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바닥에 합판 깔고…폭염에 방치된 건설 노동자

입력 2021.07.21 (06:34) 수정 2021.07.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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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이라도 편하게 쉬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공사 현장의 휴게 시설은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김재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한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건설중인 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쉬고 있습니다.

합판 같은 딱딱한 건축 자재를 침대 삼아 누웠습니다.

쉴 곳이 부족해 철제 구조물이 빽빽한 2층에 누워서 쉬기도 합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위험한 게...타설한지가 얼마 안 돼가지고.."]

80명이 일하는데, 휴게시설은 컨테이너 한 동과 그늘막 텐트가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식당 겸용입니다.

[건설노동자 A 씨/음성변조 : "너무 열악하긴 열악해요. 이러고 쉬어야 해요. 컨테이너 하나만 갖다 줘도 되는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나가는데."]

인근의 아파트 건설현장.

오후 3시부터 30분 간을 새참 시간으로 정했는데, 앉을 의자가 없습니다.

건축 자재 위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휴식 시간을 보냅니다.

이 현장엔 실내 휴게 공간이 아예 없고, 곳곳에 그늘막만 쳐놨습니다.

또 다른 건설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휴게실이 한 곳 있지만, 5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건설노동자 B 씨/음성변조 : "여기(그늘막)는 잠깐 식구들이 담배한대 피우고 더위를 잠깐 피하는 공간인데요. 백 명이 넘는데 휴게공간이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요."]

산업안전보건 규칙엔 사업자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이 없고, 이를 어겨도 처벌 수단이 없습니다.

사실상 사업자 재량에 맡긴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온열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156명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입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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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장 바닥에 합판 깔고…폭염에 방치된 건설 노동자
    • 입력 2021-07-21 06:34:19
    • 수정2021-07-21 07:53:52
    뉴스광장 1부
[앵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야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주어지는 휴식 시간이라도 편하게 쉬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공사 현장의 휴게 시설은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김재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염 경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한 건설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건설중인 건물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쉬고 있습니다.

합판 같은 딱딱한 건축 자재를 침대 삼아 누웠습니다.

쉴 곳이 부족해 철제 구조물이 빽빽한 2층에 누워서 쉬기도 합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위험한 게...타설한지가 얼마 안 돼가지고.."]

80명이 일하는데, 휴게시설은 컨테이너 한 동과 그늘막 텐트가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식당 겸용입니다.

[건설노동자 A 씨/음성변조 : "너무 열악하긴 열악해요. 이러고 쉬어야 해요. 컨테이너 하나만 갖다 줘도 되는데. 한 달에 10만 원도 안 나가는데."]

인근의 아파트 건설현장.

오후 3시부터 30분 간을 새참 시간으로 정했는데, 앉을 의자가 없습니다.

건축 자재 위에 쪼그려 앉아 간식을 먹고 휴식 시간을 보냅니다.

이 현장엔 실내 휴게 공간이 아예 없고, 곳곳에 그늘막만 쳐놨습니다.

또 다른 건설현장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휴게실이 한 곳 있지만, 5분이나 걸어가야 합니다.

[건설노동자 B 씨/음성변조 : "여기(그늘막)는 잠깐 식구들이 담배한대 피우고 더위를 잠깐 피하는 공간인데요. 백 명이 넘는데 휴게공간이 컨테이너 하나밖에 없어요."]

산업안전보건 규칙엔 사업자가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설 기준이 없고, 이를 어겨도 처벌 수단이 없습니다.

사실상 사업자 재량에 맡긴 겁니다.

최근 5년 동안 온열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156명 가운데 76명이 건설 현장 노동자들입니다.

KBS 뉴스 김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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