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요구’로 직무배제된 경찰, 다른 사건 때도 “녹음 해와라”

입력 2021.07.23 (06:54) 수정 2021.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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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짜 수산업자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사 방식으로 경찰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KBS 취재 결과 해당 경찰관이 앞서 다른 사건에서도 범죄 피의자를 상대로 대화를 녹음해 오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준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 송파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한 변호사 사무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사무장 휴대전화를 숨겨준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영장 있냐 이런 얘기도 했고. 무슨 광수대 경찰을 뭐로 보냐 우린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A 씨는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곧바로 풀려났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는 게 A 씨 주장입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럼 나가서 ○○○(B씨) 녹취해와라 그러면 너 보내주겠다. 비빌 언덕이 어디인지 잘 판단해라…."]

A 씨에게 제안했다는 경찰관은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허 모 경위였습니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부하직원에게 변호인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해오라고 요구한 일로 업무에서 배제된 경찰관입니다.

A 씨가 녹음 요구를 따르지 않자 허 경위는 다음 조사에서 A 씨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허○○ 경위/음성변조 : "내가 분명히 녹음해서 가져오라, 제출하라고 했죠. 본인이 제출 안 했죠?"]

요구대로 녹음해오는 일이 무섭다고도 말해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A 씨-허○○ 경위 대화/음성변조 : "(무서워요(녹음)하는게...) 맨날 무서움에 떨고 있어야지.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회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 경위/음성변조 : "본인이 진짜 보호받으려면 형사가 뭘 듣고 싶어 하는 건지 고민해 보시란 말이에요."]

허 경위의 녹취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범으로 몰릴까봐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엮이는 상황이구나. 제보자에서 진짜 가해자로 공범으로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경찰관이 대화를 녹음하라거나 증거를 수집해오라는 등 압박을 하는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허 경위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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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취 요구’로 직무배제된 경찰, 다른 사건 때도 “녹음 해와라”
    • 입력 2021-07-23 06:54:42
    • 수정2021-07-23 08:00:09
    뉴스광장 1부
[앵커]

가짜 수산업자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사 방식으로 경찰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KBS 취재 결과 해당 경찰관이 앞서 다른 사건에서도 범죄 피의자를 상대로 대화를 녹음해 오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준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 송파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한 변호사 사무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 사무장 휴대전화를 숨겨준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영장 있냐 이런 얘기도 했고. 무슨 광수대 경찰을 뭐로 보냐 우린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A 씨는 체포된 지 2시간 만에 곧바로 풀려났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는 게 A 씨 주장입니다.

[A 씨/음성변조 : "그럼 나가서 ○○○(B씨) 녹취해와라 그러면 너 보내주겠다. 비빌 언덕이 어디인지 잘 판단해라…."]

A 씨에게 제안했다는 경찰관은 당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허 모 경위였습니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부하직원에게 변호인과 대화한 내용을 모두 녹음해오라고 요구한 일로 업무에서 배제된 경찰관입니다.

A 씨가 녹음 요구를 따르지 않자 허 경위는 다음 조사에서 A 씨를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허○○ 경위/음성변조 : "내가 분명히 녹음해서 가져오라, 제출하라고 했죠. 본인이 제출 안 했죠?"]

요구대로 녹음해오는 일이 무섭다고도 말해봤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A 씨-허○○ 경위 대화/음성변조 : "(무서워요(녹음)하는게...) 맨날 무서움에 떨고 있어야지. 나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회유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 경위/음성변조 : "본인이 진짜 보호받으려면 형사가 뭘 듣고 싶어 하는 건지 고민해 보시란 말이에요."]

허 경위의 녹취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공범으로 몰릴까봐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엮이는 상황이구나. 제보자에서 진짜 가해자로 공범으로 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경찰관이 대화를 녹음하라거나 증거를 수집해오라는 등 압박을 하는 건 직권남용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허 경위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방준원입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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