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위험, 장난감 총

입력 2002.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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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2년 3월 24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용태영 기자 yongty@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용태영 기자:
동네 문방구 어디서나, 그리고 아무나 이른바 비비탄 총을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좋아합니다. 1년 전에도 저희 취재파일은 이런 총의 위험성을 보도했고 뒤이어 당국은 총의 안전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위험한 총이 팔리고 있고 어린이들은 눈을 다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저마다 하나씩 총을 든 어린이들이 모여듭니다. 총알이 얼마나 멀리 나가는지 위력 시험도 해 봅니다. 바닥에 하얗게 깔린 게 모두 비비탄 총알입니다. 편을 가르고 본격적인 총싸움을 벌입니다.
매트리스로 방어벽을 세워 놓았습니다.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겁 없이 다가가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이러다가 총알을 맞게 됩니다.

*현장녹취:
-"방금 맞았는데요, 여기."
-(기자: 어디 맞았어요?)
-"여기 눈쪽이요, (아파요, 그래서?) 좀 따가워요."

*용태영 기자:
보안경이 있어도 쓰질 않습니다. 대부분 한 번씩은 얼굴에 총알을 맞아 봤습니다.

*현장녹취:
-(기자:눈 근처에 맞아 본 적 있어요?)
-"여기요."
-(기자:눈에 맞으면 큰 일 날 텐데, 위험할 텐데 괜찮아?)
-"아, 안 맞으면 괜찮죠."

*용태영 기자:
이러다가 결국은 눈에 맞게 됩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에도 못 가고 일주일째 병원에 누웠습니다. 친구가 쏜 총에 눈을 맞았습니다.

*조준희(초등1년):
"내가 당겨서 줬는데 이렇게 쐈어요. 그래서 맞았어요."

*박희규(환자 어머니):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어요. 애들이 총 갖고 놀고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 안 했는데 그리고서 재웠거든요 한두 시간 지나고 집에 가보니까 애가 막 눈을 못 뜨고 눈이 부었고 눈 맞은 데는 멍이 들고 그래서 심각한 걸 느끼고 병원으로 달려 왔거든요, 택시타고."

*용태영 기자:
바로 윗 층 입원실에도 눈을 다친 어린이가 누워 있습니다.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날아온 총알에 눈을 맞았습니다.

*신현근(초등 2년):
"가만히 있는데 쏴서 맞았어요."
(기자:총 쏘는 줄 몰랐어요?) "예."
(기자:아팠어요?) "예. (어떻게 아팠어요?) 쪼개질 것 같았어요."

*신승래(환자 아버지):
"아주 고통을 심하게 호소하더라고요. 잘 참는 편인데 아주 심하게 자기가 병원에 갈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응급으로 왔어요."

*용태영 기자:
두 어린이 모두 각막에 총알을 맞아 눈 속에 출혈이 생겼습니다. 시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 일 날 뻔했습니다.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파괴력이 세기 때문에 충격을 받게 되면 각막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고 그 다음에 눈 안쪽에 안구가 에너지에 의해서 찌그러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눈 안에 있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충격을 받아 붓거나 창백해지는 것부터 심한 경우는 찢어지거나 출혈로 인해서 시력에 큰 손상을 입게 됩니다.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기자:시력을 잃을 수도 있나요?)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
비비탄 총은 동네 문방구 어디서나 살 수 있습니다 천원짜리 권총에서부터 만원이 넘는 소총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입니다.

*문구점 주인:
"장난감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중고생도 사 가고 (초등학생도 사 가고?) 그렇죠. 저희는 찾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갖다 논 거에요. 전부 애들이 찾아서 갖다 놓은 겁니다. 강제적으로 갖다 노혹 파는 게 아니고 애들이 찾고 찾는 게 나오니까 갖다 놓고 한 뿐이지."

*용태영 기자:
애들이 찾는다는 총, 그러나 위력은 애들 수준이 아닙니다.
총알이 사과 깊숙이 박힙니다.
우유팩에도 구멍이 뚫립니다.
전구가 터져 산산조각이 납니다.
안경알조차 쉽게 깨집니다.
비비탄 총은 10여년 전에 등장했습니다. 그 때부터 언론과 소비자 보호원이 여러 차례 총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1년 전에도 취재파일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을 보도하자 당국은 지난해 7월 총의 안전기준을 개정했습니다.

*김현일(산자부 기술표준원 과장):
"이제 장난감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비비탄 총은 말 그대로 비비탄총으로써 이제 안전을 보호해야겠다, 그런 개념에서 비비탄총에 대한 안전 검사기준을 다시 만들게 된 겁니다."

*용태영 기자:
개정된 내용의 주된 골자는 시중에 팔리는 총의 운동에너지를 0.2J에서 0.14J 이하로 낮춘 것입니다. 0.14J의 기준을 정한 데에는 총 제조업계의 주장이 반영됐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1년 전에 개정할 때 테스트를 누차 해 봐 가지고 0.14J 이 정도로 하면 큰 문제가 없겠다.."

*용태영 기자:
그러나 0.14J의 위력이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안경알을 깨뜨리고 우유팩을 뚫었던 총들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했습니다.
안경알을 깬 우지 기관총의 에너지는 0.12J, 안전기준이라는 0.14J보다 약한 총입니다. 우유팩을 뚫는 톰슨소총도 0.14J입니다. 안전하다는 0.14J의 총이 이 정도 위력이니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0.14J 정도에 또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은 완구 산업을 대변하는 제 자신으로써는 참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용태영 기자:
유럽의 경우 어린이용 장난감 총의 운동에너지를 0.08J로 제한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더 강한 총을 만들지만 어린이의 손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총의 세기가 강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또다른 문제는 어린이들에게 팔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총들은 모두 14세 이상용입니다. 14세 이하 어린이에게 팔 경우에는 처벌 받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동네 문방구에서 아무런 규제도 없이 어린이에게 팔릴 뿐만 아니라 여기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총마다 14세 이상용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나이 기준을 어겨서 판매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판매업자들은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문방구 주인:
-(팔아서 안된다, 이런 거 모르십니까? 여기 14세 이상으로 써져 있는데...)
-"써있어도 애들 장난감으로 사니까 특별한 규제가 없잖아요."

*용태영 기자:
단속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공무원들이 문방구마다 지키고 서서 단속할 수도 없습니다. 문방구측은 어른들에게 팔았다고 변명하면 됩니다.

*문방구 주인:
"부모님하고 오라고 해요. 어린애들은 부모님 모시고 와라, 같이. 부모들이 대개 사주거든요, 그래서 파는 거지."

*문방구 주인:
"부모님이 오시면 저희도 팝니다. 부모님이 허락하는 선에서."

*용태영 기자:
그러나 어린이들이 말하는 현실은 다릅니다.

*현장녹취:
"어린이들 중에서 자기가 문방구에 가서 비비탄총을 사 본 어린이 손 들어 보세요."

*용태영 기자:
4학년 한 반 전체 38 명 가운데 18 명이 직접 총을 샀습니다.

*현장녹취:
-"지금도 살 수 있나요?"
-"예"
-"돈만 가져가면 살 수 있나요?"
-"예."
-"얼마정도 하지요?"
-"만원, 칠천원, 천원짜리도 있어요"

*용태영 기자:
38 명 가운데 31 명이 총알을 맞아 본 적이 있습니다. 10명은 얼굴에 맞은 적이 있고 눈 주위에 맞은 어린이도 세 명이나 됩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비비탄총의 피해사례는 30건, 올 들어서도 5건이 접수됐습니다. 안전기준이 강화됐어도 피해는 여전한 셈입니다.
한 번 심하게 다친 눈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습니다. 일주일 전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지금도 정상은 아닙니다.

*박희규(서울 황학동):
"지금도 눈을 뜰 때는 한쪽 눈을 찌그리면서 봐요. 컴퓨터할 때도 그렇고. 티브이 볼 때도 그렇고, 눈을 찌그리면서 보고, 이런 습관이 생겼어요. 가만히 있어도 눈곱 끼고, 눈물나고."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후유증 같은 것은 특히 비비탄 사고가 어린이에게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인데 시력 발달이 채 끝나지 않은 어린이들이 비비탄 총에 의해서 비록 나중에 다치고 시력이 회복된다고 해도 시력 발달에 문제를 초래해서 나중에 시력 장애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
비비탄 총에 눈만 다치는 것이 아닙니다. 10살 선아는 2년 전 총알이 없는 빈 총을 귀에 맞았습니다.

*윤세리:
"펄쩍 펄쩍 뛰면서 나오는 거에요. 소리를 질러 가면서, 엄마 나 큰 일 났어 어떡하면 좋으냐고 머리를 붙잡고 나오더라고요. 왜? 왜? 그랬더니 엄마 나 머리 속이 터지는 것 같애, 몰라 지금 머리 속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대요, 아이가. 그냥 뛰어 나오면서 그냥 뒤로 넘어가는 거에요."

*용태영 기자:
빈 총의 공기압력이 귀 속의 달팽이관 신경을 다치게 한 것입니다. 귀가 울리는 이명증이 생겼고 정신질환까지 앓게 됐습니다.

*임명호(단국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명증상을 귀가 울린다라고 하는 증상으로 봤을 때는 실제로 아이는 불안증상이라든지, 생활에서 깜짝 깜짝 놀라는 반응들, 흥미가 적어진다든지 사람 만나기 싫어하고 이런 증상이 수반되었 것 같습니다. 학습장애라든지 수면 장애가 동반되었던 것 같고요."

*용태영 기자:
지금도 아이는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아(초등 4년):
"귀 속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삐하는 소리가 들리고 멍멍해지고 안 들리고 그래요."

*임명호(단국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게 한 번 부러진 뼈는 이전보다 강해질 수 없거든요. 이 아이가 나중에 비슷한 외상을 받았을 경우에는 재발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게 됩니다. 이를테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든 우울장애든. 그런 것들이 나중에 커서 두배 이상 높다라고 보면 그게 합병증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죠."
(기자: 상처치유는 완전한 극복이 안 되는 거네요?) "그렇죠. 남아 있다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용태영 기자:
부모는 아이 때문에 학교도 시골학교로 옮겼습니다.

*윤세리:
"나이 10살에 불면증이 있다고 하면 누가 그 걸 이해하겠어요? 뛰어 놀고 자기 생활하면서 피곤해서 잠드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잠을 못 자요.."

*용태영 기자: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흉기라고 볼 수 있는 비비탄 총, 당국은 또 다시 안전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현일(산자부 기술표준원 과장):
"작년에 많은 연구를 해서 제도를 바꿔 놓았는데 그래도 사고가 난다면 어린이용과 전문가용을 아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한 번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지금 그런 사고가 얼마나 났는지 어떤 정도의 사고인지 모르지만 저희가 소비자 보호원하고 기술 표준원하고 건의해 가지고 다시 회의를 해서 심도있게 거론해 보겠습니다."

*용태영 기자:
당국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미봉책에 그쳤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어린이들이 눈을 다쳐야 어른들은 정신을 차릴 것인지, 어른들이 돈벌이에 눈 먼 가운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눈을 다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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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위험, 장난감 총
    • 입력 2002-03-24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2년 3월 24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용태영 기자 yongty@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용태영 기자: 동네 문방구 어디서나, 그리고 아무나 이른바 비비탄 총을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좋아합니다. 1년 전에도 저희 취재파일은 이런 총의 위험성을 보도했고 뒤이어 당국은 총의 안전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위험한 총이 팔리고 있고 어린이들은 눈을 다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저마다 하나씩 총을 든 어린이들이 모여듭니다. 총알이 얼마나 멀리 나가는지 위력 시험도 해 봅니다. 바닥에 하얗게 깔린 게 모두 비비탄 총알입니다. 편을 가르고 본격적인 총싸움을 벌입니다. 매트리스로 방어벽을 세워 놓았습니다.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겁 없이 다가가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이러다가 총알을 맞게 됩니다. *현장녹취: -"방금 맞았는데요, 여기." -(기자: 어디 맞았어요?) -"여기 눈쪽이요, (아파요, 그래서?) 좀 따가워요." *용태영 기자: 보안경이 있어도 쓰질 않습니다. 대부분 한 번씩은 얼굴에 총알을 맞아 봤습니다. *현장녹취: -(기자:눈 근처에 맞아 본 적 있어요?) -"여기요." -(기자:눈에 맞으면 큰 일 날 텐데, 위험할 텐데 괜찮아?) -"아, 안 맞으면 괜찮죠." *용태영 기자: 이러다가 결국은 눈에 맞게 됩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에도 못 가고 일주일째 병원에 누웠습니다. 친구가 쏜 총에 눈을 맞았습니다. *조준희(초등1년): "내가 당겨서 줬는데 이렇게 쐈어요. 그래서 맞았어요." *박희규(환자 어머니):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어요. 애들이 총 갖고 놀고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 안 했는데 그리고서 재웠거든요 한두 시간 지나고 집에 가보니까 애가 막 눈을 못 뜨고 눈이 부었고 눈 맞은 데는 멍이 들고 그래서 심각한 걸 느끼고 병원으로 달려 왔거든요, 택시타고." *용태영 기자: 바로 윗 층 입원실에도 눈을 다친 어린이가 누워 있습니다. 놀이터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날아온 총알에 눈을 맞았습니다. *신현근(초등 2년): "가만히 있는데 쏴서 맞았어요." (기자:총 쏘는 줄 몰랐어요?) "예." (기자:아팠어요?) "예. (어떻게 아팠어요?) 쪼개질 것 같았어요." *신승래(환자 아버지): "아주 고통을 심하게 호소하더라고요. 잘 참는 편인데 아주 심하게 자기가 병원에 갈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응급으로 왔어요." *용태영 기자: 두 어린이 모두 각막에 총알을 맞아 눈 속에 출혈이 생겼습니다. 시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큰 일 날 뻔했습니다.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파괴력이 세기 때문에 충격을 받게 되면 각막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고 그 다음에 눈 안쪽에 안구가 에너지에 의해서 찌그러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눈 안에 있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 충격을 받아 붓거나 창백해지는 것부터 심한 경우는 찢어지거나 출혈로 인해서 시력에 큰 손상을 입게 됩니다.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기자:시력을 잃을 수도 있나요?)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 비비탄 총은 동네 문방구 어디서나 살 수 있습니다 천원짜리 권총에서부터 만원이 넘는 소총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입니다. *문구점 주인: "장난감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중고생도 사 가고 (초등학생도 사 가고?) 그렇죠. 저희는 찾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갖다 논 거에요. 전부 애들이 찾아서 갖다 놓은 겁니다. 강제적으로 갖다 노혹 파는 게 아니고 애들이 찾고 찾는 게 나오니까 갖다 놓고 한 뿐이지." *용태영 기자: 애들이 찾는다는 총, 그러나 위력은 애들 수준이 아닙니다. 총알이 사과 깊숙이 박힙니다. 우유팩에도 구멍이 뚫립니다. 전구가 터져 산산조각이 납니다. 안경알조차 쉽게 깨집니다. 비비탄 총은 10여년 전에 등장했습니다. 그 때부터 언론과 소비자 보호원이 여러 차례 총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1년 전에도 취재파일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을 보도하자 당국은 지난해 7월 총의 안전기준을 개정했습니다. *김현일(산자부 기술표준원 과장): "이제 장난감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비비탄 총은 말 그대로 비비탄총으로써 이제 안전을 보호해야겠다, 그런 개념에서 비비탄총에 대한 안전 검사기준을 다시 만들게 된 겁니다." *용태영 기자: 개정된 내용의 주된 골자는 시중에 팔리는 총의 운동에너지를 0.2J에서 0.14J 이하로 낮춘 것입니다. 0.14J의 기준을 정한 데에는 총 제조업계의 주장이 반영됐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1년 전에 개정할 때 테스트를 누차 해 봐 가지고 0.14J 이 정도로 하면 큰 문제가 없겠다.." *용태영 기자: 그러나 0.14J의 위력이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안경알을 깨뜨리고 우유팩을 뚫었던 총들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했습니다. 안경알을 깬 우지 기관총의 에너지는 0.12J, 안전기준이라는 0.14J보다 약한 총입니다. 우유팩을 뚫는 톰슨소총도 0.14J입니다. 안전하다는 0.14J의 총이 이 정도 위력이니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0.14J 정도에 또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은 완구 산업을 대변하는 제 자신으로써는 참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용태영 기자: 유럽의 경우 어린이용 장난감 총의 운동에너지를 0.08J로 제한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더 강한 총을 만들지만 어린이의 손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총의 세기가 강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또다른 문제는 어린이들에게 팔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총들은 모두 14세 이상용입니다. 14세 이하 어린이에게 팔 경우에는 처벌 받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동네 문방구에서 아무런 규제도 없이 어린이에게 팔릴 뿐만 아니라 여기에 대한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총마다 14세 이상용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나이 기준을 어겨서 판매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판매업자들은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문방구 주인: -(팔아서 안된다, 이런 거 모르십니까? 여기 14세 이상으로 써져 있는데...) -"써있어도 애들 장난감으로 사니까 특별한 규제가 없잖아요." *용태영 기자: 단속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공무원들이 문방구마다 지키고 서서 단속할 수도 없습니다. 문방구측은 어른들에게 팔았다고 변명하면 됩니다. *문방구 주인: "부모님하고 오라고 해요. 어린애들은 부모님 모시고 와라, 같이. 부모들이 대개 사주거든요, 그래서 파는 거지." *문방구 주인: "부모님이 오시면 저희도 팝니다. 부모님이 허락하는 선에서." *용태영 기자: 그러나 어린이들이 말하는 현실은 다릅니다. *현장녹취: "어린이들 중에서 자기가 문방구에 가서 비비탄총을 사 본 어린이 손 들어 보세요." *용태영 기자: 4학년 한 반 전체 38 명 가운데 18 명이 직접 총을 샀습니다. *현장녹취: -"지금도 살 수 있나요?" -"예" -"돈만 가져가면 살 수 있나요?" -"예." -"얼마정도 하지요?" -"만원, 칠천원, 천원짜리도 있어요" *용태영 기자: 38 명 가운데 31 명이 총알을 맞아 본 적이 있습니다. 10명은 얼굴에 맞은 적이 있고 눈 주위에 맞은 어린이도 세 명이나 됩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비비탄총의 피해사례는 30건, 올 들어서도 5건이 접수됐습니다. 안전기준이 강화됐어도 피해는 여전한 셈입니다. 한 번 심하게 다친 눈은 완전한 회복이 어렵습니다. 일주일 전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지금도 정상은 아닙니다. *박희규(서울 황학동): "지금도 눈을 뜰 때는 한쪽 눈을 찌그리면서 봐요. 컴퓨터할 때도 그렇고. 티브이 볼 때도 그렇고, 눈을 찌그리면서 보고, 이런 습관이 생겼어요. 가만히 있어도 눈곱 끼고, 눈물나고." *김중곤(한양대 안과 교수): "후유증 같은 것은 특히 비비탄 사고가 어린이에게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인데 시력 발달이 채 끝나지 않은 어린이들이 비비탄 총에 의해서 비록 나중에 다치고 시력이 회복된다고 해도 시력 발달에 문제를 초래해서 나중에 시력 장애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용태영 기자: 비비탄 총에 눈만 다치는 것이 아닙니다. 10살 선아는 2년 전 총알이 없는 빈 총을 귀에 맞았습니다. *윤세리: "펄쩍 펄쩍 뛰면서 나오는 거에요. 소리를 질러 가면서, 엄마 나 큰 일 났어 어떡하면 좋으냐고 머리를 붙잡고 나오더라고요. 왜? 왜? 그랬더니 엄마 나 머리 속이 터지는 것 같애, 몰라 지금 머리 속에서 폭탄이 터지고 있대요, 아이가. 그냥 뛰어 나오면서 그냥 뒤로 넘어가는 거에요." *용태영 기자: 빈 총의 공기압력이 귀 속의 달팽이관 신경을 다치게 한 것입니다. 귀가 울리는 이명증이 생겼고 정신질환까지 앓게 됐습니다. *임명호(단국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명증상을 귀가 울린다라고 하는 증상으로 봤을 때는 실제로 아이는 불안증상이라든지, 생활에서 깜짝 깜짝 놀라는 반응들, 흥미가 적어진다든지 사람 만나기 싫어하고 이런 증상이 수반되었 것 같습니다. 학습장애라든지 수면 장애가 동반되었던 것 같고요." *용태영 기자: 지금도 아이는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아(초등 4년): "귀 속에서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삐하는 소리가 들리고 멍멍해지고 안 들리고 그래요." *임명호(단국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게 한 번 부러진 뼈는 이전보다 강해질 수 없거든요. 이 아이가 나중에 비슷한 외상을 받았을 경우에는 재발할 확률이 두 배 이상 높게 됩니다. 이를테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든 우울장애든. 그런 것들이 나중에 커서 두배 이상 높다라고 보면 그게 합병증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죠." (기자: 상처치유는 완전한 극복이 안 되는 거네요?) "그렇죠. 남아 있다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용태영 기자: 부모는 아이 때문에 학교도 시골학교로 옮겼습니다. *윤세리: "나이 10살에 불면증이 있다고 하면 누가 그 걸 이해하겠어요? 뛰어 놀고 자기 생활하면서 피곤해서 잠드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잠을 못 자요.." *용태영 기자: 장난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흉기라고 볼 수 있는 비비탄 총, 당국은 또 다시 안전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현일(산자부 기술표준원 과장): "작년에 많은 연구를 해서 제도를 바꿔 놓았는데 그래도 사고가 난다면 어린이용과 전문가용을 아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한 번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충경(완구협동조합 이사): "지금 그런 사고가 얼마나 났는지 어떤 정도의 사고인지 모르지만 저희가 소비자 보호원하고 기술 표준원하고 건의해 가지고 다시 회의를 해서 심도있게 거론해 보겠습니다." *용태영 기자: 당국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 미봉책에 그쳤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어린이들이 눈을 다쳐야 어른들은 정신을 차릴 것인지, 어른들이 돈벌이에 눈 먼 가운데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소중한 눈을 다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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