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결국 본색 드러낼 것…중국과도 오래 못간다”

입력 2021.08.1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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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 인터뷰
- "무능했던 정부…탈레반 점령지, 20년 전보다↑"
- "'미군 통역사' 아프간인 수만 명 위기"
- "여성인권 보장? 국제사회 눈치 본 립서비스"
- "시간 지나면 극단주의 본색 드러날 것"
- "탈레반, 무슬림 탄압하는 中과 오래 못 가"
-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국가재건 어렵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카불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7일(화)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신지혜> 교수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게 됐는데 일단 현지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혹시 정보를 접하셨나요?

박현도> 네. 저희가 접할 수 있는 거는 트위터라든지 그러한 연락망들인데요. 상황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프간 국민들이 공포에 질려 있어요. 20년 전에 당했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미국과 서구 국가들과 협력했던 통역관이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큽니다.

신지혜> 특히 통역관들은 가족까지 합해서 6만 명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있던데, 미국이 이런 아프간인을 위한 비자프로그램을 마련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출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지 않습니까?

박현도> 그게 어떤 문제가 있냐면요. 미국과 직접 계약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용역처럼 계약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게 문제죠. 영국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자신들과 직접 계약을 안 한 사람들을 못 데리고 나와서 그걸 하소연하는 SNS가 올라오거든요.

신지혜> 탈레반이 지금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적어도 미군에 협력한 사람들에게는 이른바 자비를 베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군요?

박현도>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쉽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이 카불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는 주민들의 가방을 수색하고 있다.(카불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이 카불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는 주민들의 가방을 수색하고 있다.

신지혜> 핵심은 20년 전에 미군에 의해서 축출됐던 탈레반이 굉장히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했단 것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원인은 뭔가요?

박현도>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중앙 정부의 부패. 미군이 세웠던 중앙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전체를 통제하지 못했고 군인 월급도 한 6개월 정도 밀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이 사람들이 완전히 겁에 질린 거죠. 탈레반이 뭐라고 했냐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문제없게 해 줄 테고 혼내지 않을테니 우리에게 투항해라." 그래서 다 투항해버립니다.

신지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겠다. 투항하면 해치지 않겠다. 이렇게 탈레반이 지방에 있는 정부군들을 포섭한 거군요.

박현도> 그렇죠. 일반 병사가 끝까지 싸우려 하다가도 상관들이 이미 다 (탈레반으로) 넘어갔으니 다들 손을 놔버린 겁니다.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에, 20년 전에 탈레반이 정복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다 넘어가 버렸습니다.

신지혜> 탈레반이 어쨌든 미국하고 작년에 이른바 평화협정을 하고 철군 약속까지 받아냈는데 미국이 철군하는 뒤통수에 대고 바로 진격했단 말이에요. 미국의 예상을 깨고 탈레반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이유와 의도는 뭔가요?

박현도> 사실은 평화협정을 지킬 의도가 없었던 거죠. 빨리빨리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한 겁니다. 시간을 끌수록 탈레반한테는 좋을 건 없거든요. 미군 철수 전에 최대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해놓으려 그랬고, 생각보다도 (정부군이) 쉽게 매수가 되니까 상당히 빠르게 진격을 했고 미국도 이건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겁니다.

(카불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지도자들이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카불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지도자들이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

신지혜> 미국이 이 상황을 예상을 못 했다는 거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가 자국 내에서도 후폭풍에 지금 휘말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이 전쟁을 20년을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를 만나려 하고, 바이든 대통령도 철군이 중요한 대선 공약 중의 하나였어요. 미국이 왜 최근 2~3년 동안 철군에 이렇게 공을 들인 건가요?

박현도> 사실은 미국이 저렇게 오래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신지혜> 애초에 철군을 더 빨리했어야 됐다?

박현도> 그렇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사실은 빨리 하는 게 낫죠. 미국으로서 (아프간은)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효과대로 없는 늪지거든요. 빨리 손절하고 나오는 게 맞습니다. 나오는 과정에서 쉽게 말하면 단속을 잘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은 굉장히 커요.

신지혜> 미국이 빠진 자리에 중국이 들어간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지난 7월에는 아예 탈레반 지도부를 중국으로 불러서 만났잖아요. 중국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박현도> 탈레반 통제죠. 탈레반은 그냥 정치세력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슬람 통치 국가로 만드는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이 목표가 중국에게는 불편한 존재예요. 중국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과 지역적으로 연결돼있고 그러한 극단적 사상이 신장에 퍼지는 것도 중국에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최대한 탈레반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되고. 탈레반에 가장 필요한 게 지금 경제 재건이거든요.

신지혜> 돈이 필요하죠, 사실.

박현도> 그렇죠.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신지혜> 그런데 교수님, 탈레반과 지리적, 종교적으로 긴밀한 위구르를 중국이 계속 탄압하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종교적으로 강경한 탈레반이 중국하고 계속 손을 잡고 나아갈 수 있나요?

박현도> 사실은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보는 경향이 많아요. 탈레반이 그냥 정치세력이면 몰라도, 종교적 사상이 확고하거든요. 그걸 언제 펼치느냐 그것만 남아있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까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을 걱정하고 있고 인도는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을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두 나라들이 전부 다 탈레반과 지금 현재로서는 유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중국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하고 있다. 중국은 수니파 무슬림인 신장 위구르족을 탈레반이 지원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중국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하고 있다. 중국은 수니파 무슬림인 신장 위구르족을 탈레반이 지원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신지혜>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간 주변국의 테러 세력이 다시 성장해 정세가 불안해질 거란 우려가 있는데 이럴 가능성이 높습니까?

박현도> 굉장히 높죠. 사실 탈레반의 뿌리는 데오반디(Deobandism·이슬람 근본주의의 한 조류)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인도 뉴델리 북쪽 150km쯤에 '데오반드'라는 지역이 있는데 영국 식민지이던 당시 여기에 무슬림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고 이슬람 부흥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런 인도의 데오반디들은 정치적으론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배워간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띠었습니다. 이 영향을 받은게 아프가니스탄의 데오반디이고 그게 탈레반이에요.

신지혜> 다 이어져 있군요.

박현도> 쉽게 말하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교도를 위해서 싸우고 폭탄을 던지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데오반디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신지혜> 아프간 탈레반의 성공을 보고 주변국들의 무슬림 무장단체들이 굉장히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겠네요.

박현도> 그렇죠. 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에도 조직이 많이 있습니다. 각 나라들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조직들인데요. 이게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해서 퍼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죠. 그걸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겁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박현도> 탈레반이 뭐를 하든 간에 신경을 안 쓰고 싶지만 딱 두 가지죠. 극단주의 사상 그리고 마약. 금세기 최대의 마약 생산지가 아프가니스탄이니까요.

신지혜> 주변국에도 굉장히 정세 불안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인데.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짧게 여쭙겠습니다. 여성 인권을 비롯해서 탈레반이 우리가 20년 전과는 다를 거다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달라질 거라고 보시나요?

박현도> 아뇨, 아뇨. 달라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종교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 줄 아세요? 여성의 립스틱과 미니스커트입니다. 여성을 통제하고 그게 자신들의 이슬람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게 바뀔 리가 없죠.

신지혜> 네.

박현도> 그러니까 지금도 여성이 복장만 잘 갖추면 취업도 해 주고 교육도 해 주겠다 하는데, 이거는 제가 봤을 때는 정말 립서비스고요. 지금은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여성이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신지혜> 네. 좀 눈치를 보는.

박현도> 지금은 봐 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골 지역에서는 12살~13살 소녀들을 강제 결혼시키고 여성들을 억압하는 게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의 눈 때문에 인자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기의 본색을 드러낼 것이고 더군다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국가가 통치가 안 된다고 생각할 때는 아주 과감하게 칼을 휘두를 겁니다. 그래서 탈레반은 용인해서는 안 될 그룹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캠프 데이비드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 철군 결정에 후회는 없다”며 탈레반을 막지 못한 건 아프간 정부군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캠프 데이비드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 철군 결정에 후회는 없다”며 탈레반을 막지 못한 건 아프간 정부군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이 40년째 전쟁 중이에요. 아프간이 정상국가로 재건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박현도>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되는데 여전히 일차 산업으로 살고 있고, 전 국민의 거의 80%가 마약에 의존하는 산업을 하고 있거든요.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신지혜> 안타깝습니다. 일단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도>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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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7 1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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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 인터뷰</strong><br />- "무능했던 정부…탈레반 점령지, 20년 전보다↑"<br />- "'미군 통역사' 아프간인 수만 명 위기"<br />- "여성인권 보장? 국제사회 눈치 본 립서비스"<br />- "시간 지나면 극단주의 본색 드러날 것"<br />- "탈레반, 무슬림 탄압하는 中과 오래 못 가"<br />-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국가재건 어렵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 프로그램 : KBS NEWS D-LIVE
■ 방송시간 : 8월 17일(화) 14:30~16:00 KBS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
■ 진행 : 신지혜·조혜진 기자
■ 연결 :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신지혜> 교수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게 됐는데 일단 현지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혹시 정보를 접하셨나요?

박현도> 네. 저희가 접할 수 있는 거는 트위터라든지 그러한 연락망들인데요. 상황은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프간 국민들이 공포에 질려 있어요. 20년 전에 당했던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미국과 서구 국가들과 협력했던 통역관이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큽니다.

신지혜> 특히 통역관들은 가족까지 합해서 6만 명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있던데, 미국이 이런 아프간인을 위한 비자프로그램을 마련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출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지 않습니까?

박현도> 그게 어떤 문제가 있냐면요. 미국과 직접 계약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용역처럼 계약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게 문제죠. 영국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자신들과 직접 계약을 안 한 사람들을 못 데리고 나와서 그걸 하소연하는 SNS가 올라오거든요.

신지혜> 탈레반이 지금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적어도 미군에 협력한 사람들에게는 이른바 자비를 베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군요?

박현도>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쉽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카불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이 카불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는 주민들의 가방을 수색하고 있다.
신지혜> 핵심은 20년 전에 미군에 의해서 축출됐던 탈레반이 굉장히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했단 것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원인은 뭔가요?

박현도>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중앙 정부의 부패. 미군이 세웠던 중앙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의 전체를 통제하지 못했고 군인 월급도 한 6개월 정도 밀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얘기가 나오니까 이 사람들이 완전히 겁에 질린 거죠. 탈레반이 뭐라고 했냐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문제없게 해 줄 테고 혼내지 않을테니 우리에게 투항해라." 그래서 다 투항해버립니다.

신지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겠다. 투항하면 해치지 않겠다. 이렇게 탈레반이 지방에 있는 정부군들을 포섭한 거군요.

박현도> 그렇죠. 일반 병사가 끝까지 싸우려 하다가도 상관들이 이미 다 (탈레반으로) 넘어갔으니 다들 손을 놔버린 겁니다.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에, 20년 전에 탈레반이 정복하지 못했던 지역까지 다 넘어가 버렸습니다.

신지혜> 탈레반이 어쨌든 미국하고 작년에 이른바 평화협정을 하고 철군 약속까지 받아냈는데 미국이 철군하는 뒤통수에 대고 바로 진격했단 말이에요. 미국의 예상을 깨고 탈레반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이유와 의도는 뭔가요?

박현도> 사실은 평화협정을 지킬 의도가 없었던 거죠. 빨리빨리 속전속결로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한 겁니다. 시간을 끌수록 탈레반한테는 좋을 건 없거든요. 미군 철수 전에 최대한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해놓으려 그랬고, 생각보다도 (정부군이) 쉽게 매수가 되니까 상당히 빠르게 진격을 했고 미국도 이건 생각을 전혀 못 했던 겁니다.

(카불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지도자들이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
신지혜> 미국이 이 상황을 예상을 못 했다는 거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가 자국 내에서도 후폭풍에 지금 휘말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미국이 이 전쟁을 20년을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를 만나려 하고, 바이든 대통령도 철군이 중요한 대선 공약 중의 하나였어요. 미국이 왜 최근 2~3년 동안 철군에 이렇게 공을 들인 건가요?

박현도> 사실은 미국이 저렇게 오래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신지혜> 애초에 철군을 더 빨리했어야 됐다?

박현도> 그렇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사실은 빨리 하는 게 낫죠. 미국으로서 (아프간은)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는 효과대로 없는 늪지거든요. 빨리 손절하고 나오는 게 맞습니다. 나오는 과정에서 쉽게 말하면 단속을 잘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은 굉장히 커요.

신지혜> 미국이 빠진 자리에 중국이 들어간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지난 7월에는 아예 탈레반 지도부를 중국으로 불러서 만났잖아요. 중국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요?

박현도> 탈레반 통제죠. 탈레반은 그냥 정치세력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슬람 통치 국가로 만드는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이 목표가 중국에게는 불편한 존재예요. 중국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과 지역적으로 연결돼있고 그러한 극단적 사상이 신장에 퍼지는 것도 중국에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최대한 탈레반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되고. 탈레반에 가장 필요한 게 지금 경제 재건이거든요.

신지혜> 돈이 필요하죠, 사실.

박현도> 그렇죠.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신지혜> 그런데 교수님, 탈레반과 지리적, 종교적으로 긴밀한 위구르를 중국이 계속 탄압하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종교적으로 강경한 탈레반이 중국하고 계속 손을 잡고 나아갈 수 있나요?

박현도> 사실은 그래서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보는 경향이 많아요. 탈레반이 그냥 정치세력이면 몰라도, 종교적 사상이 확고하거든요. 그걸 언제 펼치느냐 그것만 남아있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까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을 걱정하고 있고 인도는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 지역을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두 나라들이 전부 다 탈레반과 지금 현재로서는 유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중국 톈진에서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면담하고 있다. 중국은 수니파 무슬림인 신장 위구르족을 탈레반이 지원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신지혜> 탈레반 집권 이후 아프간 주변국의 테러 세력이 다시 성장해 정세가 불안해질 거란 우려가 있는데 이럴 가능성이 높습니까?

박현도> 굉장히 높죠. 사실 탈레반의 뿌리는 데오반디(Deobandism·이슬람 근본주의의 한 조류)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인도 뉴델리 북쪽 150km쯤에 '데오반드'라는 지역이 있는데 영국 식민지이던 당시 여기에 무슬림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고 이슬람 부흥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런 인도의 데오반디들은 정치적으론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배워간 파키스탄 사람들은 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띠었습니다. 이 영향을 받은게 아프가니스탄의 데오반디이고 그게 탈레반이에요.

신지혜> 다 이어져 있군요.

박현도> 쉽게 말하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교도를 위해서 싸우고 폭탄을 던지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데오반디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신지혜> 아프간 탈레반의 성공을 보고 주변국들의 무슬림 무장단체들이 굉장히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겠네요.

박현도> 그렇죠. 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에도 조직이 많이 있습니다. 각 나라들이 가장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조직들인데요. 이게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해서 퍼질 가능성이 굉장히 크죠. 그걸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겁니다.

신지혜> 그렇군요.

박현도> 탈레반이 뭐를 하든 간에 신경을 안 쓰고 싶지만 딱 두 가지죠. 극단주의 사상 그리고 마약. 금세기 최대의 마약 생산지가 아프가니스탄이니까요.

신지혜> 주변국에도 굉장히 정세 불안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인데.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짧게 여쭙겠습니다. 여성 인권을 비롯해서 탈레반이 우리가 20년 전과는 다를 거다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달라질 거라고 보시나요?

박현도> 아뇨, 아뇨. 달라질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종교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뭔 줄 아세요? 여성의 립스틱과 미니스커트입니다. 여성을 통제하고 그게 자신들의 이슬람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그게 바뀔 리가 없죠.

신지혜> 네.

박현도> 그러니까 지금도 여성이 복장만 잘 갖추면 취업도 해 주고 교육도 해 주겠다 하는데, 이거는 제가 봤을 때는 정말 립서비스고요. 지금은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여성이지 않습니까? 현재로서는.

신지혜> 네. 좀 눈치를 보는.

박현도> 지금은 봐 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골 지역에서는 12살~13살 소녀들을 강제 결혼시키고 여성들을 억압하는 게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탈레반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의 눈 때문에 인자한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기의 본색을 드러낼 것이고 더군다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국가가 통치가 안 된다고 생각할 때는 아주 과감하게 칼을 휘두를 겁니다. 그래서 탈레반은 용인해서는 안 될 그룹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캠프 데이비드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상으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 철군 결정에 후회는 없다”며 탈레반을 막지 못한 건 아프간 정부군이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지혜> 마지막으로, 아프가니스탄이 40년째 전쟁 중이에요. 아프간이 정상국가로 재건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박현도>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려면 경제적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되는데 여전히 일차 산업으로 살고 있고, 전 국민의 거의 80%가 마약에 의존하는 산업을 하고 있거든요.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신지혜> 안타깝습니다. 일단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현도> 네. 감사합니다.

신지혜> 네. 지금까지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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