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시의회 문턱서 좌절…‘성별영향평가’ 뭐길래?

입력 2021.08.02 (19:17) 수정 2021.08.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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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지난달 21일 마무리된 대구시의회 임시회 모습입니다.

대구시 2차 추경 예산안을 포함해 모두 33개의 안건이 통과됐죠.

그런데 상임위에 오른 안건은 34개인데, 한 건이 본회의를 앞두고 철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철회되는 일은 이례적인데요.

무슨 조례안인지 살펴봤더니, '대구광역시교육청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입니다.

이 조례안은 대구교육청이 교육 관련 정책을 시행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 남녀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동시설 생활지도사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 남자 청소년의 경우 지도받기 불편한 경우가 있죠.

이런 상황에서 성별영향평가를 적용해 남성 생활지도사를 별도로 신규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상임위에서도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된 이 조례안이 본회의를 앞두고 왜 갑자기 철회됐을까요?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특정 집단들로부터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성별영향평가는 양성평등이라고 그럴 듯 하게 말하지만 국민을 속이는 국가 페미니즘의 법제화라는 건데요.

이 조례안은 현재 대구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입니다.

대구시도 지난해 12월 해당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고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 전국 3백여 곳의 기관에서 '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황순자/대구시의원 : "교육 현장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서 책임감 있게... 근본적인 목적은 양성평등 실현이 취지, 목적입니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교육 현장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혜택을 받기 위해 조례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성 차별적인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 고등학생의 78.7%가 학교 생활지도가 성 차별적이라고 답했고요.

성차별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10%p 가까이 높았습니다.

최근 이 연구원에서 전국 초중고의 교가와 교훈에 숨어있는 성 차별적 표현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특정 성별에 대해 특정 단어들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여학생을 지칭할 때 향기, 꽃송이, 순결, 아름다운 등 성 편향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70% 가까이 달했고요.

남학생을 지칭할 때도 건아, 씩씩한, 나라의 기둥 등 특정 단어를 쓰는 비율이 30%를 넘었습니다.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여학생들은 배려, 나눔, 봉사, 아름답게 등 관계 지향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남학생들은 자주적, 도전, 꿈, 미래, 능력 등 성취 지향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을 제정한 뒤 교육 분야의 성 차별적 요소를 전수 조사하고, 개선에 나섰고요.

인천시교육청도 매년 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시교육청 정책의 성 차별적인 요소를 평가하고, 개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의회 8대 의회 들어 특정 조례안이 갑자기 철회되거나 유보된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8대 의회의 의원발의 조례안은 모두 3백20여 건인데, 이 가운데 철회된 안건은 10건, 유보 9건, 폐기 2건입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 상임위에서 무산됐고요.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 역시 개정 과정에서 중단됐습니다.

대구광역시 민주시민교육 조례안 역시 유보됐는데요.

대부분 특정 집단들의 항의와 반발로 철회되거나 유보된 겁니다.

[김태운/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주민이 권한을 부여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주민 전체의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조례 제정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주민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행정 서비스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건 물론, 지방정치의 질적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시행돼야 할 의회 조례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특정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되겠죠.

대구광역시교육청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은 다음 임시회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다시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조례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쇼맥 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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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맥] 시의회 문턱서 좌절…‘성별영향평가’ 뭐길래?
    • 입력 2021-08-02 19:17:58
    • 수정2021-08-02 20:42:38
    뉴스7(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지난달 21일 마무리된 대구시의회 임시회 모습입니다.

대구시 2차 추경 예산안을 포함해 모두 33개의 안건이 통과됐죠.

그런데 상임위에 오른 안건은 34개인데, 한 건이 본회의를 앞두고 철회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철회되는 일은 이례적인데요.

무슨 조례안인지 살펴봤더니, '대구광역시교육청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입니다.

이 조례안은 대구교육청이 교육 관련 정책을 시행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때 남녀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동시설 생활지도사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 남자 청소년의 경우 지도받기 불편한 경우가 있죠.

이런 상황에서 성별영향평가를 적용해 남성 생활지도사를 별도로 신규 채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상임위에서도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된 이 조례안이 본회의를 앞두고 왜 갑자기 철회됐을까요?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특정 집단들로부터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항의 내용을 살펴보면, 성별영향평가는 양성평등이라고 그럴 듯 하게 말하지만 국민을 속이는 국가 페미니즘의 법제화라는 건데요.

이 조례안은 현재 대구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입니다.

대구시도 지난해 12월 해당 조례를 제정해 운영 중이고요.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 전국 3백여 곳의 기관에서 '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황순자/대구시의원 : "교육 현장에서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서 책임감 있게... 근본적인 목적은 양성평등 실현이 취지, 목적입니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교육 현장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혜택을 받기 위해 조례안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육 현장 곳곳에는 여전히 성 차별적인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 고등학생의 78.7%가 학교 생활지도가 성 차별적이라고 답했고요.

성차별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10%p 가까이 높았습니다.

최근 이 연구원에서 전국 초중고의 교가와 교훈에 숨어있는 성 차별적 표현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특정 성별에 대해 특정 단어들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여학생을 지칭할 때 향기, 꽃송이, 순결, 아름다운 등 성 편향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70% 가까이 달했고요.

남학생을 지칭할 때도 건아, 씩씩한, 나라의 기둥 등 특정 단어를 쓰는 비율이 30%를 넘었습니다.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여학생들은 배려, 나눔, 봉사, 아름답게 등 관계 지향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남학생들은 자주적, 도전, 꿈, 미래, 능력 등 성취 지향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을 제정한 뒤 교육 분야의 성 차별적 요소를 전수 조사하고, 개선에 나섰고요.

인천시교육청도 매년 성별영향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시교육청 정책의 성 차별적인 요소를 평가하고, 개선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의회 8대 의회 들어 특정 조례안이 갑자기 철회되거나 유보된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8대 의회의 의원발의 조례안은 모두 3백20여 건인데, 이 가운데 철회된 안건은 10건, 유보 9건, 폐기 2건입니다.

대구광역시교육청 성평등 교육환경 조성 및 활성화 조례안, 상임위에서 무산됐고요.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 역시 개정 과정에서 중단됐습니다.

대구광역시 민주시민교육 조례안 역시 유보됐는데요.

대부분 특정 집단들의 항의와 반발로 철회되거나 유보된 겁니다.

[김태운/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민의 대표자로서 주민이 권한을 부여한 것이지 않겠습니까. 주민 전체의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조례 제정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 주민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행정 서비스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건 물론, 지방정치의 질적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시행돼야 할 의회 조례안,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특정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되겠죠.

대구광역시교육청 성별영향평가 조례안은 다음 임시회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돼 다시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조례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쇼맥 뉴스 정혜미입니다.

영상편집:김희영/그래픽:인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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