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받고 싶어요!

입력 200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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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3년 6월 22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박성래 기자 pasura@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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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많은 아이들이 힘에 버거울 정도로 하루 서너 군데씩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아이들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됩니다. 과외나 학원이 큰 사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점점 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외열풍의 그늘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을 취재했습니다.

*박성래 기자:
중학교 2학년인 슬기양, 한창 공부할 나이지만 그 흔한 학원 한 군데 다니지 못합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 혼자 식당 일로 근근이 꾸려가는 살림에 학원수강은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밤늦게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그래 봤자 버는 돈이 한 달에 몇 십만원밖에 안 돼가지고요. 저희 학원이나 과외비 이런 거 해주실 돈으로는 진짜 너무 부족해서..."

*박성래 기자:
나름대로 열심히 하느라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학교수업 따라가기조차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요, 옛날시대에는 맞는 말인데요 지금시대에는 그 말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돈이 있어야지만 더 배울 수 있고 그러기 때문에 만약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공부할 여건이 돈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박성래 기자:
부모를 탓할 법도 하건만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제가요. 공부 열심히 해서요... 나중에 돈 많이 벌으면 엄마 일 안 하시고 편하게... 편하게 하고 싶어요."

*박성래 기자:
자식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면 부모는 가슴이 찢어지기 마련입니다.

<전화녹취>
*슬기양 어머니:
"부모 심정은 다 같잖아요. 자식이 하고싶은 것 다 못해주고... 남들과 똑같이 못해주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죠..."

*박성래 기자:
교사가 되겠다는 소박한 꿈은 오로지 슬기의 작은 어깨에만 내맡겨져 있습니다.

*박성래 기자:
슬기 같은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지역에 있는 공부방입니다. 방과후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을 돌봐주고 학원이나 과외처럼 공부도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김정곤(서울 온수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좋고... 궁금한 것도 알게 되고... (여기 와서 성적도 올랐니?) 좀 올랐어요. (얼마나?) 제대로는 모르겠는데요."

*김대곤(서울 온수 초등학교 6학년):
"그래도 안 올 때보단 올랐어요."

*박성래 기자:
상당수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집을 나간, 이른바 결손가정 아이들입니다.생일상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집 얘기만 나오면 말문을 닫아 버립니다.

*연가영(서울 온수초등학교 2학년):
"제 앞에 있는 애는요, 피아노도 다니고, 컴퓨터도 다니고 영어학원도 다녀요.(가영이는?) ..... (말하기 싫어요?) 예."

*박성래 기자:
옛날에는 가난한 집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에서조차 한글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유림(서울 온수초등학교 5학년):
"(한글 어디서 배웠어요?) 신나는 집 와서요. 선생님이 가르쳐줬어요. (그전에는 아무도 안 가르쳐줬어요?) 예."

*박성래 기자:
유치원을 다니지 못하니 유치원에서 한글을 배울 수도 없습니다. 학교에선 유치원에서 다 배운 것이라며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영리한 아이라도 공부를 잘하기는 커녕 학교공부 따라가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박경양 목사('평화의 신나는 집' 운영자):
"초등학교에서 당연히 배워야 되는 한글을 배우지 못하고 2학년, 3학년에 진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교과목에 있어서 학습부진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거죠."

*박성래 기자:
학벌이 참으로 많은 것을 결정해버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곳에 태어나서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출발점에 서야 하는, 그런 아이들이 받는 상처와 소외감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송민철(서울 공진중 2학년):
"잘 사는 애들은요, 학원이나 과외를 많이 할 수 있으니까 공부도 잘 하잖아요. 그런데 돈이 없는 애들은요, 학원이나 과외 등을 못하니까요 공부를 더 못해져요.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고요."

*윤석규(대전 유성생명과학고 3학년):
"억눌려 산다는 그 느낌 아시죠? 뭐 짓밟혀 산다... 나는 벌레 같은 존재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사람들이... 난 없어도 되는 존재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진 자들은 아, 내가 있으니까 사회가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박성래 기자:
한창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장래를 설계할 나이에 꿈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처럼 돼 버립니다.

*박경양('평화의 신나는 집' 운영자):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가 초등학교 때는 내가 중학교 갈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고등학교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죠."

*정현옥(경남 '화계공부방' 운영자):
"’자라서 나는 뭐 하지?’ 뭐 이런 거... 막연하게 애들이 그런 게 아무 생각이 없는 거에요. 그걸 보고 저희들이 와서 굉장히 놀랐어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꿈이 없을까?"

*박성래 기자:
그나마 공부방에서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드물긴 하지만 학교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4년째 공부방에 다니고 있는 승관 군은 지난해 교내 1등으로 중학교에 입학해서 전교 1등을 비롯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손승관(대전 동산중 2학년):
"집에서는 공부하다 보면 집중을 못할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런대로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지나쳐버리는 거 다시 와서 보고 보강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박성래 기자: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고 공부내용이 어려워지면서 혹시나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조남순(승관군 어머니):
"엄마 다른 건 되겠는데 수학은 도움이 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도움도 조금씩 선생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걸 못해주니까 속상하죠. 얼마 전에도 많이 그냥 그렇게 해서 그냥 울었어요. 같이 안고... 울기도 하고 속상해 가지고..."

*농촌의 경우는 도시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학원은 버스를 타고3~40분씩 떨어진 읍내에 있고 그나마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야말로 그림의 떡입니다.

*김다혜(산청 경호고 2학년):
"솔직히 저희들도요, 돈이 많아가지고 고액과외 받고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싶고... 그러고 싶어요.(그런데?) 그런데 이제 농촌에 있으면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그런 게 안 되고..."

*박성래 기자:
그러잖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농촌 아이들, TV에서 과목당 1~2 백만원 짜리 고액과외를 한다는 도시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절망감을 느낍니다.

*노광석(산청 경호고 2학년):
"저희는 후진 지역에서 공부하고, 해봤자 그런 애들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걔들은 더 우리보다 성공할 수 있고 더 사회적인 지위도 상승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밑바닥 인생만 사는 거죠."

*박성래 기자:
띄엄띄엄 있는 공부방이 유일한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도시 공부방처럼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운영자들의 고생이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목사 부부 둘이서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수 십 명의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가르치는 중노동을 몇 년씩 하다 보면 몸이 견뎌내지를 못합니다.

*정현옥(산청 '화계공부방' 운영자):
"정말 약을 먹고도 다시 또 일어나고... 제 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도다시 아이들을 보면 또 가고, 그리고 이 애들이 여기 와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아 해야 되겠다. 이 일을 해야 되는구나..."


*박성래 기자: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열 명 가운데 세 명이나 됩니다. IMF금융위기 이후 해체 가정이 늘어나면서 잠재적 방임아동이 90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250여 개에 이르는자생적인 민간 공부방이 생겨나 6 천 명 정도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제는 개인의 헌신과 사명감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 같은 목소립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공부방' 운영자):
“작년에 제가 쓰러졌어요. 우리 직원들과 같이 공부방에 물품을 가지러가다가 쓰러졌거든요. 그런데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치료를 했는데 지금 상당히 무리가 올 때는 상당히 힘들죠."

*박성래 기자: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쉴 수가 없습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동부방' 운영자):
"너무 아팠을 때는 저밖에 안 보여야 되는데 이상하게 그 눈에 밟히는 게 우리 아이들이거든요. 오늘은 쟤가 정말 학교를 갔을까? 또 뭐 운동회날 같은 때는 또 왕따 당해가지고 정말 뒷구멍에서, 뒤에서 그렇게 앉아있지 않을까..."

*박성래 기자:
쉬는 날도 거의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공부방 교사들의 72%가 한 달에 6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습니다. 그나마 전세보증금 부담 등으로 사정이 나쁜 공부방은 이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미영(인천 '어깨동무 공부방' 교사):
"원래 지급되는 돈이 30만원인데요. 지금 공부방 사정상 그렇게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교사분들은요?) 다른 교사분들도 다 무료로 해주시는 거죠."

*박성래 기자:
견디다 못한 교사들이 하나둘 아이들 곁을 떠나도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공부방' 운영자):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저도 계속 붙잡을 수는 없는데, 그분을 위해서는붙잡을 수는 없는데..."

*박성래 기자:
어쩔 수 없이 시청이나 군청에 손을 벌려보기도 하지만 힘 빠지는 말만돌아옵니다.

*곽삼화(성남 '신나는 신나는 집' 교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거를 도장을 찍어서 지침을 하달해야 준다는 거에요. 충분히 그 정도는 시에서 어떤 지침이나 이런 걸 갖고 할 수 있는데 상부기관으로 미루는 거에요."

*박성래 기자:
이같은 한계를 절감한 공부방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결성하고 가난한아이들을 방치하는 정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미인가 시설인 공부방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해 지역아동센터로 개편해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비뚤어지기 쉬운 아이들의 정서를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명순(지역공부방협의회 공동대표):
"지금은 선생님들이 다 이젠 못하겠다. 아이들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우리들의 역량을 가지고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도울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성래 기자:
국민제안센터 아동복지법 개정은 참여정부 국민제안 1호로 대통령에게직접 건의문이 전달되고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예산확보 문제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이태수(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
"지금 뭔가 이렇게 한계를 넘어서는 이 상황을 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이 피해는, 이 업보는 나중에 우리국가에 그리고 우리사회 전체에 커다란 부작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래 기자:
내 자식 잘 되라고 과외를 시키고 또 학원에 보내는 부모를 비난할 순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상 과외열풍의 그늘에서 수십만 명의 다른 아이들이소외받고 상처받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비록 가난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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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외를 받고 싶어요!
    • 입력 2003-06-22 00:00:00
    취재파일K
■방송 : 2003년 6월 22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박성래 기자 pasura@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오프닝 멘트 많은 아이들이 힘에 버거울 정도로 하루 서너 군데씩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아이들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됩니다. 과외나 학원이 큰 사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점점 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외열풍의 그늘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을 취재했습니다. *박성래 기자: 중학교 2학년인 슬기양, 한창 공부할 나이지만 그 흔한 학원 한 군데 다니지 못합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 혼자 식당 일로 근근이 꾸려가는 살림에 학원수강은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밤늦게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그래 봤자 버는 돈이 한 달에 몇 십만원밖에 안 돼가지고요. 저희 학원이나 과외비 이런 거 해주실 돈으로는 진짜 너무 부족해서..." *박성래 기자: 나름대로 열심히 하느라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학교수업 따라가기조차 벅찬 것이 현실입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요, 옛날시대에는 맞는 말인데요 지금시대에는 그 말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돈이 있어야지만 더 배울 수 있고 그러기 때문에 만약에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공부할 여건이 돈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박성래 기자: 부모를 탓할 법도 하건만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차슬기(서울 개봉중 2년): "제가요. 공부 열심히 해서요... 나중에 돈 많이 벌으면 엄마 일 안 하시고 편하게... 편하게 하고 싶어요." *박성래 기자: 자식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면 부모는 가슴이 찢어지기 마련입니다. <전화녹취> *슬기양 어머니: "부모 심정은 다 같잖아요. 자식이 하고싶은 것 다 못해주고... 남들과 똑같이 못해주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죠..." *박성래 기자: 교사가 되겠다는 소박한 꿈은 오로지 슬기의 작은 어깨에만 내맡겨져 있습니다. *박성래 기자: 슬기 같은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 지역에 있는 공부방입니다. 방과후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을 돌봐주고 학원이나 과외처럼 공부도 가르쳐주는 곳입니다. *김정곤(서울 온수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좋고... 궁금한 것도 알게 되고... (여기 와서 성적도 올랐니?) 좀 올랐어요. (얼마나?) 제대로는 모르겠는데요." *김대곤(서울 온수 초등학교 6학년): "그래도 안 올 때보단 올랐어요." *박성래 기자: 상당수는 부모가 이혼하거나 집을 나간, 이른바 결손가정 아이들입니다.생일상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집 얘기만 나오면 말문을 닫아 버립니다. *연가영(서울 온수초등학교 2학년): "제 앞에 있는 애는요, 피아노도 다니고, 컴퓨터도 다니고 영어학원도 다녀요.(가영이는?) ..... (말하기 싫어요?) 예." *박성래 기자: 옛날에는 가난한 집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가난한 아이들은 학교에서조차 한글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고유림(서울 온수초등학교 5학년): "(한글 어디서 배웠어요?) 신나는 집 와서요. 선생님이 가르쳐줬어요. (그전에는 아무도 안 가르쳐줬어요?) 예." *박성래 기자: 유치원을 다니지 못하니 유치원에서 한글을 배울 수도 없습니다. 학교에선 유치원에서 다 배운 것이라며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영리한 아이라도 공부를 잘하기는 커녕 학교공부 따라가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박경양 목사('평화의 신나는 집' 운영자): "초등학교에서 당연히 배워야 되는 한글을 배우지 못하고 2학년, 3학년에 진급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교과목에 있어서 학습부진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거죠." *박성래 기자: 학벌이 참으로 많은 것을 결정해버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곳에 태어나서처음부터 남들과 다른 출발점에 서야 하는, 그런 아이들이 받는 상처와 소외감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입니다. *송민철(서울 공진중 2학년): "잘 사는 애들은요, 학원이나 과외를 많이 할 수 있으니까 공부도 잘 하잖아요. 그런데 돈이 없는 애들은요, 학원이나 과외 등을 못하니까요 공부를 더 못해져요.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고요." *윤석규(대전 유성생명과학고 3학년): "억눌려 산다는 그 느낌 아시죠? 뭐 짓밟혀 산다... 나는 벌레 같은 존재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사람들이... 난 없어도 되는 존재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진 자들은 아, 내가 있으니까 사회가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박성래 기자: 한창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장래를 설계할 나이에 꿈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처럼 돼 버립니다. *박경양('평화의 신나는 집' 운영자):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가 초등학교 때는 내가 중학교 갈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고등학교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죠." *정현옥(경남 '화계공부방' 운영자): "’자라서 나는 뭐 하지?’ 뭐 이런 거... 막연하게 애들이 그런 게 아무 생각이 없는 거에요. 그걸 보고 저희들이 와서 굉장히 놀랐어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꿈이 없을까?" *박성래 기자: 그나마 공부방에서 이끌어주고 가르쳐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드물긴 하지만 학교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이 있습니다. 4년째 공부방에 다니고 있는 승관 군은 지난해 교내 1등으로 중학교에 입학해서 전교 1등을 비롯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손승관(대전 동산중 2학년): "집에서는 공부하다 보면 집중을 못할 때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런대로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학교에서 지나쳐버리는 거 다시 와서 보고 보강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박성래 기자: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고 공부내용이 어려워지면서 혹시나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조남순(승관군 어머니): "엄마 다른 건 되겠는데 수학은 도움이 좀 있어야 될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도움도 조금씩 선생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걸 못해주니까 속상하죠. 얼마 전에도 많이 그냥 그렇게 해서 그냥 울었어요. 같이 안고... 울기도 하고 속상해 가지고..." *농촌의 경우는 도시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학원은 버스를 타고3~40분씩 떨어진 읍내에 있고 그나마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그야말로 그림의 떡입니다. *김다혜(산청 경호고 2학년): "솔직히 저희들도요, 돈이 많아가지고 고액과외 받고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싶고... 그러고 싶어요.(그런데?) 그런데 이제 농촌에 있으면 부모님들이 경제적으로 그런 게 안 되고..." *박성래 기자: 그러잖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농촌 아이들, TV에서 과목당 1~2 백만원 짜리 고액과외를 한다는 도시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절망감을 느낍니다. *노광석(산청 경호고 2학년): "저희는 후진 지역에서 공부하고, 해봤자 그런 애들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걔들은 더 우리보다 성공할 수 있고 더 사회적인 지위도 상승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밑바닥 인생만 사는 거죠." *박성래 기자: 띄엄띄엄 있는 공부방이 유일한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도시 공부방처럼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운영자들의 고생이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목사 부부 둘이서 유치원에서 고등학생까지 수 십 명의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가르치는 중노동을 몇 년씩 하다 보면 몸이 견뎌내지를 못합니다. *정현옥(산청 '화계공부방' 운영자): "정말 약을 먹고도 다시 또 일어나고... 제 몸이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도다시 아이들을 보면 또 가고, 그리고 이 애들이 여기 와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다시 ‘아 해야 되겠다. 이 일을 해야 되는구나..." *박성래 기자: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열 명 가운데 세 명이나 됩니다. IMF금융위기 이후 해체 가정이 늘어나면서 잠재적 방임아동이 90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250여 개에 이르는자생적인 민간 공부방이 생겨나 6 천 명 정도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제는 개인의 헌신과 사명감만으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현장의 한결 같은 목소립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공부방' 운영자): “작년에 제가 쓰러졌어요. 우리 직원들과 같이 공부방에 물품을 가지러가다가 쓰러졌거든요. 그런데 뇌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치료를 했는데 지금 상당히 무리가 올 때는 상당히 힘들죠." *박성래 기자: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쉴 수가 없습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동부방' 운영자): "너무 아팠을 때는 저밖에 안 보여야 되는데 이상하게 그 눈에 밟히는 게 우리 아이들이거든요. 오늘은 쟤가 정말 학교를 갔을까? 또 뭐 운동회날 같은 때는 또 왕따 당해가지고 정말 뒷구멍에서, 뒤에서 그렇게 앉아있지 않을까..." *박성래 기자: 쉬는 날도 거의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공부방 교사들의 72%가 한 달에 6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습니다. 그나마 전세보증금 부담 등으로 사정이 나쁜 공부방은 이마저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미영(인천 '어깨동무 공부방' 교사): "원래 지급되는 돈이 30만원인데요. 지금 공부방 사정상 그렇게 받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교사분들은요?) 다른 교사분들도 다 무료로 해주시는 거죠." *박성래 기자: 견디다 못한 교사들이 하나둘 아이들 곁을 떠나도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송경자(대전 '열린 신나는 공부방' 운영자):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저도 계속 붙잡을 수는 없는데, 그분을 위해서는붙잡을 수는 없는데..." *박성래 기자: 어쩔 수 없이 시청이나 군청에 손을 벌려보기도 하지만 힘 빠지는 말만돌아옵니다. *곽삼화(성남 '신나는 신나는 집' 교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거를 도장을 찍어서 지침을 하달해야 준다는 거에요. 충분히 그 정도는 시에서 어떤 지침이나 이런 걸 갖고 할 수 있는데 상부기관으로 미루는 거에요." *박성래 기자: 이같은 한계를 절감한 공부방들이 자연스럽게 모임을 결성하고 가난한아이들을 방치하는 정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미인가 시설인 공부방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해 지역아동센터로 개편해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비뚤어지기 쉬운 아이들의 정서를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명순(지역공부방협의회 공동대표): "지금은 선생님들이 다 이젠 못하겠다. 아이들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우리들의 역량을 가지고는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도록 도울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성래 기자: 국민제안센터 아동복지법 개정은 참여정부 국민제안 1호로 대통령에게직접 건의문이 전달되고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예산확보 문제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이태수(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 "지금 뭔가 이렇게 한계를 넘어서는 이 상황을 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이 피해는, 이 업보는 나중에 우리국가에 그리고 우리사회 전체에 커다란 부작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래 기자: 내 자식 잘 되라고 과외를 시키고 또 학원에 보내는 부모를 비난할 순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상 과외열풍의 그늘에서 수십만 명의 다른 아이들이소외받고 상처받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비록 가난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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