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센터 ‘흉기 난동’…‘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현실?

입력 2021.08.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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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경찰,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40대 구속영장 신청
범행 전에도 여러 차례 지점 찾아 고성·욕설… "직원들이 꺼리는 고객이었는데…"
삼성 "직원 안전 강화 대책 마련할 것…전국 서비스센터 피해 현황 파악"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년…"노동자는 여전히 맨몸으로 버틸 뿐"


■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40대 구속 영장…'살인미수 혐의' 적용

삼성전자서비스 성남센터에서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 A 씨에 대해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범행동기를 두고 "말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리 흉기를 소지하고 해당 지점을 방문한 만큼 혐의가 명확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으로 경찰은 이후에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흉기에 어깨와 목 등을 심하게 다친 직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전에도 여러 차례 지점 찾아 고성·욕설…"모두가 꺼리는 고객"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사건은 지난 10일 낮,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성남센터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날 지점을 방문한 A씨가 상담창구에서 휴대전화 기기 작동을 두고 상담을 받던 중 엔지니어인 직원 B씨를 향해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휘두른 것인데요.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따르면, A씨는 이전에도 해당 지점에 여러 차례 찾아와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근무 직원 (익명) :
"전에도 센터에 와서 다른 여성 상담사 멱살을 잡기도 하고 그런 행동들이 몇 번 있었다고 해요. 소리 치고 기기를 무상으로 고쳐달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엔지니어 직원과 상담하면서 바로 흉기를 꺼내서…"

언론보도가 나간 뒤 다른 익명의 제보자는 취재진에게 A 씨가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화풀이와 고함,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직원들은 A 씨를 응대하기 꺼렸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들은 A 씨의 지점 방문을 제한하는 '접근 금지'를 원했지만 결국에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 확인 결과 해당 지점이 수사기관을 통해 접근 금지를 요청한 내역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지점 내부 단계에서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삼성 측은 이번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고객 응대 직원들의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전국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비슷한 피해 사례가 더 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년…법은 노동자를 지켜주고 있나?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불특정 고객으로부터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사후 서비스(AS)나 수리센터 등은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편 혹은 문제를 갖고 있는 고객과 대면하는 만큼 폭언·폭행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합니다.

고객응대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이미 2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10월 시행된 산업안전법 개정안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그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①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후략>

하지만, 현실에서 잘 적용되고 있을까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네크워크'가 지난해 공공 및 민간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객응대업무 지침서를 분석한 결과,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폭언 등에 노출돼도 근로자들이 업무의 중단이나 전환까지 이르려면 내부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자들이 즉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건데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7월 내놓은 '감정노동 제도와 현황과 개선과제 검토'라는 보고서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여러 조치 가운데 '법적조치 고지'와 '안내문 부착' 등의 도입 비율은 70%를 넘는 반면, '직원 전환 배치', '직원 업무/서비스 중지 ', '보호/방어권 부여'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적용하고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의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일부 보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 초 대표발의했습니다.

사업자가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고객으로부터 근로자를 '즉시 분리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고객응대근로자 즉시 보호법'인 겁니다.

고객응대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점차 세밀하게 보강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식과 예의를 갖춘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을 법을 만들면서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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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감정노동자 보호법’의 현실?
    • 입력 2021-08-12 15:55:25
    취재K
경찰,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40대 구속영장 신청<br />범행 전에도 여러 차례 지점 찾아 고성·욕설… "직원들이 꺼리는 고객이었는데…"<br />삼성 "직원 안전 강화 대책 마련할 것…전국 서비스센터 피해 현황 파악"<br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년…"노동자는 여전히 맨몸으로 버틸 뿐"

■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40대 구속 영장…'살인미수 혐의' 적용

삼성전자서비스 성남센터에서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 A 씨에 대해 경찰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범행동기를 두고 "말을 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등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리 흉기를 소지하고 해당 지점을 방문한 만큼 혐의가 명확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으로 경찰은 이후에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흉기에 어깨와 목 등을 심하게 다친 직원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전에도 여러 차례 지점 찾아 고성·욕설…"모두가 꺼리는 고객"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사건은 지난 10일 낮, 경기도 성남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성남센터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날 지점을 방문한 A씨가 상담창구에서 휴대전화 기기 작동을 두고 상담을 받던 중 엔지니어인 직원 B씨를 향해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휘두른 것인데요.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따르면, A씨는 이전에도 해당 지점에 여러 차례 찾아와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근무 직원 (익명) :
"전에도 센터에 와서 다른 여성 상담사 멱살을 잡기도 하고 그런 행동들이 몇 번 있었다고 해요. 소리 치고 기기를 무상으로 고쳐달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엔지니어 직원과 상담하면서 바로 흉기를 꺼내서…"

언론보도가 나간 뒤 다른 익명의 제보자는 취재진에게 A 씨가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화풀이와 고함,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직원들은 A 씨를 응대하기 꺼렸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들은 A 씨의 지점 방문을 제한하는 '접근 금지'를 원했지만 결국에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 확인 결과 해당 지점이 수사기관을 통해 접근 금지를 요청한 내역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지점 내부 단계에서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삼성 측은 이번 '서비스센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고객 응대 직원들의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전국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비슷한 피해 사례가 더 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2년…법은 노동자를 지켜주고 있나?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불특정 고객으로부터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특히 사후 서비스(AS)나 수리센터 등은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편 혹은 문제를 갖고 있는 고객과 대면하는 만큼 폭언·폭행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합니다.

고객응대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이미 2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10월 시행된 산업안전법 개정안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그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①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 제3자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후략>

하지만, 현실에서 잘 적용되고 있을까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국네크워크'가 지난해 공공 및 민간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객응대업무 지침서를 분석한 결과,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폭언 등에 노출돼도 근로자들이 업무의 중단이나 전환까지 이르려면 내부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자들이 즉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건데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7월 내놓은 '감정노동 제도와 현황과 개선과제 검토'라는 보고서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여러 조치 가운데 '법적조치 고지'와 '안내문 부착' 등의 도입 비율은 70%를 넘는 반면, '직원 전환 배치', '직원 업무/서비스 중지 ', '보호/방어권 부여'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적용하고 있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의원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일부 보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달 초 대표발의했습니다.

사업자가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고객으로부터 근로자를 '즉시 분리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고객응대근로자 즉시 보호법'인 겁니다.

고객응대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점차 세밀하게 보강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식과 예의를 갖춘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을 법을 만들면서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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