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사고 불감증

입력 2002.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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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2년 11월3(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김만석 기자 many@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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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02-781-4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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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석기자: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장에서 전동차가 추락해 사망하거나 골프공에 맞아서 중상을 입는 사고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전을 무시한 골프장측의 무리한 경기 진행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골프장 사고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김만석기자:
경기도 북부에 있는 한 골프장입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조경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한 달 전쯤인 지난 9월말 전동차 추락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캐디, 즉 경기보조원이 몰던 전동차가 커브길을 달리다 길옆 바위 언덕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동차에 타고 있던 5명이 모두 연못에 추락했습니다.

*사고피해자:
"턱을 치고 요렇게 넘어간거요. 옆으로 쳐박혀… 여기로 다 쏠려서... "

*김만석기자:
당시 연못의 수위는 가슴 정도 높이, 연못 바닥에서 길 위까지 높이는 3미터 정도였습니다.

*사고피해자
"못 일어나겠더라구요. 마비가오니까.(어떻게 나오셨어요?) 기어나가 숨참고 기어갔죠. 저쪽으로...(머리가 잠긴 상태로요?)네. "

*김만석기자:
전동차에 타고 있던 5명 모두가 추락 당시 상처를 입었고, 어깨부분의 뼈가 부러진 사람은 6주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는게 의사의 설명입니다.

*의사:
"골프카는 오픈카잖아요. 그러니까 환자가 떨어지면 그위에 차가 깔렸으면 죽을 수도 있고...기본적으로 차가 오픈카니까... "

*김만석기자:
사고원인은 캐디의 실수라고 회사측은 주장합니다.

*골프장직원:
"이 카트는 자동제어가 스스로 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왜넘어가죠?) 그러니까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넘어간 것이라고 저희는 보는데요. "

*김만석기자:
그러나 사고 당시 캐디로부터 핸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합니다. 즉, 전동차에 결함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사고를 낸 캐디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경기보조원
(회사에서 제재를 받지는 않았나요?)
"아뇨. 저희 회사에 그런 것은 없어요. 회사에서 전혀 그런 것 없었고요, 저희 경기과 내에서도 뭐 그걸로 해서 골프장에서는 벌당이라는게 있거든요.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요. "

*김만석기자:
사고 원인이 캐디의 실수 때문인지 전동차의 결함 때문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사고 당시 커브길의 턱은 벽돌 한 장 높이였습니다. 회사측은 사고가 난 뒤 도로턱을 조금 높였습니다.

*골프장직원:
(새로 턱을 높인 이유는 뭡니까?)
"글쎄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사고가 날 수 없는 장소인데, 한 눈을 팔아 가지고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구나, 그래서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더 좀 높여볼 필요가 있겠다. "

*김만석기자:
또 커브길에서는 자동 제어장치를 사용해 속도를 줄이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캐디는 속도를 내기 위해 수동으로 운전을 했다는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즉, 경기 진행을 서둘렀다는 것입니다.

*사고피해자:
"늦지는 않았어요. 저희들은~(그런데 왜? 빨리 갈려고 했단 말이죠?) 네, 왜 그랬냐하면, 빨리 가라 그러니까, 그늘집도 들러서 식사도 못하고, 뭐 먹지도 못하고 쥬스 그냥 들고 나왔어요."

*김만석기자:
사고가 난 뒤 골프장 측의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합니다.

*사고피해자:
"우리 차로 올라 갈거냐, 저희가 도저히 운전할 수가 없으니까, 팔이 쓰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운전해서 가느냐, 앰뷸런스를 불러주라 요구해서 1시간 기다렸다가 앰뷸런스를 타고 왔죠."

*김만석기자:
골프장측으로부터 치료비를 받긴 했지만 피해자들은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골프장측을 고소했습니다. 민사 소송도 준비 중입니다.

*사고피해자:
"피해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기 개인 사생활이라든지 회사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지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사람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라든지 이런 부분이 전혀 없다보니까 당연히 우리는 고소를 하게 된 거죠."

*김만석기자:
피해자들의 이런 주장과 관련한 취재에 응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골프장직원:
(사고가 난 것은 인정하시나요?) ]
"모르겠습니다."
(사고 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십니까?)
"대답 안하겠습니다."
(인정 안하십니까?)
"대답 안하겠습니다. 인정, 불인정도 모르겠습니다."
(모르신다고요?)
"문서로 다 해주시고요. 일 끝났으면 나가 주세요. "

*김만석기자: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한 골프장입니다. 아직도 공사가 한창입니다. 정식 개장은 2004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2년 넘게 골프장 운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지난 8월 전동차 사고가 났습니다. 전동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자가 길 위로 떨어지면서 숨진 것입니다. 사고가 난 길은 클럽하우스 앞으로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곳입니다.

*골프장직원:
(이 카트는 속도가 많이 나나요?)
"최대 18킬로 정도. "
(내려 오다가 일루 떨어지신거예요?)
"네. "
(옆에서 누가 민 것도 아닌데?)
"그렇죠. "
(여기 턱이 있는데 넘어지나요?)
"그러니까 이해가 안가죠. "

*김만석기자:
사고 경위나 원인은 물론이고, 애당초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발뺌하던 골프장측은 전동차 사고로사망한 피해자측에 1억원 이상을 배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만석기자:
경기도 가평의 운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골프장에서도 역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동차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골프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던 50대 남자가 전동차에서 떨어지면서 숨졌습니다. 이 사고로 골프장측은 피해자측에게 2억원 이상을 배상했습니다. 이 골프장은 곳곳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골프장 이용자들의 설명도 마찬가집니다.

*김국진씨:
"운전이 시원찮은 사람이 차를 몰다가 그게 인제 넘어져서 입원하고,
(많이 다치셨나요?)
예, 병원에 입원하고 보험도 타먹고 그랬어요."

*김만석기자:
산악 지형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골프장에는 급경사 구간이 많은데다, 산자락 안쪽보다는 낭떠러지 쪽으로 난 전동차 길도 많습니다. 도로폭도 좁아서 전통차가 교차할 때는 더욱 위험합니다. 커브길이나 낭떠러지쪽 길에 방호벽이 없는 곳도 있고 그나마 있는 방호벽도 형식적인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직접 전동차를 운전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강영석씨:
"내리막길에 브레이크를 밟아서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골프에 신경을 쓰다보니까 옆길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언덕에 그대로 쳐박혀서 넘어져요."

*김국진씨:
"가 인제 카트를 몰면요, 이렇게 막 내리막길이라든지 오르막길 같은 데는 굉장히 위험해요. 아찔할 때가 있어요. "

*김만석기자:
이같은 위험 속에서도 골프장의 전동차 운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장직원:
"인원감축 차원에서도 일단 카트 도입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쪽에서는 일단은 시설만 투자해 놓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지비가 빠진 이상은 수입이 들어오니까 일단은 카트 도입을 하는 경향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진행시간도 빨리 할 수 있고?) 예,예"

*김만석기자:
빈발하는 전동차 사고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관련법에는 코스 사이의 거리를 20m 이상으로 유지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망을 설치하라는 규정 밖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이 규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러다보니 골프장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도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정태윤(가평군청 문화관광과)
"경사도가 높기 때문에 안전시설을 뭐 특별히 설치해야 된다든가 이런 규정은 없고, 단지 우리나라 골프장이 평지가 아니고 산악이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하면서 이런게 문제가 된다면 뒷받침할 만한 안전시설 규칙같은 걸 만들어야겠죠. (현재로서는 없구요?) 예. 현재로선 없어요."

*김만석기자:
골프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공에 맞는 타구 사곱니다. 타구 사고 역시 전동차 사고처럼 위험하기는 마찬가집니다.지난 8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던 캐디가 손님이 친 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았습니다.

*경기보조요원
"저는 몸 쪽으로 날아올 줄 알고 카트에다 손을 이렇게 얹고 있었기 때문에 날아오는 줄 알고 몸을 딱 피했는데 몸으로 안 맞고 손으로 딱 가는 거예요.
(이쪽으로 맞았다 이거죠?)
예.
(근데 인제 이게 찢어지고?)
예. 완전히 다 나갔죠. 거의 요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위에. 요기 윗 부분만 남고.
(이게 벌어진 거예요? 벌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여기도 부러지고 여기도 부러졌어요. 두 군데."

*김만석기자:
엑스레이 화면을 통해 엄지손가락의 관절뼈 두 군데가 완전히 부러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
(아 이게 부러진거예요?)
"부러진거 보이시잖아요. 이렇게 까맣게 선 보이는 데가 골절된 걸 보이는 거거든요. "
(골절이 쉽게 말하면 부러진거죠?)
"예. "
(그러니까 여기? 까만 선하고)
"위에 것 하고 두 마디. "

*김만석기자:
골프공을 치는 사람보다 앞으로 나가지 말라는 초보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원:
"미리미리 앞으로 나가서 그걸 봐줘야 돼거든요. "
(위험하다는 걸 알고 앞으로 가는 건가요?)
"그렇죠.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는거죠. "
(진행을 좀 빨리 하기 위해서 회사에서도 그걸 요구를 하고?)
"그렇죠. "

*김만석기자:
회사측의 설명은 다릅니다.

*박정병(골프장 경기차장)
"골프 라운딩하시는 분들은 다 상식적으로 아는 부분입니다. 티샷하는데 고객보다도 먼저 월등히 나가 있다든지 그러지는 않거든요. "

*김만석기자:
치료비와 보상문제를 놓고도 노조측과 골프장측은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측은 사고에 대한 보상을 약속한 합의서대로 회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회사측 입장은 다릅니다.

*박정병(골프장 차장)
"합의는 8월 30일날 이뤄졌는데 실질적으로 언니가 다친 것은 8월 21일날 다친 겁니다. 그래서 회사측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 치료비라도 백만원 해 줄려고 노력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김만석기자:
사고를 당한 캐디는 두 달간의 입원치료비 5백만원 가운데 나머지 4백만원을 스스로 부담했습니다. 단돈 백만원이라도 회사가 들어준 보험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 다른 골프장에 비해 그나마 다행입니다. 대다수 캐디들은 보험은 커녕 사고를 당하고도 오히려 골프장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감추기 일쑵니다.

*경기보조요원:
"숨기죠 저도, 징계를 주기 때문에, 오히려 니가 일을 잘못했다, 뭐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죠, (수입도 못받고) 수입도 없고 이러니까.
(사고가 났을 때 회사측은 책임은 안지나요?)
책임 안지고 오히려 언니들한테 떠미는 거죠. 니가 일을 못해서 그렇다. 이런 식으로..."

*김만석기자:
타구 사고의 경우 골프장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게 그 동안의 관례였습니다. 실제로 전국 여성노조가 지난해 골프장 경기보조원 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캐디의 74%가 부상경험이 있고, 또 자기 돈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7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프장직원:
"고객 상호간의 사고는 뭐 말씀드릴 필요도 없이 본인들끼리 해결하는 것이고 그러고 또 자기 동반 캐디가 자기 볼에 의해서 사고가 났을 때는 손님측에서 전부 다 보상해 주는 그런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

*김만석기자:
자신이 잘못친 공 때문에 앞에 나가 있던 견습생 캐디의 치아 3개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냈던 이 모씨, 2천만원이 넘는 돈을 혼자서 물어줬다며 책임을 외면하는 골프장의 처사에 분노를 표시합니다.

*이모씨:
"이거는 뭐 억울한 거죠. 억울하다기 보다는 사고를 함께 원만하게 해결할라고 하는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업자측에서는 그걸 갖다가 완강하게 부인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는게 상당히 속상한 일이죠."

*김만석기자:
올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골프장 표준약관에는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골프장도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는 골프장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신필종(변호사)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가지고~골프장 운영주도 시설 설치 및 이용을 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부분이 결한 때에는 손해를 운영주도 보상할수도 있다고 보며 이런 케이스는 외국에서도 많이 문제가 됐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만석기자:
이처럼 골프공에 맞는 사고가 빈번한데도 불구하고 캐디들이 진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요원:
"오히려 일은 빨리 하되 눈치껏 좀 잘해라 이런 식이 되는 건데. 눈치라는 게 뭘 말하겠어요, 서두르라는 뜻이지."

*김만석기자:
이러는 과정에서 캐디는 물론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입니다.

*강영석씨:
"카트에 맞아 가지고 제가 맞은 거예요. 이제 안경을 끼고 있는데, 안경이 떨어졌어요. 아마 카트를 안 맞고 직접 맞았다면 아마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라요."

*이석영씨:
"위에 팀들이 우리 여자는 거리가 짧잖아요. 사장님들은 거리가 길고~그러면 우리가 세컨샷 안했는데도 뭐 안보이는 홀같은 경우에는 남자분들이 티샷하면 그게 우리 앞으로 갈때도 있어요. 놀라죠. 깜짝 놀라죠. "

*김만석기자:
골프장에서는 이밖에도 벼락을 맞거나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등의 사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나도 감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어디에서 어떤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조차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경빈(KBS골프 해설위원):
"국내 골프장이 플레이 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서두르는 그런 경향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카트의 운전도 좀 빨라지고,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그렇고, 항상 서두르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김만석기자:
골프장 안전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강영석씨:
"골프 운영하시는 업체에서는 가능한 한 진행문제를 고객을 위한 진행이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저는 꼭 골프시설도 중요하지만 운영하시는 모든 직원들의 마음가짐, 이것들이 바로 상품이 아니겠느냐..."

*김만석기자:
골프인구 3백만, 지난해 골프장 이용자수는 천 3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용자 숫자로만 보면 골프는 이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골프 대중화 시대에 걸맞게 안전 의식이나 규정도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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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사고 불감증
    • 입력 2002-11-03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2년 11월3(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김만석 기자 many@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김만석기자: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골프장에서 전동차가 추락해 사망하거나 골프공에 맞아서 중상을 입는 사고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안전을 무시한 골프장측의 무리한 경기 진행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골프장 사고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김만석기자: 경기도 북부에 있는 한 골프장입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조경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한 달 전쯤인 지난 9월말 전동차 추락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캐디, 즉 경기보조원이 몰던 전동차가 커브길을 달리다 길옆 바위 언덕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동차에 타고 있던 5명이 모두 연못에 추락했습니다. *사고피해자: "턱을 치고 요렇게 넘어간거요. 옆으로 쳐박혀… 여기로 다 쏠려서... " *김만석기자: 당시 연못의 수위는 가슴 정도 높이, 연못 바닥에서 길 위까지 높이는 3미터 정도였습니다. *사고피해자 "못 일어나겠더라구요. 마비가오니까.(어떻게 나오셨어요?) 기어나가 숨참고 기어갔죠. 저쪽으로...(머리가 잠긴 상태로요?)네. " *김만석기자: 전동차에 타고 있던 5명 모두가 추락 당시 상처를 입었고, 어깨부분의 뼈가 부러진 사람은 6주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는게 의사의 설명입니다. *의사: "골프카는 오픈카잖아요. 그러니까 환자가 떨어지면 그위에 차가 깔렸으면 죽을 수도 있고...기본적으로 차가 오픈카니까... " *김만석기자: 사고원인은 캐디의 실수라고 회사측은 주장합니다. *골프장직원: "이 카트는 자동제어가 스스로 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왜넘어가죠?) 그러니까 잠깐 한 눈 파는 사이에 넘어간 것이라고 저희는 보는데요. " *김만석기자: 그러나 사고 당시 캐디로부터 핸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합니다. 즉, 전동차에 결함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사고를 낸 캐디는 회사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경기보조원 (회사에서 제재를 받지는 않았나요?) "아뇨. 저희 회사에 그런 것은 없어요. 회사에서 전혀 그런 것 없었고요, 저희 경기과 내에서도 뭐 그걸로 해서 골프장에서는 벌당이라는게 있거든요.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요. " *김만석기자: 사고 원인이 캐디의 실수 때문인지 전동차의 결함 때문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사고 당시 커브길의 턱은 벽돌 한 장 높이였습니다. 회사측은 사고가 난 뒤 도로턱을 조금 높였습니다. *골프장직원: (새로 턱을 높인 이유는 뭡니까?) "글쎄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사고가 날 수 없는 장소인데, 한 눈을 팔아 가지고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구나, 그래서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더 좀 높여볼 필요가 있겠다. " *김만석기자: 또 커브길에서는 자동 제어장치를 사용해 속도를 줄이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캐디는 속도를 내기 위해 수동으로 운전을 했다는게 피해자들의 주장입니다. 즉, 경기 진행을 서둘렀다는 것입니다. *사고피해자: "늦지는 않았어요. 저희들은~(그런데 왜? 빨리 갈려고 했단 말이죠?) 네, 왜 그랬냐하면, 빨리 가라 그러니까, 그늘집도 들러서 식사도 못하고, 뭐 먹지도 못하고 쥬스 그냥 들고 나왔어요." *김만석기자: 사고가 난 뒤 골프장 측의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합니다. *사고피해자: "우리 차로 올라 갈거냐, 저희가 도저히 운전할 수가 없으니까, 팔이 쓰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운전해서 가느냐, 앰뷸런스를 불러주라 요구해서 1시간 기다렸다가 앰뷸런스를 타고 왔죠." *김만석기자: 골프장측으로부터 치료비를 받긴 했지만 피해자들은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골프장측을 고소했습니다. 민사 소송도 준비 중입니다. *사고피해자: "피해 입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기 개인 사생활이라든지 회사일이라든지 여러 가지 지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사람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라든지 이런 부분이 전혀 없다보니까 당연히 우리는 고소를 하게 된 거죠." *김만석기자: 피해자들의 이런 주장과 관련한 취재에 응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골프장직원: (사고가 난 것은 인정하시나요?) ] "모르겠습니다." (사고 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십니까?) "대답 안하겠습니다." (인정 안하십니까?) "대답 안하겠습니다. 인정, 불인정도 모르겠습니다." (모르신다고요?) "문서로 다 해주시고요. 일 끝났으면 나가 주세요. " *김만석기자: 경기도 가평에 있는 한 골프장입니다. 아직도 공사가 한창입니다. 정식 개장은 2004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2년 넘게 골프장 운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지난 8월 전동차 사고가 났습니다. 전동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자가 길 위로 떨어지면서 숨진 것입니다. 사고가 난 길은 클럽하우스 앞으로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곳입니다. *골프장직원: (이 카트는 속도가 많이 나나요?) "최대 18킬로 정도. " (내려 오다가 일루 떨어지신거예요?) "네. " (옆에서 누가 민 것도 아닌데?) "그렇죠. " (여기 턱이 있는데 넘어지나요?) "그러니까 이해가 안가죠. " *김만석기자: 사고 경위나 원인은 물론이고, 애당초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발뺌하던 골프장측은 전동차 사고로사망한 피해자측에 1억원 이상을 배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만석기자: 경기도 가평의 운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골프장에서도 역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동차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골프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던 50대 남자가 전동차에서 떨어지면서 숨졌습니다. 이 사고로 골프장측은 피해자측에게 2억원 이상을 배상했습니다. 이 골프장은 곳곳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골프장 이용자들의 설명도 마찬가집니다. *김국진씨: "운전이 시원찮은 사람이 차를 몰다가 그게 인제 넘어져서 입원하고, (많이 다치셨나요?) 예, 병원에 입원하고 보험도 타먹고 그랬어요." *김만석기자: 산악 지형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골프장에는 급경사 구간이 많은데다, 산자락 안쪽보다는 낭떠러지 쪽으로 난 전동차 길도 많습니다. 도로폭도 좁아서 전통차가 교차할 때는 더욱 위험합니다. 커브길이나 낭떠러지쪽 길에 방호벽이 없는 곳도 있고 그나마 있는 방호벽도 형식적인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직접 전동차를 운전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강영석씨: "내리막길에 브레이크를 밟아서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골프에 신경을 쓰다보니까 옆길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언덕에 그대로 쳐박혀서 넘어져요." *김국진씨: "가 인제 카트를 몰면요, 이렇게 막 내리막길이라든지 오르막길 같은 데는 굉장히 위험해요. 아찔할 때가 있어요. " *김만석기자: 이같은 위험 속에서도 골프장의 전동차 운행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장직원: "인원감축 차원에서도 일단 카트 도입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쪽에서는 일단은 시설만 투자해 놓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지비가 빠진 이상은 수입이 들어오니까 일단은 카트 도입을 하는 경향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진행시간도 빨리 할 수 있고?) 예,예" *김만석기자: 빈발하는 전동차 사고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관련법에는 코스 사이의 거리를 20m 이상으로 유지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망을 설치하라는 규정 밖에는 없습니다. 그나마 이 규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러다보니 골프장을 관리감독을 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도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정태윤(가평군청 문화관광과) "경사도가 높기 때문에 안전시설을 뭐 특별히 설치해야 된다든가 이런 규정은 없고, 단지 우리나라 골프장이 평지가 아니고 산악이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하면서 이런게 문제가 된다면 뒷받침할 만한 안전시설 규칙같은 걸 만들어야겠죠. (현재로서는 없구요?) 예. 현재로선 없어요." *김만석기자: 골프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는 공에 맞는 타구 사곱니다. 타구 사고 역시 전동차 사고처럼 위험하기는 마찬가집니다.지난 8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일하던 캐디가 손님이 친 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았습니다. *경기보조요원 "저는 몸 쪽으로 날아올 줄 알고 카트에다 손을 이렇게 얹고 있었기 때문에 날아오는 줄 알고 몸을 딱 피했는데 몸으로 안 맞고 손으로 딱 가는 거예요. (이쪽으로 맞았다 이거죠?) 예. (근데 인제 이게 찢어지고?) 예. 완전히 다 나갔죠. 거의 요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위에. 요기 윗 부분만 남고. (이게 벌어진 거예요? 벌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여기도 부러지고 여기도 부러졌어요. 두 군데." *김만석기자: 엑스레이 화면을 통해 엄지손가락의 관절뼈 두 군데가 완전히 부러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 (아 이게 부러진거예요?) "부러진거 보이시잖아요. 이렇게 까맣게 선 보이는 데가 골절된 걸 보이는 거거든요. " (골절이 쉽게 말하면 부러진거죠?) "예. " (그러니까 여기? 까만 선하고) "위에 것 하고 두 마디. " *김만석기자: 골프공을 치는 사람보다 앞으로 나가지 말라는 초보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원: "미리미리 앞으로 나가서 그걸 봐줘야 돼거든요. " (위험하다는 걸 알고 앞으로 가는 건가요?) "그렇죠.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는거죠. " (진행을 좀 빨리 하기 위해서 회사에서도 그걸 요구를 하고?) "그렇죠. " *김만석기자: 회사측의 설명은 다릅니다. *박정병(골프장 경기차장) "골프 라운딩하시는 분들은 다 상식적으로 아는 부분입니다. 티샷하는데 고객보다도 먼저 월등히 나가 있다든지 그러지는 않거든요. " *김만석기자: 치료비와 보상문제를 놓고도 노조측과 골프장측은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조측은 사고에 대한 보상을 약속한 합의서대로 회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회사측 입장은 다릅니다. *박정병(골프장 차장) "합의는 8월 30일날 이뤄졌는데 실질적으로 언니가 다친 것은 8월 21일날 다친 겁니다. 그래서 회사측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 치료비라도 백만원 해 줄려고 노력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김만석기자: 사고를 당한 캐디는 두 달간의 입원치료비 5백만원 가운데 나머지 4백만원을 스스로 부담했습니다. 단돈 백만원이라도 회사가 들어준 보험으로 처리가 되는 것이 다른 골프장에 비해 그나마 다행입니다. 대다수 캐디들은 보험은 커녕 사고를 당하고도 오히려 골프장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감추기 일쑵니다. *경기보조요원: "숨기죠 저도, 징계를 주기 때문에, 오히려 니가 일을 잘못했다, 뭐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죠, (수입도 못받고) 수입도 없고 이러니까. (사고가 났을 때 회사측은 책임은 안지나요?) 책임 안지고 오히려 언니들한테 떠미는 거죠. 니가 일을 못해서 그렇다. 이런 식으로..." *김만석기자: 타구 사고의 경우 골프장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게 그 동안의 관례였습니다. 실제로 전국 여성노조가 지난해 골프장 경기보조원 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캐디의 74%가 부상경험이 있고, 또 자기 돈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7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프장직원: "고객 상호간의 사고는 뭐 말씀드릴 필요도 없이 본인들끼리 해결하는 것이고 그러고 또 자기 동반 캐디가 자기 볼에 의해서 사고가 났을 때는 손님측에서 전부 다 보상해 주는 그런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 *김만석기자: 자신이 잘못친 공 때문에 앞에 나가 있던 견습생 캐디의 치아 3개를 부러뜨리는 사고를 냈던 이 모씨, 2천만원이 넘는 돈을 혼자서 물어줬다며 책임을 외면하는 골프장의 처사에 분노를 표시합니다. *이모씨: "이거는 뭐 억울한 거죠. 억울하다기 보다는 사고를 함께 원만하게 해결할라고 하는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업자측에서는 그걸 갖다가 완강하게 부인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는게 상당히 속상한 일이죠." *김만석기자: 올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골프장 표준약관에는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골프장도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는 골프장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신필종(변호사)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가지고~골프장 운영주도 시설 설치 및 이용을 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부분이 결한 때에는 손해를 운영주도 보상할수도 있다고 보며 이런 케이스는 외국에서도 많이 문제가 됐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만석기자: 이처럼 골프공에 맞는 사고가 빈번한데도 불구하고 캐디들이 진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보조요원: "오히려 일은 빨리 하되 눈치껏 좀 잘해라 이런 식이 되는 건데. 눈치라는 게 뭘 말하겠어요, 서두르라는 뜻이지." *김만석기자: 이러는 과정에서 캐디는 물론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위험에 노출되게 마련입니다. *강영석씨: "카트에 맞아 가지고 제가 맞은 거예요. 이제 안경을 끼고 있는데, 안경이 떨어졌어요. 아마 카트를 안 맞고 직접 맞았다면 아마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라요." *이석영씨: "위에 팀들이 우리 여자는 거리가 짧잖아요. 사장님들은 거리가 길고~그러면 우리가 세컨샷 안했는데도 뭐 안보이는 홀같은 경우에는 남자분들이 티샷하면 그게 우리 앞으로 갈때도 있어요. 놀라죠. 깜짝 놀라죠. " *김만석기자: 골프장에서는 이밖에도 벼락을 맞거나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 등의 사고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나도 감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어디에서 어떤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조차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경빈(KBS골프 해설위원): "국내 골프장이 플레이 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서두르는 그런 경향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카트의 운전도 좀 빨라지고,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그렇고, 항상 서두르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김만석기자: 골프장 안전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강영석씨: "골프 운영하시는 업체에서는 가능한 한 진행문제를 고객을 위한 진행이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저는 꼭 골프시설도 중요하지만 운영하시는 모든 직원들의 마음가짐, 이것들이 바로 상품이 아니겠느냐..." *김만석기자: 골프인구 3백만, 지난해 골프장 이용자수는 천 3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용자 숫자로만 보면 골프는 이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골프 대중화 시대에 걸맞게 안전 의식이나 규정도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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