라는 주변 농가의 조언을 받아서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우스 감귤' 전환 농가 해마다 증가

제주에선 실제로 고 씨와 같은 이유로 노지 감귤에서 하우스 감귤로 전환하는 농가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그래픽] 제주지역 하우스 감귤 농가 수와 재배면적 변화. 제작: 서경환
제주도 통계를 보면 하우스 감귤 농가 수는 2016년 697호에서 지난해 887호로, 5년 사이 200여 곳 가까이 늘었습니다. 재배면적 역시 2016년 284헥타르에서 지난해 363헥타르로 27%가량 넓어졌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노지 감귤보다 하우스 감귤이 더 고가인 데다가, 농가 입장에서도 경제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감귤 업계와 관계 기관 등의 분석입니다.

[그래픽] 제주지역 감귤 재배 방법별 소득 추이. 노지 감귤의 소득은 1년 새 줄어든 반면, 하우스 감귤은 더 늘었고, 노지 감귤과 소득 차이가 크게는 8배 가까이 난다. 제작: 서경환
노지와 하우스 감귤의 최근 재배 농가 소득을 비교해봤습니다. 소득은 해당 연도에 발생한 총수입, 즉 조수입에서 필요 경비를 뺀 것을 말합니다.

노지 감귤의 경우 소득이 2018년 240만 원 선에서 2019년 160만 원대로 오히려 30%가량 줄었습니다.

이와 달리 하우스 감귤은 2018년 1,201만 원에서 이듬해 1,418만 원대로 18% 이상 늘었고, 노지 감귤보다도 소득이 4배에서 많게는 8배 정도 높았습니다.

하우스 감귤이 주렁주렁 열매를 맺은 모습
당도는?... '노지'보다 '하우스'가 더 높아

하우스 감귤은 당도가 12브릭스 이상 보장돼, 9브릭스 안팎의 노지 감귤보다 맛이 좋습니다. 온실에서 물, 온도 등 모든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키우기 때문에, 당도도 농가가 원하는 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출하 시기인 늦봄과 여름철에는 시중에 나오는 과일 종류가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시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름철 과일이 대체로 쉽게 무르기 쉬운 데 반해, 껍질이 단단한 편인 감귤은 선물 등으로도 수요가 있는 편입니다.

노지 감귤은 대체로 9월 말부터 다음 연도 2월 말까지 출하되고, 만감류는 2월부터 5월, 하우스 감귤은 4월에 시작해 9월까지 수확합니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노지 감귤밭
밭에서 물과 햇볕, 자연 바람에 자라는 노지 감귤과 비교하면 시설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초기 시설 투자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비쌉니다. 또 수시로 하우스 시설을 살펴야 해서, 농가 입장에선 시간과 비용도 더 많이 드는 등 단점도 뚜렷합니다.

제주도 감귤진흥과 관계자는 "겨울철에 이상 기후로 인한 농업재해가 발생하면서, 일부 농가들이 조금씩 노지에서 하우스 감귤로 전환하는 추세"라면서 "하우스 시설을 할 경우 노지 감귤보다는 소득이 조금 더 높아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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