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호주산 소는 재앙인가

입력 2001.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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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1년 4월 29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이영석 기자 zerostone@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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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녹취: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소를 수입하는데 우리 농림부 장관이나 대통령도 수입합시다.어떻습니까,여러분!'

*이영석 기자:
호주에서 살아 있는 소가 들어온 데 대한 한우 농민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우 기반이 이번 호주산 생우 수입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송점례 (한우 사육 농민):
'들어오면 우리 아무 것도 안되는 거지. 농민들은 죽는 거지.지금 농사도 안되고 이것조차 못하게 되면 우리는 못사는 거죠. 죽는 거예요'

====타이틀====
긴급진단-호주산 소는 재앙인가?

*이영석 기자:
막바지 구제역 방역이 한창이던 지난 16일. 인천항을 통해 호주산 생우 663마리가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호주의 브리스번 항을 출발한 지 17일만입니다. 태어난 지 일년이 조금 넘은 중간소로 몸무게는 450킬로그램 안팎입니다. 항구 앞에서는 한우협회 회원들의 시위가 벌어졌지만 소들은 별다른 마찰없이 검역을 위해 계류장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재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인천과 부산에서 보름간의 정밀 검역을 받고 있습니다.

*김명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산 지원장):
'이 소는 호주에서 4개월 검역하고 여기에서는 13가지 겸역,부루셀라,결핵 등 15일간 모든 소 채혈해 혈청 검사..'

*이영석 기자:
수입된 소들은 검역 과정이 끝나는 다음달 초쯤 수입업체와 사육 계약을 맺은 10여 농가에 한마리당 168만원에 분양됩니다. 각 농가에서 6개월 이상 사육된 수입 생우는 몸무게가 7백킬로그램 정도에서 도축돼 시판될 예정입니다.
경북 경주의 한 축산 농가입니다. 곧 들여올 외국산 소를 맞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박용길 (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여기까지 6칸은 수입소 키울 계획이어서 축사를 그렇게 개조하고 있고 이쪽에는 한우 키울 5칸은 옛날 키우는 대로 그냥 두고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
박용길 씨는 수입업체로부터 호주산 소 30마리를 분양받아 사육할 계획입니다. 20여 년간 한우를 키워왔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외국 소를 같이 키워볼 생각입니다. 적어도 한달에 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용길(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한우는 전적으로 보장이 안 돼 있습니다. 송아지 낳아서 지금은 150만원 하는데 송아지가 컸을 때 50만원 될 수도 있고.. 수입소는 수입업자가 넣어주면 그걸 키우면 월 최소 한 마리에 5만원 정도 수입이 보장돼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
이웃에 사는 한인식 씨도 지금 키우고 있는 한우 50마리를 처분하고 수입소 백마리를 들여다 기르기로 했습니다. 수입업체가 소 수입과 구매를 책임지는데다 도축 당시의 등급에 따라 사육 수수료도 농가에 지급하기로 해 한우보다 수익이 낫다는 판단에섭니다.

*한인식 (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안정된 소득을 보장해 준다니까 3등급은 월 5만원 순수익 보장해 주고 1등급은 8만5천원,2등급은 7만 5천원 정도 순수익을 보장해 줍니다'

*이영석 기자:
처음 이렇게 수입 소를 키우겠다고 나선 농가는 모두 47가구였지만, 이제는 12가구로 줄었습니다. 다른 한우 사육 농가들이 생우를 들여오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산 생우를 수입한 경남 김해시의 한 육가공업체입니다. 벽에는 생우 수입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씌어져 있고 직원들은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모두 자리를 피했습니다. 한우 사육 농민들이 회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 때문입니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는 올해 호주산 소 4천여 마리를 더 수입할 계획입니다. 생우 수입은 한우가 아닌 수입 냉장육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냉장육을 그대로 수입하는 것보다 생우를 들여다 키우는 것이 축산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이 수입업체의 설명입니다.

*한두식 (호주산 생우 수입업체 대표):
'수입 냉장육보다 더 좋은 육질을 만들어서 우리가 판매를 해도 수입냉장육보다 단가가 비싸지 않습니다.그러면 우리가 부가적인 산업이 발달하고 고용이 창출되고 농가의 소득이 있기 때문에 저는 생우를 가져오는 게 냉장육 가져오는 것보다 좋지 않느냐..'

*이영석 기자:
채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반. 경기도 포천의 우시장에는 모처럼 활기가 돕니다. 구제역으로 우시장이 폐쇄된 지 달포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열리는 장입니다. 손님 맞이에 마음이 급한 주인과 주위가 낯설기만 한 소들의 실랑이가 여기저기서 이어집니다. 소를 구입하러 온 농민들이 소의 상태를 꼼꼼히 살핍니다. 마음에 드는 소를 고르면 서둘러 거래가 이뤄집니다.

*현장녹취:
(이영석 기자)'얼마에 사셨어요?
-82만원,182만원. 몇 킬로나 되나요?
-180에서 190킬로 정도'

*이영석 기자:
하지만 송아지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송아지 값이 두달새 20만원이나 오른 터라 거래는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시장에 나온 소도 3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권오근 (매매 중개인):
(이영석 기자)옛날에 한창 소 많을 때는 얼마나 됐어요?
-한 8백두 됐어요. 점점 줄기 시작해서 거의 백 두 이하 30에서 50두 이하밖에 안 나와요'

*이영석 기자:
소를 구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밑소를 사러 강원도에서부터 온 농민도 있습니다.

*고은동 (축산농민):
'지금 소가 많이 줄었잖아요.두수가 워낙 줄어서 소 구하기가 힘들어요.지금 암소 나온 게 한마리나 두마리밖에 안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어요'

*이영석 기자:
이런 현실은 전국의 축산 농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우 50마리를 키우던 우영기 씨는 최근 4마리만 남긴 채 모두 팔았습니다. 대신 구입 단가가 싸고 성장이 빠른 젖소 60마리를 구입했습니다. 한우 사육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시장 개방에 따른 불안감 때문입니다.

*우영기 (축산농민):
"송아지 가격 폭등,밑소 구입 어려움 등으로 송아지 못 구하고 우사가 비어 있는 경우가 있고 농민들 사육 의지 자체가 떨어져서 과연 이 소 키워서 얼마만큼 소득 보장되겠나.."

*이영석 기자:
이처럼 전국의 한우 농가에는 빈 축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송아지를 낳아야 할 암소 위주로 도축이 이뤄지면서 송아지 생산 기반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김병선 (전국한우협회 김포시 지부장):
'한우는 5마리에서 10마리 키우는 농가가 60% 이상 됐습니다.그런데 쇠고기 시장 개방되고 생우 시장 개방되다 보니까 그분들이 소를 다 팔고 입식을 안 하는 거죠.'

*이영석 기자:
이 때문에 지난 96년 290만 마리에 육박하던 한우 수는 98년 238만 마리,지난해 159만 마리로 줄었고 올들어서는 벌써 147만 마리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호주산 생우 수입은 축산물 시장 개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한우 사육 농가에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우 농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입 생우가 한우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산 소라도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되면 국내산 육우로 표시할 수 있어 얼마든지 한우로 둔갑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섭니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
'수입 생우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수입 생우가 유통과정에서 가져올 국내 유통 시장의 파괴,즉 한우 둔갑 판매로 인한 한우 농가의 소득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이영석 기자:
그렇다면 수입 생우가 한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우선 연간 들여올 수 있는 생우의 수가 한정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검역 능력을 고려할 때 1년에 수입이 가능한 생우는 8천 5백여 마리 정도입니다. 지난해 우리 나라 전체에서 도축된 소 99만8천 마리의 0.9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사육 환경과 여건의 차이로 정상적인 성장이 쉽지 않고 폐사할 확률이 높아 수익도 불투명한 상탭니다.

*배효문 (농협 축산지원부 부부장):
'이들 소들이 들어올 때 15-20일 장기간 배로 수송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국내 도착했을 때 고급육을 생산한다든지 좋은 육질을 생산하는데 상당히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한우에 비해 육질면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가격도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영석 기자:
지난 80년대초 호주 등지에서 정책적으로 생우 14만여 마리를 들여왔을 때도 5천여 마리가 폐사하는등 농가에 별다른 수익을 주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 71년 생우 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도 지난 90년 2만 마리를 정점으로 해마다 생우 수입량이 줄고 있습니다.

*김강식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장):
'육질면에서는 한우하고 수입육우가 차이가 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가격이 국내에서 젖소 수소 비육우보다는 나을 거고 한우보다는 낮지 않겠느냐 그래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이익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이영석 기자:
하지만 호주산 생우 수입보다 한우 농가에 더 위협적인 것은 급속히 파고 들고 있는 수입 쇠고기입니다. 지난해 50%에 육박했던 수입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품질 고급화 없이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김현주 (서울 영등포동):
'오히려 국산도 젖소나 이런 걸로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맛이 많이 차이나지 않는 이상은 수입육 조금 더 비싼 걸 사먹는 경우가 많아요'

*이영석 기자:
정부도 호주산 생우 수입을 계기로 한우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최근 2조4천억원 규모의 한우 산업 발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동홍 (농림부 축산경영과장):
"근본적으로 사육기반을 확보하는 대책이 되겠습니다.제주도와 같은 소자원이 우수한 지역을 한우생산 개량단지로 지정해 송아지를 값싸게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시책이 되겠고요.둘째는 한우 개량을 통해 품질 고급화 통해 수입육과 차별할 수 있는 한우 개량에 중점 둔 시책이 되겠습니다."

*이영석 기자:
문제는 그동안의 갖가지 대책이 실패로 돌아갔고 축산 행정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커 한우 농가의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나라의 한우 농가는 30만 가구에 이릅니다. 갈수록 그 수가 줄고는 있지만 한우가 갖는 상징성과 농촌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호주산 생우 수입으로 증폭된 한우 농민들의 불안은 축산 시장 개방에서 비롯됐습니다. 축산 시장 개방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이제 한우를 지키는 일은 이에 맞선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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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진단-호주산 소는 재앙인가
    • 입력 2001-04-29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1년 4월 29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이영석 기자 zerostone@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현장녹취: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소를 수입하는데 우리 농림부 장관이나 대통령도 수입합시다.어떻습니까,여러분!' *이영석 기자: 호주에서 살아 있는 소가 들어온 데 대한 한우 농민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우 기반이 이번 호주산 생우 수입으로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송점례 (한우 사육 농민): '들어오면 우리 아무 것도 안되는 거지. 농민들은 죽는 거지.지금 농사도 안되고 이것조차 못하게 되면 우리는 못사는 거죠. 죽는 거예요' ====타이틀==== 긴급진단-호주산 소는 재앙인가? *이영석 기자: 막바지 구제역 방역이 한창이던 지난 16일. 인천항을 통해 호주산 생우 663마리가 도착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호주의 브리스번 항을 출발한 지 17일만입니다. 태어난 지 일년이 조금 넘은 중간소로 몸무게는 450킬로그램 안팎입니다. 항구 앞에서는 한우협회 회원들의 시위가 벌어졌지만 소들은 별다른 마찰없이 검역을 위해 계류장으로 옮겨졌습니다. 현재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인천과 부산에서 보름간의 정밀 검역을 받고 있습니다. *김명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부산 지원장): '이 소는 호주에서 4개월 검역하고 여기에서는 13가지 겸역,부루셀라,결핵 등 15일간 모든 소 채혈해 혈청 검사..' *이영석 기자: 수입된 소들은 검역 과정이 끝나는 다음달 초쯤 수입업체와 사육 계약을 맺은 10여 농가에 한마리당 168만원에 분양됩니다. 각 농가에서 6개월 이상 사육된 수입 생우는 몸무게가 7백킬로그램 정도에서 도축돼 시판될 예정입니다. 경북 경주의 한 축산 농가입니다. 곧 들여올 외국산 소를 맞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박용길 (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여기까지 6칸은 수입소 키울 계획이어서 축사를 그렇게 개조하고 있고 이쪽에는 한우 키울 5칸은 옛날 키우는 대로 그냥 두고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 박용길 씨는 수입업체로부터 호주산 소 30마리를 분양받아 사육할 계획입니다. 20여 년간 한우를 키워왔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외국 소를 같이 키워볼 생각입니다. 적어도 한달에 150만원 정도의 소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용길(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한우는 전적으로 보장이 안 돼 있습니다. 송아지 낳아서 지금은 150만원 하는데 송아지가 컸을 때 50만원 될 수도 있고.. 수입소는 수입업자가 넣어주면 그걸 키우면 월 최소 한 마리에 5만원 정도 수입이 보장돼 있습니다' *이영석 기자: 이웃에 사는 한인식 씨도 지금 키우고 있는 한우 50마리를 처분하고 수입소 백마리를 들여다 기르기로 했습니다. 수입업체가 소 수입과 구매를 책임지는데다 도축 당시의 등급에 따라 사육 수수료도 농가에 지급하기로 해 한우보다 수익이 낫다는 판단에섭니다. *한인식 (호주산 생우 사육 농민): '안정된 소득을 보장해 준다니까 3등급은 월 5만원 순수익 보장해 주고 1등급은 8만5천원,2등급은 7만 5천원 정도 순수익을 보장해 줍니다' *이영석 기자: 처음 이렇게 수입 소를 키우겠다고 나선 농가는 모두 47가구였지만, 이제는 12가구로 줄었습니다. 다른 한우 사육 농가들이 생우를 들여오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산 생우를 수입한 경남 김해시의 한 육가공업체입니다. 벽에는 생우 수입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씌어져 있고 직원들은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모두 자리를 피했습니다. 한우 사육 농민들이 회사 앞에서 벌이는 시위 때문입니다.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는 올해 호주산 소 4천여 마리를 더 수입할 계획입니다. 생우 수입은 한우가 아닌 수입 냉장육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냉장육을 그대로 수입하는 것보다 생우를 들여다 키우는 것이 축산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이 수입업체의 설명입니다. *한두식 (호주산 생우 수입업체 대표): '수입 냉장육보다 더 좋은 육질을 만들어서 우리가 판매를 해도 수입냉장육보다 단가가 비싸지 않습니다.그러면 우리가 부가적인 산업이 발달하고 고용이 창출되고 농가의 소득이 있기 때문에 저는 생우를 가져오는 게 냉장육 가져오는 것보다 좋지 않느냐..' *이영석 기자: 채 동이 트기 전인 새벽 4시 반. 경기도 포천의 우시장에는 모처럼 활기가 돕니다. 구제역으로 우시장이 폐쇄된 지 달포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열리는 장입니다. 손님 맞이에 마음이 급한 주인과 주위가 낯설기만 한 소들의 실랑이가 여기저기서 이어집니다. 소를 구입하러 온 농민들이 소의 상태를 꼼꼼히 살핍니다. 마음에 드는 소를 고르면 서둘러 거래가 이뤄집니다. *현장녹취: (이영석 기자)'얼마에 사셨어요? -82만원,182만원. 몇 킬로나 되나요? -180에서 190킬로 정도' *이영석 기자: 하지만 송아지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송아지 값이 두달새 20만원이나 오른 터라 거래는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시장에 나온 소도 30여 마리에 불과합니다. *권오근 (매매 중개인): (이영석 기자)옛날에 한창 소 많을 때는 얼마나 됐어요? -한 8백두 됐어요. 점점 줄기 시작해서 거의 백 두 이하 30에서 50두 이하밖에 안 나와요' *이영석 기자: 소를 구하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밑소를 사러 강원도에서부터 온 농민도 있습니다. *고은동 (축산농민): '지금 소가 많이 줄었잖아요.두수가 워낙 줄어서 소 구하기가 힘들어요.지금 암소 나온 게 한마리나 두마리밖에 안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힘들어요' *이영석 기자: 이런 현실은 전국의 축산 농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우 50마리를 키우던 우영기 씨는 최근 4마리만 남긴 채 모두 팔았습니다. 대신 구입 단가가 싸고 성장이 빠른 젖소 60마리를 구입했습니다. 한우 사육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시장 개방에 따른 불안감 때문입니다. *우영기 (축산농민): "송아지 가격 폭등,밑소 구입 어려움 등으로 송아지 못 구하고 우사가 비어 있는 경우가 있고 농민들 사육 의지 자체가 떨어져서 과연 이 소 키워서 얼마만큼 소득 보장되겠나.." *이영석 기자: 이처럼 전국의 한우 농가에는 빈 축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송아지를 낳아야 할 암소 위주로 도축이 이뤄지면서 송아지 생산 기반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김병선 (전국한우협회 김포시 지부장): '한우는 5마리에서 10마리 키우는 농가가 60% 이상 됐습니다.그런데 쇠고기 시장 개방되고 생우 시장 개방되다 보니까 그분들이 소를 다 팔고 입식을 안 하는 거죠.' *이영석 기자: 이 때문에 지난 96년 290만 마리에 육박하던 한우 수는 98년 238만 마리,지난해 159만 마리로 줄었고 올들어서는 벌써 147만 마리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호주산 생우 수입은 축산물 시장 개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한우 사육 농가에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우 농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입 생우가 한우로 둔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산 소라도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되면 국내산 육우로 표시할 수 있어 얼마든지 한우로 둔갑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섭니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 '수입 생우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수입 생우가 유통과정에서 가져올 국내 유통 시장의 파괴,즉 한우 둔갑 판매로 인한 한우 농가의 소득 피해가 상당히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이영석 기자: 그렇다면 수입 생우가 한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우선 연간 들여올 수 있는 생우의 수가 한정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검역 능력을 고려할 때 1년에 수입이 가능한 생우는 8천 5백여 마리 정도입니다. 지난해 우리 나라 전체에서 도축된 소 99만8천 마리의 0.9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사육 환경과 여건의 차이로 정상적인 성장이 쉽지 않고 폐사할 확률이 높아 수익도 불투명한 상탭니다. *배효문 (농협 축산지원부 부부장): '이들 소들이 들어올 때 15-20일 장기간 배로 수송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국내 도착했을 때 고급육을 생산한다든지 좋은 육질을 생산하는데 상당히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한우에 비해 육질면에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가격도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영석 기자: 지난 80년대초 호주 등지에서 정책적으로 생우 14만여 마리를 들여왔을 때도 5천여 마리가 폐사하는등 농가에 별다른 수익을 주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 71년 생우 시장을 개방한 일본의 경우도 지난 90년 2만 마리를 정점으로 해마다 생우 수입량이 줄고 있습니다. *김강식 (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장): '육질면에서는 한우하고 수입육우가 차이가 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가격이 국내에서 젖소 수소 비육우보다는 나을 거고 한우보다는 낮지 않겠느냐 그래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 이익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이영석 기자: 하지만 호주산 생우 수입보다 한우 농가에 더 위협적인 것은 급속히 파고 들고 있는 수입 쇠고기입니다. 지난해 50%에 육박했던 수입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품질 고급화 없이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김현주 (서울 영등포동): '오히려 국산도 젖소나 이런 걸로 속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맛이 많이 차이나지 않는 이상은 수입육 조금 더 비싼 걸 사먹는 경우가 많아요' *이영석 기자: 정부도 호주산 생우 수입을 계기로 한우 농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최근 2조4천억원 규모의 한우 산업 발전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동홍 (농림부 축산경영과장): "근본적으로 사육기반을 확보하는 대책이 되겠습니다.제주도와 같은 소자원이 우수한 지역을 한우생산 개량단지로 지정해 송아지를 값싸게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시책이 되겠고요.둘째는 한우 개량을 통해 품질 고급화 통해 수입육과 차별할 수 있는 한우 개량에 중점 둔 시책이 되겠습니다." *이영석 기자: 문제는 그동안의 갖가지 대책이 실패로 돌아갔고 축산 행정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커 한우 농가의 불안이 가시질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나라의 한우 농가는 30만 가구에 이릅니다. 갈수록 그 수가 줄고는 있지만 한우가 갖는 상징성과 농촌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호주산 생우 수입으로 증폭된 한우 농민들의 불안은 축산 시장 개방에서 비롯됐습니다. 축산 시장 개방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이제 한우를 지키는 일은 이에 맞선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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