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무관중 97%…‘부흥’ 올림픽 어디로

입력 2021.07.17 (22:15) 수정 2021.07.17 (22: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도쿄올림픽 개막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현지 분위기 어떤지, 또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도쿄를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개막이 코앞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개막이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늘도 도쿄에 하루 신규 확진자는 1,410명, 약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숫자가 나왔습니다.

천 명대 확진자도 나흘 연속 나왔고요, 숫자도 숫자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쿄는 지금 최고 방역 단계인 긴급사태가 발령된지 엿새째인데요.

개막 전까지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앵커]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이번 도쿄올림픽은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만 경기에 참여하는 걸로 최근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이른바 무관중 경기인데요.

처음엔 도쿄 등 수도권 4개 광역지역에 무관중 경기 결정이 내려졌다가, 하루 이틀 만에 홋카이도와 후쿠시마까지 확장됐습니다.

경기 입장권 판매 단위 기준으로 전체 경기의 97%가 관중없이 치러지게 됐는데요.

개막이 코앞인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과 무관중 경기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에서 약 6백킬로미터 떨어진 이와테마치.

아일랜드 여자 하키 대표팀이 탄 버스를 주민들이 반갑게 맞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미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한창입니다.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 막바지 합숙 훈련입니다.

[이와쿠니시 주민 : "(이런 연습 경기를) 관객으로서 보게 돼 매우 좋네요. 다시는 없을 기회입니다."]

하지만 들뜬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도 딱 여기까집니다.

만 8천명이 입주할 도쿄 선수촌.

선수 환영식으로 시끌벅적할 법도 한 개장 첫 날, 조용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인데, 환영식이 열리기는 고사하고 취재진 접근도 제한합니다.

5년 전 리우 올림픽 때와 무척 대조적입니다.

[도쿄 시민 : "조용하네요. (환영식이라도) 조금 화려하게 할까 싶었는데, 조용하게 열었어요."]

선수촌과 가까운 이 곳엔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이는 메인 프레스센터와 국제방송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역시 한산한 분위기 속에,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를 나눠주는 간이시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올림픽 관계자 감축 계획으로 해외 취재진 규모는 당초 8천명 대에서 절반 수준인 4천 명대로 줄었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도쿄올림픽은 사상 초유의 '1년 연기'에 이어, '무관중 올림픽'이라는 첫 사례로도 남게 됐습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4번째 발령과 함께, 일본 정부와 IOC, 대회 조직위 등이 내린 결정입니다.

[하시모토 세이코/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 "유감스럽지만 '무관중'을 결정하는 편이 더 많은 분들로부터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했습니다."]

이번 대회 경기는 도쿄 등 9개 광역지역· 42개 경기장에서 치러집니다.

무관중 경기가 결정된 곳은 이 중 6개 지역.

전체 경기로 따지면 비율이 97%에 이릅니다.

특히 여기엔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후쿠시마현도 포함됐습니다.

여자 소프트볼 시합으로 도쿄올림픽 첫 경기 시작을 알리는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

지난 3월 성화 봉송 출발식에 이어, 본 경기마저 무관중으로 치르게 되면서 '부흥의 상징'이란 의미도 함께 빛이 바랬습니다.

[우치보리 마사오/후쿠시마현 지사 : "이번 부흥 올림픽,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와중에 그 형태가 크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관중없이 치른다고 해서 방역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도쿄올림픽 코로나19 대책의 핵심은 바로 '거품 방역'.

'거품막' 속에 있는 것처럼 해외 입국자와 현지인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겁니다.

해외 선수단 가운데 최초 입국한 호주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부터 적용됐습니다.

선수들은 전용 버스로 숙소와, 숙소에서 떨어진 이 곳 훈련장을 오가는 것 외에 다른 곳은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막이 가까워지고 올림픽 관계자들의 입국이 급증하면서 여기저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납니다.

도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 외국인 올림픽 관계자에게 언제 입국했는지 물었습니다.

[도쿄올림픽 관계자 : "오늘 새벽 2시에 입국했습니다.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어서 근처에 뭐가 있는지 구경 왔어요."]

입국 후 2주 이내 외출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입국 첫 날부터 어긴건데, 지키는 쪽이나 관리라는 쪽이나 실효성을 의심하기는 매한가집니다.

무관중 후폭풍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1조원에 육박하는 입장권 수입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마루카와 다마요/올림픽담당상/장관 : "(대회 조직위가) 입장권 포함 수입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에 더해, 지출 경비도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숙박, 교통, 관광 업계도 난감합니다.

남자 축구 결승전 등이 열리는 요코하마 국제경기장 근처 이 호텔은 무관중 결정이 나오자마자 예약의 30%가 취소됐습니다.

[호텔 직원 : "올림픽은 상당히 큰 이벤트인데 (이렇게 돼서) 유감입니다. 경기 관중이 없어 매상에 꽤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자원봉사자들도 혼란스럽습니다.

이미 만 명이 사퇴해 7만 명 정도가 남았는데, 경기장 안팎에서 관중 안내를 맡기로 했던 4만 명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스기마츠 유카/자원봉사자 : "기대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활동이 중지된다고 하는 사실이 충격이에요."]

입장료 손실 등 나중에 날아들 청구서를 놓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 간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유치 당시 '내일을 발견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도쿄올림픽.

수많은 개최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일본이 보여주려고 했던 그 '내일'은 무엇이었는지, 세계의 이목은 이제 도쿄를 향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박원기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도쿄올림픽 무관중 97%…‘부흥’ 올림픽 어디로
    • 입력 2021-07-17 22:15:24
    • 수정2021-07-17 22:25:5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도쿄올림픽 개막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현지 분위기 어떤지, 또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도쿄를 연결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개막이 코앞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개막이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왔는데 오늘도 도쿄에 하루 신규 확진자는 1,410명, 약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숫자가 나왔습니다.

천 명대 확진자도 나흘 연속 나왔고요, 숫자도 숫자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쿄는 지금 최고 방역 단계인 긴급사태가 발령된지 엿새째인데요.

개막 전까지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앵커]

그런 상황을 감안해서, 이번 도쿄올림픽은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만 경기에 참여하는 걸로 최근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이른바 무관중 경기인데요.

처음엔 도쿄 등 수도권 4개 광역지역에 무관중 경기 결정이 내려졌다가, 하루 이틀 만에 홋카이도와 후쿠시마까지 확장됐습니다.

경기 입장권 판매 단위 기준으로 전체 경기의 97%가 관중없이 치러지게 됐는데요.

개막이 코앞인 도쿄올림픽 준비 상황과 무관중 경기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쿄에서 약 6백킬로미터 떨어진 이와테마치.

아일랜드 여자 하키 대표팀이 탄 버스를 주민들이 반갑게 맞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미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의 연습경기가 한창입니다.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 막바지 합숙 훈련입니다.

[이와쿠니시 주민 : "(이런 연습 경기를) 관객으로서 보게 돼 매우 좋네요. 다시는 없을 기회입니다."]

하지만 들뜬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도 딱 여기까집니다.

만 8천명이 입주할 도쿄 선수촌.

선수 환영식으로 시끌벅적할 법도 한 개장 첫 날, 조용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인데, 환영식이 열리기는 고사하고 취재진 접근도 제한합니다.

5년 전 리우 올림픽 때와 무척 대조적입니다.

[도쿄 시민 : "조용하네요. (환영식이라도) 조금 화려하게 할까 싶었는데, 조용하게 열었어요."]

선수촌과 가까운 이 곳엔 전 세계 취재진이 모이는 메인 프레스센터와 국제방송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역시 한산한 분위기 속에,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를 나눠주는 간이시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올림픽 관계자 감축 계획으로 해외 취재진 규모는 당초 8천명 대에서 절반 수준인 4천 명대로 줄었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도쿄올림픽은 사상 초유의 '1년 연기'에 이어, '무관중 올림픽'이라는 첫 사례로도 남게 됐습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4번째 발령과 함께, 일본 정부와 IOC, 대회 조직위 등이 내린 결정입니다.

[하시모토 세이코/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회장 : "유감스럽지만 '무관중'을 결정하는 편이 더 많은 분들로부터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했습니다."]

이번 대회 경기는 도쿄 등 9개 광역지역· 42개 경기장에서 치러집니다.

무관중 경기가 결정된 곳은 이 중 6개 지역.

전체 경기로 따지면 비율이 97%에 이릅니다.

특히 여기엔 10년 전 동일본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인 후쿠시마현도 포함됐습니다.

여자 소프트볼 시합으로 도쿄올림픽 첫 경기 시작을 알리는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

지난 3월 성화 봉송 출발식에 이어, 본 경기마저 무관중으로 치르게 되면서 '부흥의 상징'이란 의미도 함께 빛이 바랬습니다.

[우치보리 마사오/후쿠시마현 지사 : "이번 부흥 올림픽,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와중에 그 형태가 크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관중없이 치른다고 해서 방역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도쿄올림픽 코로나19 대책의 핵심은 바로 '거품 방역'.

'거품막' 속에 있는 것처럼 해외 입국자와 현지인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겁니다.

해외 선수단 가운데 최초 입국한 호주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부터 적용됐습니다.

선수들은 전용 버스로 숙소와, 숙소에서 떨어진 이 곳 훈련장을 오가는 것 외에 다른 곳은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막이 가까워지고 올림픽 관계자들의 입국이 급증하면서 여기저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납니다.

도쿄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이 외국인 올림픽 관계자에게 언제 입국했는지 물었습니다.

[도쿄올림픽 관계자 : "오늘 새벽 2시에 입국했습니다.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어서 근처에 뭐가 있는지 구경 왔어요."]

입국 후 2주 이내 외출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입국 첫 날부터 어긴건데, 지키는 쪽이나 관리라는 쪽이나 실효성을 의심하기는 매한가집니다.

무관중 후폭풍도 심상치 않습니다.

일단, 1조원에 육박하는 입장권 수입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마루카와 다마요/올림픽담당상/장관 : "(대회 조직위가) 입장권 포함 수입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에 더해, 지출 경비도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숙박, 교통, 관광 업계도 난감합니다.

남자 축구 결승전 등이 열리는 요코하마 국제경기장 근처 이 호텔은 무관중 결정이 나오자마자 예약의 30%가 취소됐습니다.

[호텔 직원 : "올림픽은 상당히 큰 이벤트인데 (이렇게 돼서) 유감입니다. 경기 관중이 없어 매상에 꽤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자원봉사자들도 혼란스럽습니다.

이미 만 명이 사퇴해 7만 명 정도가 남았는데, 경기장 안팎에서 관중 안내를 맡기로 했던 4만 명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스기마츠 유카/자원봉사자 : "기대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활동이 중지된다고 하는 사실이 충격이에요."]

입장료 손실 등 나중에 날아들 청구서를 놓고 일본 정부와 도쿄도 간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유치 당시 '내일을 발견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도쿄올림픽.

수많은 개최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일본이 보여주려고 했던 그 '내일'은 무엇이었는지, 세계의 이목은 이제 도쿄를 향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박원기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