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64년엔 혁신, 이번엔 ‘쇠퇴·무능’의 상징된 도쿄 올림픽

입력 2021.07.21 (18:07) 수정 2021.07.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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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가 도쿄 올림픽 걱정을 합니다.

그러면서 앞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소환합니다.

당시 올림픽은 2차 대전 패전으로 폐허가 됐던 일본이 재건됐다, 하는 부흥의 상징이었는데, 이번엔 다르단 거죠.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오, 이 사진은 뭡니까?

후지산 보이는 거 보니까 일본인데요?

[기자]

올림픽이 열리던 1960년대 당시 사진인데,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올림픽 특집기사 사진입니다.

사진에 기차 보이시죠?

[앵커]

고속열차 같은데요?

신칸센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최고 속도가 시속 210km. 당시로선 엄청난 속도여서 '총알 열차'라고도 불렸는데, 이 신칸센이 1964년, 올림픽 9일 전에 개통됐습니다.

올림픽 축포였던 셈이고, 당시 일본의 '혁신'을 상징했습니다.

2차 대전 패전 20년 만에 세계 무대에 다시 나타난 일본은 미국 NASA(항공우주국)와 협력해 통신 위성 쏘고, 올림픽을 위성 생중계합니다.

전 세계 3분의 1 지역에서 올림픽을 TV로 보는 당시로선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도쿄 올림픽은 일본 '재건과 혁신'의 상징이었고, 이게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 다시 유치할 때 '부흥'을 내건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57년 만에 돌아온 이번 올림픽이 이런 부흥이나 재건이 아니고, "일본의 기술 쇠퇴를 보여준다"는 우울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앵커]

저희 세대는 사실 일본, 또 일본 기술하면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이 생각나요?

[기자]

'소니' 제품이죠.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는 이 '워크맨'은 혁신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는 애플 차지입니다.

블룸버그는 "더 큰 굴욕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스마트폰·메모리칩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반도체'가 일본의 가장 큰 굴욕이라는 거군요?

[기자]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습니다.

1990년대, 세계 시장 절반 가량을 차지했는데요.

지금은 6%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앵커]

일본 반도체 몰락의 배경이 뭔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우선은 미국의 견제입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시작이었습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싸게 팔지 마라, 일본 내수시장의 10~20%는 미국 반도체에 의무 할당해라, 이런 내용의 굉장한 불평등 합의였는데, 미국이 힘으로 눌러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서명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이 합의로 경쟁력 잃어갈 바로 그때, 대한민국 반도체가 맹추격, 역전에 성공한 거죠.

[앵커]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본 정부의 정책 실패입니다.

반도체 협정과 함께 1985년 맺은 플라자 합의, 사실은 이 합의가 더 유명하죠?

이게 달러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린 합의인데, 미국의 압박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맺은 반도체 협정과 달리 일본이 이건 흔쾌히 받았어요.

우리는 이제 G2다, 미국과 어깨 나란히 한다, 이런 자신감이 있을 때여서.

그런데 이후 환율이 너무 안 좋아져서 가격 경쟁력 떨어지고 수출기업 쓰러졌습니다.

일본 경제관료들이 그런데 '이제는 수출 말고 내수다' 하면서 금리도 내리고, 내수 부양책 씁니다.

이게 지금은 너무 뼈아픈 실책입니다.

국제 경쟁력 잃고, 국제사회와는 다른 일본만의 표준으로 살아가는 '갈라파고스 경제'의 씨앗이 된 거죠.

[앵커]

세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기자]

삼성전자와 타이완의 TSMC가 각각 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죠?

반면 히타치, 도시바, NEC,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다 망했거나 매각됐습니다.

요즘 키옥시아, 새로 시작하려는 데 잘 안되고, 그래서 TSMC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게 된, 자존심 상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앵커]

하나 더요.

일본 장기 침체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아까 내수 부양 얘기까지 했죠?

그 뒤에 물가가 너무 오르고 특히 집값이 막 천정부지로 오르니까 이번엔 반대로 금리 인상을 하는데, 너무 급하게 합니다.

갑자기 6%대까지 올리거든요.

이것도 지금 보면 너무 뼈아픈 정책 실패입니다.

부동산 가격 폭락, 거품 붕괴, 지금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집니다.

[앵커]

1964년과 2021년, 두 올림픽 맞는 일본이 경제적으로도 너무 대비되는군요.

[기자]

워싱턴포스트, 이번 도쿄 올림픽을 "명백히 실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더 뼈아픈 표현을 했는데요,

2차 대전 당시 국민을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이끌었단 얘기 듣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국민을 원치 않는 올림픽으로 이끈다는 말을 듣는다, 특히 이렇게 국민을 억지로 올림픽으로 이끄는 이유가 국민보다 '올림픽 스폰서의 이익, TV 중계 회사의 이익, IOC 이익이 더 중요해서'라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도쿄 올림픽, 역사에 어떻게 남게 될까요?

서영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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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1 18:07:19
    • 수정2021-07-21 18: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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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가 도쿄 올림픽 걱정을 합니다.

그러면서 앞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소환합니다.

당시 올림픽은 2차 대전 패전으로 폐허가 됐던 일본이 재건됐다, 하는 부흥의 상징이었는데, 이번엔 다르단 거죠.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얘기 나눠봅니다.

오, 이 사진은 뭡니까?

후지산 보이는 거 보니까 일본인데요?

[기자]

올림픽이 열리던 1960년대 당시 사진인데,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올림픽 특집기사 사진입니다.

사진에 기차 보이시죠?

[앵커]

고속열차 같은데요?

신칸센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최고 속도가 시속 210km. 당시로선 엄청난 속도여서 '총알 열차'라고도 불렸는데, 이 신칸센이 1964년, 올림픽 9일 전에 개통됐습니다.

올림픽 축포였던 셈이고, 당시 일본의 '혁신'을 상징했습니다.

2차 대전 패전 20년 만에 세계 무대에 다시 나타난 일본은 미국 NASA(항공우주국)와 협력해 통신 위성 쏘고, 올림픽을 위성 생중계합니다.

전 세계 3분의 1 지역에서 올림픽을 TV로 보는 당시로선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도쿄 올림픽은 일본 '재건과 혁신'의 상징이었고, 이게 아베 전 총리가 올림픽 다시 유치할 때 '부흥'을 내건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57년 만에 돌아온 이번 올림픽이 이런 부흥이나 재건이 아니고, "일본의 기술 쇠퇴를 보여준다"는 우울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앵커]

저희 세대는 사실 일본, 또 일본 기술하면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이 생각나요?

[기자]

'소니' 제품이죠.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하는 이 '워크맨'은 혁신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는 애플 차지입니다.

블룸버그는 "더 큰 굴욕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스마트폰·메모리칩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반도체'가 일본의 가장 큰 굴욕이라는 거군요?

[기자]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습니다.

1990년대, 세계 시장 절반 가량을 차지했는데요.

지금은 6%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앵커]

일본 반도체 몰락의 배경이 뭔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우선은 미국의 견제입니다.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시작이었습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싸게 팔지 마라, 일본 내수시장의 10~20%는 미국 반도체에 의무 할당해라, 이런 내용의 굉장한 불평등 합의였는데, 미국이 힘으로 눌러서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서명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이 합의로 경쟁력 잃어갈 바로 그때, 대한민국 반도체가 맹추격, 역전에 성공한 거죠.

[앵커]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본 정부의 정책 실패입니다.

반도체 협정과 함께 1985년 맺은 플라자 합의, 사실은 이 합의가 더 유명하죠?

이게 달러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올린 합의인데, 미국의 압박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맺은 반도체 협정과 달리 일본이 이건 흔쾌히 받았어요.

우리는 이제 G2다, 미국과 어깨 나란히 한다, 이런 자신감이 있을 때여서.

그런데 이후 환율이 너무 안 좋아져서 가격 경쟁력 떨어지고 수출기업 쓰러졌습니다.

일본 경제관료들이 그런데 '이제는 수출 말고 내수다' 하면서 금리도 내리고, 내수 부양책 씁니다.

이게 지금은 너무 뼈아픈 실책입니다.

국제 경쟁력 잃고, 국제사회와는 다른 일본만의 표준으로 살아가는 '갈라파고스 경제'의 씨앗이 된 거죠.

[앵커]

세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기자]

삼성전자와 타이완의 TSMC가 각각 메모리,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죠?

반면 히타치, 도시바, NEC,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다 망했거나 매각됐습니다.

요즘 키옥시아, 새로 시작하려는 데 잘 안되고, 그래서 TSMC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게 된, 자존심 상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앵커]

하나 더요.

일본 장기 침체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아까 내수 부양 얘기까지 했죠?

그 뒤에 물가가 너무 오르고 특히 집값이 막 천정부지로 오르니까 이번엔 반대로 금리 인상을 하는데, 너무 급하게 합니다.

갑자기 6%대까지 올리거든요.

이것도 지금 보면 너무 뼈아픈 정책 실패입니다.

부동산 가격 폭락, 거품 붕괴, 지금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집니다.

[앵커]

1964년과 2021년, 두 올림픽 맞는 일본이 경제적으로도 너무 대비되는군요.

[기자]

워싱턴포스트, 이번 도쿄 올림픽을 "명백히 실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더 뼈아픈 표현을 했는데요,

2차 대전 당시 국민을 원치 않는 전쟁으로 이끌었단 얘기 듣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국민을 원치 않는 올림픽으로 이끈다는 말을 듣는다, 특히 이렇게 국민을 억지로 올림픽으로 이끄는 이유가 국민보다 '올림픽 스폰서의 이익, TV 중계 회사의 이익, IOC 이익이 더 중요해서'라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도쿄 올림픽, 역사에 어떻게 남게 될까요?

서영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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