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아픔 넘어 주민 품으로…‘뜻밖의 예술’

입력 2021.07.15 (19:22) 수정 2021.07.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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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과거 성 착취 공간에서 문화 예술촌으로 거듭난 동네. 전주 노송동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주민과 행정, 예술인들이 머리를 맞댄 지난 7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전주 노송동 '뜻밖의 예술촌'으로 함께 가보시죠.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 착취의 그늘과 아픔을 간직한 동네.

60여 년 동안 내려앉은 어둠이 걷히고, 동네 곳곳에서 문화 예술의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이 살던 판자촌 동네.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복잡하고 좁았던 골목길.

고생길은 이제 추억이 됐습니다.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골목길이) 좁았죠. 겨우 이 정도. 손수레 하나 간신히 끌고 다녔어요. 높은 동네라서 물이 여름에는 안 나와. 가물었다 하면. 안 나오면 대야를 들고 밑에 내려가서 길어다 먹고. 고생 엄청 많이 했죠."]

옛 전주역이 있었던 동네.

["(어머님,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가 옛날에 철도길이었요. 그런데 지금은 전주농협있죠? 그 앞에 갈비집 바로 앞에 거기예요. 저기가 기린봉이고. 여기가 버드나무가 엄청 많았어요."]

주민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술관.

그래서 첫 전시회는 동네와 주민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주민들이 기증한 사진을 전시하고,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사진) 달라고 하니까 못난 얼굴이지만 '가져가서 해보려면 해보세요' 했더니 이렇게 멋있게 꾸며놨네."]

안내와 해설도 주민이 직접 합니다.

[전은경/전시회 안내자/전주시 노송동 주민 : "'뜻밖의 미술관'이 생긴다고 해서 여기 시민분들이 참여하시는 공간에서. 다 같이 한다고 해서 저도 한번 참여를 해보고 싶었어요."]

성매매 업소가 모여 있어 폐쇄적이었던 곳.

이제는 주민들에게 돌아온 소통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이 공간이 누군가를 쫓아내기 위한 혹은 누군가를 강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모습으로써 미술이 작동하는 게 아니고 미술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관계 회복이 다양한 대화를 만드는 어떤 시도들을 할 예정인데요."]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방마다 동네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신일중학교 136명의 학생들이 노송동하면 생각나는 게 무엇이냐에 대한 글을 썼고요. 이걸 작가가 그대로 목화, 나무에 파서 이렇게 전시를 한 겁니다."]

노송동의 그늘진 역사인 성매매 공간을 박물관으로 고쳐 썼습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이 장소가 어떤 곳이었어요?) 성매매업소가 이루어진 노송동 마을 중에서 가장 크게 영업을 했던 업소고요. 저희가 90% 그대로 보존하고 방마다 테마를 정해서 예술 작품으로 만든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딱딱한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

주민들의 협조와 응원 없이는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마을 분들은 어떻게 보면 숨기고 싶은 과거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을 예술촌으로 바꾼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은 마음으로 동참하시고…."]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공간을 바꿔가는 데 있어서 정신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왜 이 공간을 바꿔 나가야 되는지. 혹은 이 공간을 바꿔 나갈 때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이 공간을 바꿔 나갈 것인지…."]

한때는 숨기고 싶고 부끄러웠던 동네.

이제는 자랑하고 싶은,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중앙시장 있지, 모래내 시장 있지, 여기같이 살기 좋은 곳은 없어요. 정말로. 그런데 여기 아가씨촌. 그것 때문에 애로가 있었죠. 지금은 거의 없어졌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늙은 소나무처럼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켜온 곳.

천사 같은 이웃들이 사는 동네.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이 공간에서 어떤 걸 남길 수 있을까, 우린 또 이 이야기를 누군가한테 어떤 식으로 전달을 해야되나라는 고민이 제일 많았었는데요, 사회적 자본이나 가치들이 선미촌 공간을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끔 많은 지원과 응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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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K] 아픔 넘어 주민 품으로…‘뜻밖의 예술’
    • 입력 2021-07-15 19:22:50
    • 수정2021-07-15 21:05:37
    뉴스7(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과거 성 착취 공간에서 문화 예술촌으로 거듭난 동네. 전주 노송동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주민과 행정, 예술인들이 머리를 맞댄 지난 7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전주 노송동 '뜻밖의 예술촌'으로 함께 가보시죠.

이화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 착취의 그늘과 아픔을 간직한 동네.

60여 년 동안 내려앉은 어둠이 걷히고, 동네 곳곳에서 문화 예술의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이 살던 판자촌 동네.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복잡하고 좁았던 골목길.

고생길은 이제 추억이 됐습니다.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골목길이) 좁았죠. 겨우 이 정도. 손수레 하나 간신히 끌고 다녔어요. 높은 동네라서 물이 여름에는 안 나와. 가물었다 하면. 안 나오면 대야를 들고 밑에 내려가서 길어다 먹고. 고생 엄청 많이 했죠."]

옛 전주역이 있었던 동네.

["(어머님,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가 옛날에 철도길이었요. 그런데 지금은 전주농협있죠? 그 앞에 갈비집 바로 앞에 거기예요. 저기가 기린봉이고. 여기가 버드나무가 엄청 많았어요."]

주민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술관.

그래서 첫 전시회는 동네와 주민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주민들이 기증한 사진을 전시하고,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사진) 달라고 하니까 못난 얼굴이지만 '가져가서 해보려면 해보세요' 했더니 이렇게 멋있게 꾸며놨네."]

안내와 해설도 주민이 직접 합니다.

[전은경/전시회 안내자/전주시 노송동 주민 : "'뜻밖의 미술관'이 생긴다고 해서 여기 시민분들이 참여하시는 공간에서. 다 같이 한다고 해서 저도 한번 참여를 해보고 싶었어요."]

성매매 업소가 모여 있어 폐쇄적이었던 곳.

이제는 주민들에게 돌아온 소통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이 공간이 누군가를 쫓아내기 위한 혹은 누군가를 강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모습으로써 미술이 작동하는 게 아니고 미술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관계 회복이 다양한 대화를 만드는 어떤 시도들을 할 예정인데요."]

작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방마다 동네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신일중학교 136명의 학생들이 노송동하면 생각나는 게 무엇이냐에 대한 글을 썼고요. 이걸 작가가 그대로 목화, 나무에 파서 이렇게 전시를 한 겁니다."]

노송동의 그늘진 역사인 성매매 공간을 박물관으로 고쳐 썼습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이 장소가 어떤 곳이었어요?) 성매매업소가 이루어진 노송동 마을 중에서 가장 크게 영업을 했던 업소고요. 저희가 90% 그대로 보존하고 방마다 테마를 정해서 예술 작품으로 만든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딱딱한 박물관이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가 있는 박물관.

주민들의 협조와 응원 없이는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송예은/박물관 해설자 : "마을 분들은 어떻게 보면 숨기고 싶은 과거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을 예술촌으로 바꾼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은 마음으로 동참하시고…."]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공간을 바꿔가는 데 있어서 정신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가 왜 이 공간을 바꿔 나가야 되는지. 혹은 이 공간을 바꿔 나갈 때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이 공간을 바꿔 나갈 것인지…."]

한때는 숨기고 싶고 부끄러웠던 동네.

이제는 자랑하고 싶은, 살기 좋은 동네입니다.

[곽이순/전주시 노송동 주민 : "중앙시장 있지, 모래내 시장 있지, 여기같이 살기 좋은 곳은 없어요. 정말로. 그런데 여기 아가씨촌. 그것 때문에 애로가 있었죠. 지금은 거의 없어졌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예요."]

늙은 소나무처럼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켜온 곳.

천사 같은 이웃들이 사는 동네.

[장근범/'문화적 도시재생 인디사업단' 대표 : "이 공간에서 어떤 걸 남길 수 있을까, 우린 또 이 이야기를 누군가한테 어떤 식으로 전달을 해야되나라는 고민이 제일 많았었는데요, 사회적 자본이나 가치들이 선미촌 공간을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게끔 많은 지원과 응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주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화연입니다.

촬영:VJ 이현권/편집:공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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