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열돔’ 이어 최악의 산불 진행중

입력 2021.07.24 (21:55) 수정 2021.07.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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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 서부지역이 50도를 넘는 폭염에 이어 이번엔 대형 산불로 또 한 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이르기까지 대규모로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소방당국도 속수 무책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 서부의 산불 상황, 이영현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미 서부 오리건주 남쪽에서 번개로 인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부트레그 산불로 명명된 이 불은 서울 면적의 2.7 배를 태우고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불이 시작된 이후 평균 1시간 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불탄 셈입니다.

소방관 2천3백 여명이 투입돼 불을 끄고 있지만 22일 현재 불길 차단율은 38%에 불과합니다.

[케이트 브라운/오리건 주지사 : "Right now this is the fourth largest fire to burn in Oregon since 1900."]

2천 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고 주택과 건물 등 180여 채가 불탔습니다.

[피해 주민 : "I really don't know what else to say about this, we've lost everything."]

산불 연기는 4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 동부지역까지 뒤덮고 있습니다.

뉴욕에선 한 때 대기 오염 경보까지 발령됐습니다.

이 산불 말고도 미 서부 13개 주에서 모두 80여 건의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현재 가장 심각하다는 딕시 산불 현장입니다.

산불이 뿜어내는 연기는 거대한 폭발처럼 보입니다.

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니 곳곳이 불타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보지만 완전 진화는 불가능합니다.

강한 바람 때문입니다.

당초 소방당국의 산불 저지선은 이 70번 도로와 도로를 따라 흐르고 있는 이 개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불은 순식간에 이 저지선을 뚫고 옆 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산 위에선 산불 열기에 달궈진 바위들이 갈라지고 부서져 수시로 굴러 떨어집니다.

산불 지역 안쪽 작은 마을로 불길이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쓰던 물건과 차량을 놔둔 채 긴급히 대피한 상탭니다.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해 집들 주변에 배치됩니다.

[제이콥/딕시 산불 공보담당 : "they are going around the houses and they are doing structure protection around them. They are clearing out the brush anything that is flammable of around the building. So the fire does get close they can protect more easily."]

취재진은 산불현장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습니다.

이제는 도로 양쪽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곳곳에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찼습니다.

불이 난 지 열흘이 지난 현재 딕시 산불 피해 면적은 420제곱킬로미터 서울 면적의 70%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불길은 17%만 잡힌 상탭니다.

2018년 11월 8일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불은 밤사이 태풍과 맞먹는 바람을 타고 무섭게 번지면서 2만 7천 명이 살고 있는 파라다이스 마을을 덮쳤습니다.

["Heavenly Father, please help us. Please help us to be safe,"]

이 불로 85명이 숨지고 집들과 건물 만 8천여 채가 불탔습니다.

버너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버너/파라다이스 마을 주민 : "And I saw those mountains up there. It was rolling, like, like red and brown and it was just rolling really fast like that."]

불은 너무 빨랐고 컸습니다.

[마이크 버너/파라다이스 마을 주민 : "I told my wife I said you grab and have to go. You go ahead and run for your life. I’ll stay here as long as I can. And I’ll catch up with you later.”]

버너 씨와 가족들은 7시간을 걷고 뛰어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모든 걸 잃고 말았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새집들이 지어지며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지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여기저기에선 당시 참상의 증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게 마을 한복판에서 불타 쓰러진 이 아름드리 나무들입니다.

이 주유소도 하루하루 바뀌었던 가격 안내판과 곳곳이 녹아내린 주유기가 3년 전에 멈춰 있습니다.

주민들은 그때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코너/파라다이스 주민 : "When I wake up the first thing I do is check on the fire. Because I don’t know if it’s gonna come back this way or not. I need to be able to make sure I can get out of the dodge."]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만 이런 산불이 8개가 더 타고 있습니다.

올해 미 전역에 발생한 산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가량 늘었고 피해 면적은 40%가 커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도 산불이 300여 곳으로 확산하면서 3천 ㎢ 서울 면적의 5배가 불타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은 올해가 사상 최악의 기후 재앙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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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서부 ‘열돔’ 이어 최악의 산불 진행중
    • 입력 2021-07-24 21:55:18
    • 수정2021-07-24 22:15:4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 서부지역이 50도를 넘는 폭염에 이어 이번엔 대형 산불로 또 한 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이르기까지 대규모로 산불이 번지고 있는데 소방당국도 속수 무책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 서부의 산불 상황, 이영현 특파원이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미 서부 오리건주 남쪽에서 번개로 인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부트레그 산불로 명명된 이 불은 서울 면적의 2.7 배를 태우고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불이 시작된 이후 평균 1시간 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불탄 셈입니다.

소방관 2천3백 여명이 투입돼 불을 끄고 있지만 22일 현재 불길 차단율은 38%에 불과합니다.

[케이트 브라운/오리건 주지사 : "Right now this is the fourth largest fire to burn in Oregon since 1900."]

2천 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고 주택과 건물 등 180여 채가 불탔습니다.

[피해 주민 : "I really don't know what else to say about this, we've lost everything."]

산불 연기는 4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 동부지역까지 뒤덮고 있습니다.

뉴욕에선 한 때 대기 오염 경보까지 발령됐습니다.

이 산불 말고도 미 서부 13개 주에서 모두 80여 건의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현재 가장 심각하다는 딕시 산불 현장입니다.

산불이 뿜어내는 연기는 거대한 폭발처럼 보입니다.

도로를 따라 더 들어가니 곳곳이 불타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보지만 완전 진화는 불가능합니다.

강한 바람 때문입니다.

당초 소방당국의 산불 저지선은 이 70번 도로와 도로를 따라 흐르고 있는 이 개울이었습니다.

그러나 산불은 순식간에 이 저지선을 뚫고 옆 산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산 위에선 산불 열기에 달궈진 바위들이 갈라지고 부서져 수시로 굴러 떨어집니다.

산불 지역 안쪽 작은 마을로 불길이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은 쓰던 물건과 차량을 놔둔 채 긴급히 대피한 상탭니다.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해 집들 주변에 배치됩니다.

[제이콥/딕시 산불 공보담당 : "they are going around the houses and they are doing structure protection around them. They are clearing out the brush anything that is flammable of around the building. So the fire does get close they can protect more easily."]

취재진은 산불현장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차를 돌렸습니다.

이제는 도로 양쪽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고 곳곳에서 앞이 안보일 정도로 연기가 가득 찼습니다.

불이 난 지 열흘이 지난 현재 딕시 산불 피해 면적은 420제곱킬로미터 서울 면적의 70%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불길은 17%만 잡힌 상탭니다.

2018년 11월 8일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불은 밤사이 태풍과 맞먹는 바람을 타고 무섭게 번지면서 2만 7천 명이 살고 있는 파라다이스 마을을 덮쳤습니다.

["Heavenly Father, please help us. Please help us to be safe,"]

이 불로 85명이 숨지고 집들과 건물 만 8천여 채가 불탔습니다.

버너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버너/파라다이스 마을 주민 : "And I saw those mountains up there. It was rolling, like, like red and brown and it was just rolling really fast like that."]

불은 너무 빨랐고 컸습니다.

[마이크 버너/파라다이스 마을 주민 : "I told my wife I said you grab and have to go. You go ahead and run for your life. I’ll stay here as long as I can. And I’ll catch up with you later.”]

버너 씨와 가족들은 7시간을 걷고 뛰어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모든 걸 잃고 말았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새집들이 지어지며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지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 여기저기에선 당시 참상의 증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게 마을 한복판에서 불타 쓰러진 이 아름드리 나무들입니다.

이 주유소도 하루하루 바뀌었던 가격 안내판과 곳곳이 녹아내린 주유기가 3년 전에 멈춰 있습니다.

주민들은 그때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코너/파라다이스 주민 : "When I wake up the first thing I do is check on the fire. Because I don’t know if it’s gonna come back this way or not. I need to be able to make sure I can get out of the dodge."]

현재 캘리포니아 주에만 이런 산불이 8개가 더 타고 있습니다.

올해 미 전역에 발생한 산불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가량 늘었고 피해 면적은 40%가 커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도 산불이 300여 곳으로 확산하면서 3천 ㎢ 서울 면적의 5배가 불타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은 올해가 사상 최악의 기후 재앙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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