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바닥 붕괴가 결정적…시뮬레이션으로 본 광주철거사고

입력 2021.08.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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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흙 쌓아 올림’이 직접 원인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도한 흙 쌓아 올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오늘(9일)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보고서와 함께 사고를 재연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우선 성토, 즉 쌓아 올린 흙의 높이가 10.2m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층 건물 최상부에서 작업하기 위해 3층 높이까지 흙을 쌓은 것입니다.

문제는 하중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보면 토사가 1층 바닥을 주저앉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토사가 지하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철거 공사를 시작하면서 별다른 보강 작업을 해놓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어 1층 토사가 지하로, 그 위에 있던 토사들은 다시 밑으로 쏟아지면서 기둥을 부러뜨리고 넘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결국 과도하게 쌓아올린 토사가 밀려 내려오면서 도로 쪽 수평 방향으로 충격이 가해져 건물은 앞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 불법 재하도급 확인...28만 원짜리 공사가 4만 원에

사고의 물리적인 원인은 무리한 공사였지만, 불법 재하도급 등 비물리적인 원인 역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을 확인했습니다.

원도급사 기준 3.3㎡에 28만 원이었던 공사비는 하수급인을 거쳐 10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재하수급인에게는 4만 원으로 삭감됩니다. 당초의 16% 수준인 공사비로 철거를 진행하다보니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는 게 사조위 판단입니다.

이와 함께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고, 감리업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광주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였던 겁니다.

국회 질의에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하는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6월 18일)국회 질의에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하는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6월 18일)

■ 관계자 책임 강화하고 불법하도급 근절해야

사조위는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허가권자와 감리자 등 관계자들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때 전문가를 참여시켜 현장마다 들쑥날쑥인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또한 불법하도급의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인명피해 발생 시 처벌 대상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내일(10일) 당정협의를 통해 해제공사 안전 강화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 이번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국토부의 약속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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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층 바닥 붕괴가 결정적…시뮬레이션으로 본 광주철거사고
    • 입력 2021-08-09 10:47:49
    취재K

■ ‘과도한 흙 쌓아 올림’이 직접 원인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도한 흙 쌓아 올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토교통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오늘(9일)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고조사위원회는 보고서와 함께 사고를 재연한 시뮬레이션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우선 성토, 즉 쌓아 올린 흙의 높이가 10.2m에 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층 건물 최상부에서 작업하기 위해 3층 높이까지 흙을 쌓은 것입니다.

문제는 하중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보면 토사가 1층 바닥을 주저앉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토사가 지하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철거 공사를 시작하면서 별다른 보강 작업을 해놓지 않았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어 1층 토사가 지하로, 그 위에 있던 토사들은 다시 밑으로 쏟아지면서 기둥을 부러뜨리고 넘어지기 시작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결국 과도하게 쌓아올린 토사가 밀려 내려오면서 도로 쪽 수평 방향으로 충격이 가해져 건물은 앞으로 넘어지고 맙니다.


■ 불법 재하도급 확인...28만 원짜리 공사가 4만 원에

사고의 물리적인 원인은 무리한 공사였지만, 불법 재하도급 등 비물리적인 원인 역시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을 확인했습니다.

원도급사 기준 3.3㎡에 28만 원이었던 공사비는 하수급인을 거쳐 10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재하수급인에게는 4만 원으로 삭감됩니다. 당초의 16% 수준인 공사비로 철거를 진행하다보니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는 게 사조위 판단입니다.

이와 함께 해체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고, 감리업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광주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였던 겁니다.

국회 질의에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하는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6월 18일)
■ 관계자 책임 강화하고 불법하도급 근절해야

사조위는 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허가권자와 감리자 등 관계자들의 책임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때 전문가를 참여시켜 현장마다 들쑥날쑥인 수준 편차를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또한 불법하도급의 처벌수준을 강화하고 인명피해 발생 시 처벌 대상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내일(10일) 당정협의를 통해 해제공사 안전 강화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관련 제도를 개선해 이번과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는 국토부의 약속이 허언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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