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성폭행범 검거…진화한 DNA 분석에 덜미

입력 2021.07.17 (00:01) 수정 2021.07.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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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1년 서울 동대문에서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20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는데, DNA 분석 기법이 발달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승종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우선 검거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예, 이틀 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40대 남성이 체포됐는데요.

당시 CCTV부터 보시죠.

이날 아침부터 경찰이 건물 앞으로 가서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2시간여 만에 피의자가 나오자 바로 경찰이 에워쌉니다.

피의자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설명을 듣고 고개를 흔들더니 경찰차에 올라탔는데요.

바로, 20년 전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 A 씨입니다.

A 씨는 2001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A 씨는 오늘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던 거죠?

[기자]

네, 경찰은 이틀 전 A 씨를 긴급체포했고요.

어제 구속영장 신청을 했습니다.

[A 씨/피의자 : "(이유가 뭔가요? 창틀 뜯고 들어가신 이유가 뭔가요? 계획하신 건가요?)..."]

오늘 오전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돼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는데요.

법원은 저녁 8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앵커]

무려 20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단 말이죠.

어떻게 가능했던 겁니까?

[기자]

네, DNA를 검출하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입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2001년, 경찰은 범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물을 DNA 감정 의뢰했지만, 당시엔 유전자를 검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국과수에 의뢰했더니, 일치하는 유전자 정보가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A 씨가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을 살다 나왔는데, 교도소 시절 DNA 정보가 수집돼 있었던 겁니다.

이번에 DNA 증거를 확보하면서, 사건 공소시효도 10년 더 연장됐는데요.

현재 검찰과 경찰이 보유 중인 범죄자 DNA 정보는 24만여 건입니다.

매년 2백 건 넘게 이렇게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가 수사기관으로 온다고 합니다.

장기미제사건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앵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때도 이런 비슷한 방식으로 범인을 잡았던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엔 검출하지 못했던 유전자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는 건데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도 마찬가집니다.

사건 당시인 30여년 전에는 DNA를 검출해 내지 못했었죠.

그러다가 국과수에 다시 증거물을 보내 감정을 맡겼고, 여기서 확인된 DNA 정보를 조회해보니까

이미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이춘재의 DNA와 일치했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DNA 분석기술도 발달했지만, 이걸 대조할 수 있는 DNA 정보가 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DNA를 확보했더라도 결국 일치하는 범죄자 DNA가 있어야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겁니다.

수사 당국은 2010년에 만들어진 소위 'DNA법'을 근거로 DNA를 수집하고 있는데요.

살인과 강도, 성폭행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11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DNA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이 수집한 DNA 정보는 모두 24만 건이 넘습니다.

[앵커]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대상자가 DNA 채취를 거부할 순 없는 건가요?

[기자]

예, DNA 채취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법 시행 초기에는 DNA 채취가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8년, DNA 채취가 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에 따라 지금은 대상자들이 수사당국의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DNA법에 포함돼 있습니다.

대상자들이 거부하면, 수사당국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만 DNA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신남규 이상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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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전 성폭행범 검거…진화한 DNA 분석에 덜미
    • 입력 2021-07-17 00:01:07
    • 수정2021-07-17 0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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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1년 서울 동대문에서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20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는데, DNA 분석 기법이 발달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이승종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 기자, 우선 검거 당시 상황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예, 이틀 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40대 남성이 체포됐는데요.

당시 CCTV부터 보시죠.

이날 아침부터 경찰이 건물 앞으로 가서 잠복하고 있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피의자를 검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2시간여 만에 피의자가 나오자 바로 경찰이 에워쌉니다.

피의자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설명을 듣고 고개를 흔들더니 경찰차에 올라탔는데요.

바로, 20년 전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남성 A 씨입니다.

A 씨는 2001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에 침입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A 씨는 오늘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던 거죠?

[기자]

네, 경찰은 이틀 전 A 씨를 긴급체포했고요.

어제 구속영장 신청을 했습니다.

[A 씨/피의자 : "(이유가 뭔가요? 창틀 뜯고 들어가신 이유가 뭔가요? 계획하신 건가요?)..."]

오늘 오전 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돼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는데요.

법원은 저녁 8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앵커]

무려 20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단 말이죠.

어떻게 가능했던 겁니까?

[기자]

네, DNA를 검출하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입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2001년, 경찰은 범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물을 DNA 감정 의뢰했지만, 당시엔 유전자를 검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국과수에 의뢰했더니, 일치하는 유전자 정보가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A 씨가 다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을 살다 나왔는데, 교도소 시절 DNA 정보가 수집돼 있었던 겁니다.

이번에 DNA 증거를 확보하면서, 사건 공소시효도 10년 더 연장됐는데요.

현재 검찰과 경찰이 보유 중인 범죄자 DNA 정보는 24만여 건입니다.

매년 2백 건 넘게 이렇게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가 수사기관으로 온다고 합니다.

장기미제사건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앵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때도 이런 비슷한 방식으로 범인을 잡았던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엔 검출하지 못했던 유전자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는 건데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도 마찬가집니다.

사건 당시인 30여년 전에는 DNA를 검출해 내지 못했었죠.

그러다가 국과수에 다시 증거물을 보내 감정을 맡겼고, 여기서 확인된 DNA 정보를 조회해보니까

이미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던 이춘재의 DNA와 일치했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DNA 분석기술도 발달했지만, 이걸 대조할 수 있는 DNA 정보가 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DNA를 확보했더라도 결국 일치하는 범죄자 DNA가 있어야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겁니다.

수사 당국은 2010년에 만들어진 소위 'DNA법'을 근거로 DNA를 수집하고 있는데요.

살인과 강도, 성폭행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11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DNA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이 수집한 DNA 정보는 모두 24만 건이 넘습니다.

[앵커]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긴 한데, 대상자가 DNA 채취를 거부할 순 없는 건가요?

[기자]

예, DNA 채취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법 시행 초기에는 DNA 채취가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2018년, DNA 채취가 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에 따라 지금은 대상자들이 수사당국의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DNA법에 포함돼 있습니다.

대상자들이 거부하면, 수사당국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만 DNA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신남규 이상철/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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