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CSI’라더니…‘23억 장비’ 내년까지 방치?

입력 2021.07.22 (19:35) 수정 2021.07.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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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땅 속 깊이 묻혀 있는 유물들, 발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분석이겠죠.

문화재청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유물 분석을 위해 거액의 장비를 들여오기로 했는데, 정작 연구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문을 연 문화재분석정보센터. 문화재 '과학수사대'를 표방하며 문화재청이 190억여 원을 들여 전문인력과 장비를 한데 모아놓은 곳입니다.

서울 석촌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이 작은 돌멩이가, 천7백여 년 전, 섭씨 700도에서 화장한 사람의 뼈라는 사실도 이곳 연구진이 밝혀냈습니다.

[윤은영/학예연구사 : "기존에는 (화장된) 뼈에서 DNA가 추출이 안 돼서 거기서 머물렀다면 최근 이런 분석을 통해서 '화장 문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문화재 연구의 핵심은 매장된 시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연대 분석'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가 AMS, 즉 방사성탄소연대측정용 가속질량분석기, 뼈와 목재, 종이 등 유기물의 탄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최첨단 장비입니다.

이 장비가 없어 그동안은 유물의 시료를 해외로 보내야 했는데, 문화재청이 23억여 원을 들여 다음 달 국내에 도입합니다.

연간 2천 건에 이르는 유물 연대 측정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자리에 가속질량분석기가 들어온 뒤에도 바로 가동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장비를 운용할 전문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인력 증원 요구가 과도하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장비는 있는데 다룰 사람이 없어진 겁니다.

문화재청은 기존의 인력으론 안되고 별도의 전문가가 있어야만 장비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신지영/학예연구사 : "문화재 연대측정이란 분야는 문화재 분석정보센터 개관과 함께 신설되는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예산심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력 투입과 장비 가동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애써 들여온 최첨단 장비를 1년 넘게 묵혀야 할 상황입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김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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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재 ‘CSI’라더니…‘23억 장비’ 내년까지 방치?
    • 입력 2021-07-22 19:35:47
    • 수정2021-07-23 0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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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땅 속 깊이 묻혀 있는 유물들, 발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확한 분석이겠죠.

문화재청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유물 분석을 위해 거액의 장비를 들여오기로 했는데, 정작 연구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정연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문을 연 문화재분석정보센터. 문화재 '과학수사대'를 표방하며 문화재청이 190억여 원을 들여 전문인력과 장비를 한데 모아놓은 곳입니다.

서울 석촌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이 작은 돌멩이가, 천7백여 년 전, 섭씨 700도에서 화장한 사람의 뼈라는 사실도 이곳 연구진이 밝혀냈습니다.

[윤은영/학예연구사 : "기존에는 (화장된) 뼈에서 DNA가 추출이 안 돼서 거기서 머물렀다면 최근 이런 분석을 통해서 '화장 문화'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문화재 연구의 핵심은 매장된 시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연대 분석'입니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가 AMS, 즉 방사성탄소연대측정용 가속질량분석기, 뼈와 목재, 종이 등 유기물의 탄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최첨단 장비입니다.

이 장비가 없어 그동안은 유물의 시료를 해외로 보내야 했는데, 문화재청이 23억여 원을 들여 다음 달 국내에 도입합니다.

연간 2천 건에 이르는 유물 연대 측정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자리에 가속질량분석기가 들어온 뒤에도 바로 가동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장비를 운용할 전문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인력 증원 요구가 과도하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장비는 있는데 다룰 사람이 없어진 겁니다.

문화재청은 기존의 인력으론 안되고 별도의 전문가가 있어야만 장비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신지영/학예연구사 : "문화재 연대측정이란 분야는 문화재 분석정보센터 개관과 함께 신설되는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예산심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인력 투입과 장비 가동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애써 들여온 최첨단 장비를 1년 넘게 묵혀야 할 상황입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최상철/영상편집:김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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