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철거에 하중 못 견딘 건물…돈과 안전 맞바꿔

입력 2021.07.29 (07:30) 수정 2021.07.2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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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17명이 숨지거나 다친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사고 50일만에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한 철거가 이뤄진 것이 결국 사고의 원인이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월 9일 무너진 5층짜리 건물의 철거 작업 초기 모습입니다.

건물 1·2층을 먼저 부수고, 그 자리에 흙을 쌓았습니다.

굴착기를 건물 안까지 올려 기둥과 벽 등을 뜯어내기 위해섭니다.

시간이 갈수록 건물 안쪽을 채운 흙은 점점 높아집니다.

이번에는 꼭대기층을 놔두고 아랫층의 안쪽부터 파고들어가 구조물을 뜯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부가 흙으로 채워진 데다 가운데가 비어 버리면서 건물은 하중에 매우 취약해졌습니다.

결국 쌓아 놓은 흙이 무너지고 건물 아래 부분이 주저앉으면서 붕괴가 일어납니다.

경찰이 국과수 감식을 토대로 재구성한 붕괴 사고 경위입니다.

[노광일/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 "굴삭기 작업 하중에 의하여 건물 후면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 즉 '횡 하중'을 받고 있는 상태였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런 상태에서 계속 철거 진행되다 보니..."]

무리한 철거는 결국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굴착기 팔이 더 길었다면 흙을 더 멀리 쌓을 수 있었고 하중도 덜해졌을 상황이지만 장비는 훨씬 더 비쌉니다.

경찰은 철거업체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팔이 짧은 굴착기를 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래 공사비는 50억 원이었지만 다단계 재하도급을 거치며 실제 공사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조영일/광주경찰청 형사과장 : "무리한 철거 공사를 진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법적인 금품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여기에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공동 업체라며 지분만 챙기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로 공사비가 줄어든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현행법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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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한 철거에 하중 못 견딘 건물…돈과 안전 맞바꿔
    • 입력 2021-07-29 07:30:13
    • 수정2021-07-29 07:34:43
    뉴스광장
[앵커]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며 17명이 숨지거나 다친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사고 50일만에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한 철거가 이뤄진 것이 결국 사고의 원인이었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6월 9일 무너진 5층짜리 건물의 철거 작업 초기 모습입니다.

건물 1·2층을 먼저 부수고, 그 자리에 흙을 쌓았습니다.

굴착기를 건물 안까지 올려 기둥과 벽 등을 뜯어내기 위해섭니다.

시간이 갈수록 건물 안쪽을 채운 흙은 점점 높아집니다.

이번에는 꼭대기층을 놔두고 아랫층의 안쪽부터 파고들어가 구조물을 뜯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하부가 흙으로 채워진 데다 가운데가 비어 버리면서 건물은 하중에 매우 취약해졌습니다.

결국 쌓아 놓은 흙이 무너지고 건물 아래 부분이 주저앉으면서 붕괴가 일어납니다.

경찰이 국과수 감식을 토대로 재구성한 붕괴 사고 경위입니다.

[노광일/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 : "굴삭기 작업 하중에 의하여 건물 후면에서 도로 방향으로 미는 힘, 즉 '횡 하중'을 받고 있는 상태였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런 상태에서 계속 철거 진행되다 보니..."]

무리한 철거는 결국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굴착기 팔이 더 길었다면 흙을 더 멀리 쌓을 수 있었고 하중도 덜해졌을 상황이지만 장비는 훨씬 더 비쌉니다.

경찰은 철거업체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팔이 짧은 굴착기를 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래 공사비는 50억 원이었지만 다단계 재하도급을 거치며 실제 공사비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도 치명적이었습니다.

[조영일/광주경찰청 형사과장 : "무리한 철거 공사를 진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법적인 금품수수,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만 챙기는 입찰 담합 행위..."]

여기에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공동 업체라며 지분만 챙기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로 공사비가 줄어든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현행법에 없다며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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