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 깔고 쉬는 공사장·4~50분 거리 미화원 휴게실…노동자 쉴 곳은?

입력 2021.07.20 (21:23) 수정 2021.07.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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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섭씨 37도...

오늘(20일) 경기도 동두천의 최고기온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이런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정부도 오늘 폭염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고, 고용노동부도 '일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더위 먹지 않도록, 특히 더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은 사뭇 다릅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쉴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야외 노동자인 건설, 청소노동자의 한여름 노동현장, 김재현, 신지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한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건설중인 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쉬고 있습니다.

합판 같은 딱딱한 건축 자재를 침대 삼아 누웠습니다.

쉴 곳이 부족해 철제 구조물이 빽빽한 2층에 누워서 쉬기도 합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위험한 게...타설한지가 얼마 안 돼가지고."]

80명이 일하는데, 휴게시설은 컨테이너 한 동과 그늘막 텐트가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식당 겸용입니다.

[건설노동자 A 씨/음성변조 : "너무 열악하긴 열악해요. 이러고 쉬어야 해요. 컨테이너 하나만 갖다 줘도 되는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나가는데."]

인근의 아파트 건설현장.

오후 3시부터 30분 간을 새참 시간으로 정했는데, 앉을 의자가 없습니다.

건축 자재 위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휴식 시간을 보냅니다.

이 현장엔 실내 휴게 공간이 아예 없고, 곳곳에 그늘막만 쳐놨습니다.

또 다른 건설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휴게실이 한 곳 있지만, 5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건설노동자 B 씨/음성변조 : "여기(그늘막)는 잠깐 식구들이 담배한대 피우고 더위를 잠깐 피하는 공간인데요. 백 명이 넘는데 휴게공간이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요."]

산업안전보건 규칙엔 사업자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이 없고, 이를 어겨도 처벌 수단이 없습니다.

사실상 사업자 재량에 맡긴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온열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156명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입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리포트]

폭염특보가 내려진 어제(19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골목, 주말과 휴일 동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수거지 200곳을 돌며 5톤 차량 가득 쓰레기를 싣다보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아스팔트 온도는 36도, 장갑을 짜면 땀이 후드득 떨어질 정도입니다.

[심 모 씨/김포 환경미화원 : "(장갑 짜면) 요구르트 한 병은 나와요.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봐야죠."]

하루 8시간 일하며 3번 휴식합니다.

그런데, 마땅히 쉴 곳이 없습니다.

가게 천막 밑 그늘에서 잠깐 햇볕을 피하는 게 전부입니다.

컨테이너 휴게시설이 청소 위탁업체 차고지에 있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수거 현장에서 자동차로 왕복 40분 거리여서 갈 수가 없는 겁니다.

[배 모 씨/김포 환경미화원 : "씻는 시간이 제일 즐겁죠 그나마 가서 샤워하고 그럴 때가..근데 회사하고 일 하는 곳 하고 거리가 있으니까 못 가게 돼죠."]

인천의 환경미화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쓰레기 수거를 마친 차량이 소각장을 다녀오는 하루 두세 번 잠깐 짬이 나는데, 역시 갈 곳이 없습니다.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차고지 휴게실은 갈 수가 없어 길가 그늘에서 더위를 식힙니다.

일을 마치고 작업복 갈아입을 곳도 없어 대중 교통을 탈 수도 없습니다.

[이덕상/인천 환경미화원 : "(버스나 지하철 같은 건 타세요?) 전혀 이용 못 하죠. 냄새가, 악취가 이게 장난이 아니에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엔 휴게시설을 접근 가능한 곳에 설치하라고 돼 있습니다.

작업공간이 너무 넓으면, 휴게공간을 가기 편한 곳에 여러 군데 설치하라고 권고합니다.

영세한 생활폐기물 수거 업체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덕상/인천 환경미화원 : "쉴 데가 좀 있으면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수 있고 할 텐데 그런 걸 못 하니까...길거리 생활을 8년 하고 있는 거예요."]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황종원 송혜성/영상편집:박상규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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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판 깔고 쉬는 공사장·4~50분 거리 미화원 휴게실…노동자 쉴 곳은?
    • 입력 2021-07-20 21:23:07
    • 수정2021-07-20 21:47:25
    뉴스 9
[앵커]

섭씨 37도...

오늘(20일) 경기도 동두천의 최고기온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이런 폭염이 며칠째 계속되면서 정부도 오늘 폭염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고, 고용노동부도 '일터 열사병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더위 먹지 않도록, 특히 더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은 사뭇 다릅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고 쉴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야외 노동자인 건설, 청소노동자의 한여름 노동현장, 김재현, 신지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한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건설중인 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쉬고 있습니다.

합판 같은 딱딱한 건축 자재를 침대 삼아 누웠습니다.

쉴 곳이 부족해 철제 구조물이 빽빽한 2층에 누워서 쉬기도 합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위험한 게...타설한지가 얼마 안 돼가지고."]

80명이 일하는데, 휴게시설은 컨테이너 한 동과 그늘막 텐트가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식당 겸용입니다.

[건설노동자 A 씨/음성변조 : "너무 열악하긴 열악해요. 이러고 쉬어야 해요. 컨테이너 하나만 갖다 줘도 되는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나가는데."]

인근의 아파트 건설현장.

오후 3시부터 30분 간을 새참 시간으로 정했는데, 앉을 의자가 없습니다.

건축 자재 위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휴식 시간을 보냅니다.

이 현장엔 실내 휴게 공간이 아예 없고, 곳곳에 그늘막만 쳐놨습니다.

또 다른 건설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휴게실이 한 곳 있지만, 5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건설노동자 B 씨/음성변조 : "여기(그늘막)는 잠깐 식구들이 담배한대 피우고 더위를 잠깐 피하는 공간인데요. 백 명이 넘는데 휴게공간이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요."]

산업안전보건 규칙엔 사업자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이 없고, 이를 어겨도 처벌 수단이 없습니다.

사실상 사업자 재량에 맡긴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온열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156명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입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리포트]

폭염특보가 내려진 어제(19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골목, 주말과 휴일 동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습니다.

수거지 200곳을 돌며 5톤 차량 가득 쓰레기를 싣다보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아스팔트 온도는 36도, 장갑을 짜면 땀이 후드득 떨어질 정도입니다.

[심 모 씨/김포 환경미화원 : "(장갑 짜면) 요구르트 한 병은 나와요.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봐야죠."]

하루 8시간 일하며 3번 휴식합니다.

그런데, 마땅히 쉴 곳이 없습니다.

가게 천막 밑 그늘에서 잠깐 햇볕을 피하는 게 전부입니다.

컨테이너 휴게시설이 청소 위탁업체 차고지에 있지만 '그림의 떡'입니다.

수거 현장에서 자동차로 왕복 40분 거리여서 갈 수가 없는 겁니다.

[배 모 씨/김포 환경미화원 : "씻는 시간이 제일 즐겁죠 그나마 가서 샤워하고 그럴 때가..근데 회사하고 일 하는 곳 하고 거리가 있으니까 못 가게 돼죠."]

인천의 환경미화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쓰레기 수거를 마친 차량이 소각장을 다녀오는 하루 두세 번 잠깐 짬이 나는데, 역시 갈 곳이 없습니다.

차로 한 시간 떨어진 차고지 휴게실은 갈 수가 없어 길가 그늘에서 더위를 식힙니다.

일을 마치고 작업복 갈아입을 곳도 없어 대중 교통을 탈 수도 없습니다.

[이덕상/인천 환경미화원 : "(버스나 지하철 같은 건 타세요?) 전혀 이용 못 하죠. 냄새가, 악취가 이게 장난이 아니에요."]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엔 휴게시설을 접근 가능한 곳에 설치하라고 돼 있습니다.

작업공간이 너무 넓으면, 휴게공간을 가기 편한 곳에 여러 군데 설치하라고 권고합니다.

영세한 생활폐기물 수거 업체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덕상/인천 환경미화원 : "쉴 데가 좀 있으면 라면이라도 끓여먹을 수 있고 할 텐데 그런 걸 못 하니까...길거리 생활을 8년 하고 있는 거예요."]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 황종원 송혜성/영상편집:박상규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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