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할당제 D-1년…상장법인 60%, 여성 임원 ‘0명’

입력 2021.08.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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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할당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을 위한 인원 할당제가 능력주의 관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권 일부에서도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사실, 정치 영역이 아닌 사기업에서의 여성할당제는 아직 첫 발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지난해에야 자본시장법에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가 생겼는데요.

시행 뒤 2년간은 유예기간이라, 실제 적용은 딱 1년 뒤인 내년 8월 5일부터입니다. 자산총액이 2조 원을 넘는 기업의 경우, 최소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강제한 겁니다.


이마저도 정확한 의미에서는 여성할당제가 아닙니다. 법 조항에 '여성'을 특정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성 이사를 1명도 선임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됩니다. '유리천장 지수'가 9년 연속 OECD 꼴찌일 정도로 워낙 여성 임원이 적은 국내 현실 탓에, 편의상 여성할당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 국내 상장법인 60%, 여성 임원 '0명'…OECD 평균의 1/5

법 시행을 1년 앞뒀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을 1명이라도 선임한 기업은 815개로 36.3%에 불과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국내 상장법인 60% 이상은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셈입니다.

지난해 33.5%, 2019년 32.1%보다는 약간 늘어난 수치이지만,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는 건데요. 반면, 남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번엔 여성 임원 비율로 따져볼까요? 상장법인 2,246개의 전체 임원 3만 2,005명 가운데 여성은 1,668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단 5.2%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4.5%, 2019년엔 4.0%였으니 조금 높아지긴 했죠.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올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OECD 평균 여성 이사회(임원) 비율은 25.6%로 우리나라보다 5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임원 형태별로는 등기임원이거나 사내이사일수록 여성 비율이 낮았습니다. 전체 등기임원 1만 3,368명 중 여성은 4.8%였고, 미등기임원 1만 8,637명 중 여성은 5.5%였습니다. 등기임원을 다시 사내‧사외이사로 구분하면, 전체 사내이사 7,564명 가운데 여성은 4.6%였고 사외이사 5,804명 중에는 여성이 5.2%였습니다.


■ 1년 뒤엔 여성 임원 '선택 아닌 필수'…대기업 38곳, 부랴부랴 선임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도 따로 살펴봐야겠죠. 2조 원 이상 기업의 경우 전체 152곳 가운데 77.6%에 해당하는 118곳이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했습니다. 지난해보다 10.9%p 높아진 수치로, 변화가 뚜렷해 보입니다.

전체 임원 8,677명 가운데 여성은 49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5.7%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상장법인보다 증가 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전체 등기임원 1,173명 중 여성은 97명으로 지난해보다 3.5%p 높아진 8.3%였습니다. 미등기임원의 경우 여성이 7,504명 중 394명, 즉 5.3%로 등기임원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이사회 등기임원을 특정 성으로만 채울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개정된 자본시장법 실제 적용까진 1년이 남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법을 적용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2조 이상 기업 152개 중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은 85개, 즉 55.9%였습니다. 절반 가량은 지금 상태로는 법을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기업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9년엔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곳이 19.0%였고, 지난해에도 30.6%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새롭게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2조 이상 기업만 해도 LG, 포스코, SK, 한화, 현대차, 이마트 등 38곳에 달합니다.


■ 임원 비율 성별 격차 6.3배…'여초 산업'조차 여성 임원 적어

이번엔 근로자 대비 임원 비율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상장법인의 전체 여성 근로자는 40만 6,631명인데요.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1,668명으로, 여성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성 근로자는 118만 1,047명이었고, 남성 임원은 3만 337명이었습니다. 남성 근로자 대비 남성 임원 비율은 2.57%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여성 근로자 244명당 여성 임원이 1명 나올 때, 남성 근로자 39명당 남성 임원 1명이 나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근로자 대비 임원 비율의 성별 격차는 무려 6.3배에 달합니다. 이마저도 2019년 8.3배, 지난해 7.3배에 비해선 간격이 많이 좁혀진 셈이죠.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산업은 1순위가 교육 서비스업(64.4%)이었습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 역시 교육서비스업(15.3%)이었는데요.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렇게 여성이 많은 '여초 산업'에서조차 비율로 따지면 여성 임원이 적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전체 산업의 여성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1%인데, 교육 서비스업의 비율은 0.34%로 낮습니다.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이니까 여성들이 들어가서 임원이 되기 수월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따져보면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업종별로 더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한화, LG 등 주요 그룹은 내년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습니다.현대차, 한화, LG 등 주요 그룹은 내년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습니다.

■ 여성 임원 더 많은 상장법인은 단 4곳…순위 살펴보니

자세한 기업별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보다 많은 곳은 전체 상장법인 2,246개 가운데 4곳에 불과했습니다. 1위는 화장품 제조업 회사인 '클리오'인데요. 전체 임원 8명 중 남성이 2명, 여성이 6명이었습니다.

여성 임원 수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60명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임원은 1,019명이어서, 여성 임원 비율은 단 5.6%로 나타났습니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중엔 카카오가 여성 임원 비율 28.6%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전체 7명 중 남성 5명, 여성 2명이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점진적으로나마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의미 있다"면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었음을 고려할 때 민간부문에서 여성의 의사결정 직위로의 진출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적극적인 개선과 다양한 인식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자세한 기업별 성별 임원 현황은 여성가족부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여성가족부 누리집(www.mogef.go.kr) > 메인배너 > 민간부문 성별다양성 제고 > 기업성별임원현황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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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임원 할당제 D-1년…상장법인 60%, 여성 임원 ‘0명’
    • 입력 2021-08-05 11:04:09
    취재K

최근 '여성할당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을 위한 인원 할당제가 능력주의 관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권 일부에서도 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죠.

그런데 사실, 정치 영역이 아닌 사기업에서의 여성할당제는 아직 첫 발을 떼지도 못했습니다. 지난해에야 자본시장법에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가 생겼는데요.

시행 뒤 2년간은 유예기간이라, 실제 적용은 딱 1년 뒤인 내년 8월 5일부터입니다. 자산총액이 2조 원을 넘는 기업의 경우, 최소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강제한 겁니다.


이마저도 정확한 의미에서는 여성할당제가 아닙니다. 법 조항에 '여성'을 특정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성 이사를 1명도 선임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됩니다. '유리천장 지수'가 9년 연속 OECD 꼴찌일 정도로 워낙 여성 임원이 적은 국내 현실 탓에, 편의상 여성할당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 국내 상장법인 60%, 여성 임원 '0명'…OECD 평균의 1/5

법 시행을 1년 앞뒀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개를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을 1명이라도 선임한 기업은 815개로 36.3%에 불과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국내 상장법인 60% 이상은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셈입니다.

지난해 33.5%, 2019년 32.1%보다는 약간 늘어난 수치이지만, 여전히 30%대에 머물고 있는 건데요. 반면, 남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번엔 여성 임원 비율로 따져볼까요? 상장법인 2,246개의 전체 임원 3만 2,005명 가운데 여성은 1,668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단 5.2%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에는 4.5%, 2019년엔 4.0%였으니 조금 높아지긴 했죠.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올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OECD 평균 여성 이사회(임원) 비율은 25.6%로 우리나라보다 5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임원 형태별로는 등기임원이거나 사내이사일수록 여성 비율이 낮았습니다. 전체 등기임원 1만 3,368명 중 여성은 4.8%였고, 미등기임원 1만 8,637명 중 여성은 5.5%였습니다. 등기임원을 다시 사내‧사외이사로 구분하면, 전체 사내이사 7,564명 가운데 여성은 4.6%였고 사외이사 5,804명 중에는 여성이 5.2%였습니다.


■ 1년 뒤엔 여성 임원 '선택 아닌 필수'…대기업 38곳, 부랴부랴 선임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도 따로 살펴봐야겠죠. 2조 원 이상 기업의 경우 전체 152곳 가운데 77.6%에 해당하는 118곳이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선임했습니다. 지난해보다 10.9%p 높아진 수치로, 변화가 뚜렷해 보입니다.

전체 임원 8,677명 가운데 여성은 49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5.7%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상장법인보다 증가 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전체 등기임원 1,173명 중 여성은 97명으로 지난해보다 3.5%p 높아진 8.3%였습니다. 미등기임원의 경우 여성이 7,504명 중 394명, 즉 5.3%로 등기임원보다 오히려 적었습니다. 이사회 등기임원을 특정 성으로만 채울 수 없도록 한 자본시장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개정된 자본시장법 실제 적용까진 1년이 남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법을 적용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2조 이상 기업 152개 중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은 85개, 즉 55.9%였습니다. 절반 가량은 지금 상태로는 법을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 기업들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9년엔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곳이 19.0%였고, 지난해에도 30.6%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새롭게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2조 이상 기업만 해도 LG, 포스코, SK, 한화, 현대차, 이마트 등 38곳에 달합니다.


■ 임원 비율 성별 격차 6.3배…'여초 산업'조차 여성 임원 적어

이번엔 근로자 대비 임원 비율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상장법인의 전체 여성 근로자는 40만 6,631명인데요.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은 1,668명으로, 여성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1%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남성 근로자는 118만 1,047명이었고, 남성 임원은 3만 337명이었습니다. 남성 근로자 대비 남성 임원 비율은 2.57%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여성 근로자 244명당 여성 임원이 1명 나올 때, 남성 근로자 39명당 남성 임원 1명이 나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근로자 대비 임원 비율의 성별 격차는 무려 6.3배에 달합니다. 이마저도 2019년 8.3배, 지난해 7.3배에 비해선 간격이 많이 좁혀진 셈이죠.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산업은 1순위가 교육 서비스업(64.4%)이었습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 역시 교육서비스업(15.3%)이었는데요.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렇게 여성이 많은 '여초 산업'에서조차 비율로 따지면 여성 임원이 적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전체 산업의 여성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1%인데, 교육 서비스업의 비율은 0.34%로 낮습니다.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여성이 많이 종사하고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산업이니까 여성들이 들어가서 임원이 되기 수월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따져보면 근로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업종별로 더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한화, LG 등 주요 그룹은 내년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잇따라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습니다.
■ 여성 임원 더 많은 상장법인은 단 4곳…순위 살펴보니

자세한 기업별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 임원이 남성 임원보다 많은 곳은 전체 상장법인 2,246개 가운데 4곳에 불과했습니다. 1위는 화장품 제조업 회사인 '클리오'인데요. 전체 임원 8명 중 남성이 2명, 여성이 6명이었습니다.

여성 임원 수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60명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임원은 1,019명이어서, 여성 임원 비율은 단 5.6%로 나타났습니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 중엔 카카오가 여성 임원 비율 28.6%로 1위를 차지했는데요. 전체 7명 중 남성 5명, 여성 2명이었습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점진적으로나마 상장법인의 여성 임원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의미 있다"면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었음을 고려할 때 민간부문에서 여성의 의사결정 직위로의 진출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적극적인 개선과 다양한 인식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자세한 기업별 성별 임원 현황은 여성가족부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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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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