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일과 휴식의 동거…日 ‘워케이션’ 실험 통할까

입력 2021.08.19 (18:05) 수정 2021.08.19 (18: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1년 반 넘게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 아래 놓이면서 정말 주변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죠.

원격 근무도 이런 변화 가운데 하나일 텐데, 도쿄를 연결해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일본에선 워케이션이란 게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워케이션이란 단어는 영어로 일이라는 뜻의 '워크'와 휴가라는 뜻의 '베케이션'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휴가를 즐기는 근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을 하고 있는 회사원을 만나봤습니다.

이곳은 태평양과 맞닿은 일본 지바현의 해안가입니다.

원래 근무지 말고 이런 관광지 등에 따로 설치한 제2, 제3의 사무실을 '위성 사무실'이라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시라토리 씨는 숙박도 가능한 이 위성 사무실에 평일에도 가끔 출근합니다.

일도 하고, 휴식도 즐기고, 아예 아예 며칠간 머물기도 합니다.

[시라토리/직원 :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를 써서 일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됐습니다."]

[앵커]

언뜻 생각하면 휴가를 가고 싶으면 그냥 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워케이션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는 배경이 뭘까요?

[기자]

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 근무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도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설명 들어보시죠.

[스즈키 칸이치/신슈우대학 사회기반연구소 특임교수 : "조직을 중요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 플레이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조직에 순응하는지, 위의 명령을 얼마나 잘 듣는지 그런 조직문화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직장인의 연차 사용률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심지어 10명 가운데 6명은 내 휴가 내가 쓰는데 죄의식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워케이션을 통해서라면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해집니다.

표면상으로 업무를 내세울 수 있고, 비용도 대부분 회사가 댑니다.

직원은 휴가가 아닌 근무일을 활용해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일상이 아닌 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업무 능률도 오르겠죠.

그래서 회사 대표나 고위직이 앞장서서 워케이션 이용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오타카/회사 대표 : "도시보다 이곳이 여러 가지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좋은 창의적인 발상,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쇼이치로/회사 대표 : "제 자신이 회사 회의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이곳에 와서 하고, 그러다 보니 '저도 가도 괜찮을까요?' 그런 말하는 직원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움직임도 분주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7월 워케이션 도입과 위성 사무실 설치를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에 위성 사무실을 만드는 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법인세까지 감면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업무 환경 변화 때문만은 아닌데요.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일본 지방도시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저마다 걱정이 큽니다.

피서지로 유명한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가루이자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바로 바로 워케이션.

마을 곳곳 24군데에 원격근무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이 자주, 오래 체류하면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나카야마/가루이자와마치(町) 과장 : "(단순히) 이주 정책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관계 인구' 또는 '교류 인구'를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기엔 워케이션이 커다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일본의 워케이션,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말씀드렸듯 정부는 물론 기업과 지자체, 관련 업계들이 특히 경제적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비수기에도 장기 체류객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 또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도쿠나가/호텔 총지배인 : "팀 빌딩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발상으로 상품 개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미팅, 인센티브, 컨벤션, 전시 등이 이곳에서 열릴 수 있도록..."]

2020년 7천억 원대였던 시장은 2025년엔 5배 이상인 3조 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직된 근로 문화 타파와 침체된 지역 경기 살리기, 여기에 과도한 도심 집중 해소까지.

일본은 지금 워케이션을 통해 이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실험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일과 휴식의 동거…日 ‘워케이션’ 실험 통할까
    • 입력 2021-08-19 18:05:13
    • 수정2021-08-19 18:16:03
    통합뉴스룸ET
[앵커]

1년 반 넘게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 아래 놓이면서 정말 주변의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죠.

원격 근무도 이런 변화 가운데 하나일 텐데, 도쿄를 연결해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박원기 특파원, 일본에선 워케이션이란 게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워케이션이란 단어는 영어로 일이라는 뜻의 '워크'와 휴가라는 뜻의 '베케이션'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휴가를 즐기는 근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케이션을 하고 있는 회사원을 만나봤습니다.

이곳은 태평양과 맞닿은 일본 지바현의 해안가입니다.

원래 근무지 말고 이런 관광지 등에 따로 설치한 제2, 제3의 사무실을 '위성 사무실'이라고 하는데요.

취재진이 만난 시라토리 씨는 숙박도 가능한 이 위성 사무실에 평일에도 가끔 출근합니다.

일도 하고, 휴식도 즐기고, 아예 아예 며칠간 머물기도 합니다.

[시라토리/직원 :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를 써서 일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됐습니다."]

[앵커]

언뜻 생각하면 휴가를 가고 싶으면 그냥 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워케이션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는 배경이 뭘까요?

[기자]

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 근무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도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설명 들어보시죠.

[스즈키 칸이치/신슈우대학 사회기반연구소 특임교수 : "조직을 중요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 플레이는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조직에 순응하는지, 위의 명령을 얼마나 잘 듣는지 그런 조직문화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직장인의 연차 사용률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고, 심지어 10명 가운데 6명은 내 휴가 내가 쓰는데 죄의식을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워케이션을 통해서라면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해집니다.

표면상으로 업무를 내세울 수 있고, 비용도 대부분 회사가 댑니다.

직원은 휴가가 아닌 근무일을 활용해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일상이 아닌 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업무 능률도 오르겠죠.

그래서 회사 대표나 고위직이 앞장서서 워케이션 이용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오타카/회사 대표 : "도시보다 이곳이 여러 가지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좋은 창의적인 발상,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쇼이치로/회사 대표 : "제 자신이 회사 회의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이곳에 와서 하고, 그러다 보니 '저도 가도 괜찮을까요?' 그런 말하는 직원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움직임도 분주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7월 워케이션 도입과 위성 사무실 설치를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에 위성 사무실을 만드는 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법인세까지 감면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업무 환경 변화 때문만은 아닌데요.

해묵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일본 지방도시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저마다 걱정이 큽니다.

피서지로 유명한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가루이자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바로 바로 워케이션.

마을 곳곳 24군데에 원격근무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이 자주, 오래 체류하면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나카야마/가루이자와마치(町) 과장 : "(단순히) 이주 정책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관계 인구' 또는 '교류 인구'를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기엔 워케이션이 커다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일본의 워케이션,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말씀드렸듯 정부는 물론 기업과 지자체, 관련 업계들이 특히 경제적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비수기에도 장기 체류객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 또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도쿠나가/호텔 총지배인 : "팀 빌딩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발상으로 상품 개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미팅, 인센티브, 컨벤션, 전시 등이 이곳에서 열릴 수 있도록..."]

2020년 7천억 원대였던 시장은 2025년엔 5배 이상인 3조 7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직된 근로 문화 타파와 침체된 지역 경기 살리기, 여기에 과도한 도심 집중 해소까지.

일본은 지금 워케이션을 통해 이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실험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