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재난체계, 21세기 기후 변화에 무용지물

입력 2021.07.20 (21:29) 수정 2021.07.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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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의 한 마을 풍경입니다.

초록빛 풀과 나무 사이에 자리잡은 평화로운 주택가.

그런데 지난주 내린 비로 고작 이틀만에 이렇게 물에 잠겼습니다.

전과 후 며칠전 세계기상기구가 공식 SNS에 공개한 사진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이젠 현실이 되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서유럽에 내린 이번 폭우로 숨진 사람, 어느덧 2백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대책이 수준 이하였다는 비판도 독일에선 나오는 가운데, 20세기에 만든 재난대응 시스템이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재해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가봅니다.

유원중 특파원!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번 폭우의 원인, 현지에선 뭐라고 보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주까지만 해도 홍수가 난 라인강 주위의 기온은 여름 같지 않게 약 20도 정도로 선선했는데요

여기에 지중해와 남프랑스를 지나온 고온다습한 저기압이 몰려들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만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라인강이 범람했고 대부분 배수시설이 오래된 유럽 마을은 단숨에 2층까지 물이 차올랐는데요.

마을 안 도로는 장마철 계곡처럼 물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지역의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87mm인데요.

지난 15일에는 24시간 강수량이 154mm에 달했습니다.

2000년 이후 유럽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백 명을 넘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최소 197명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앵커]

이렇게 유래없는 피해가 나자, 유럽의 재난 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요?

[기자]

독일 의회에서는 독일이 기상이변에 후진국처럼 당했다며 부실한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현실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나 클로크/레딩대학교 수문학 교수 : "사태는 예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경고에 대한 소통 체계가 잘못됐어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걸 잘 모르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짜놓은 현재의 재난대응체계로는 최근의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EU 집행위원장 : "요즘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기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고 있습니다."]

막대한 피해에 독일과 벨기에 등은 물론 유럽연합도 화들짝 놀라 새로운 재난대응 체계를 만드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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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럽 재난체계, 21세기 기후 변화에 무용지물
    • 입력 2021-07-20 21:29:12
    • 수정2021-07-20 21: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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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일의 한 마을 풍경입니다.

초록빛 풀과 나무 사이에 자리잡은 평화로운 주택가.

그런데 지난주 내린 비로 고작 이틀만에 이렇게 물에 잠겼습니다.

전과 후 며칠전 세계기상기구가 공식 SNS에 공개한 사진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이젠 현실이 되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서유럽에 내린 이번 폭우로 숨진 사람, 어느덧 2백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대책이 수준 이하였다는 비판도 독일에선 나오는 가운데, 20세기에 만든 재난대응 시스템이 자칫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재해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가봅니다.

유원중 특파원!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번 폭우의 원인, 현지에선 뭐라고 보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주까지만 해도 홍수가 난 라인강 주위의 기온은 여름 같지 않게 약 20도 정도로 선선했는데요

여기에 지중해와 남프랑스를 지나온 고온다습한 저기압이 몰려들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만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라인강이 범람했고 대부분 배수시설이 오래된 유럽 마을은 단숨에 2층까지 물이 차올랐는데요.

마을 안 도로는 장마철 계곡처럼 물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지역의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87mm인데요.

지난 15일에는 24시간 강수량이 154mm에 달했습니다.

2000년 이후 유럽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백 명을 넘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최소 197명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앵커]

이렇게 유래없는 피해가 나자, 유럽의 재난 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요?

[기자]

독일 의회에서는 독일이 기상이변에 후진국처럼 당했다며 부실한 재난대응체계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현실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나 클로크/레딩대학교 수문학 교수 : "사태는 예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경고에 대한 소통 체계가 잘못됐어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걸 잘 모르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짜놓은 현재의 재난대응체계로는 최근의 기상이변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EU 집행위원장 : "요즘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기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고 있습니다."]

막대한 피해에 독일과 벨기에 등은 물론 유럽연합도 화들짝 놀라 새로운 재난대응 체계를 만드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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