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탈출했는데…아프간 떠난 난민 2백만 명 어디로
입력 2021.08.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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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하는 시위 참가자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중동을 떠나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난민 수용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원이 유입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주의가 득세하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난민 위기'라고 불렸던 이 사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터키와 난민 협정을 체결하긴 했지만, EU는 여전히 공동 난민 보호 정책과 난민의 공정한 분산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프간 난민들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다시 한번 EU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터키에 도착해 휴식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
■ 피난길 오른 아프간 난민 2백만 명… 유럽으로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이미 아프간을 탈출해 피난길에 오른 난민은 20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난민의 탈출 경로는 아프간 서쪽 국경을 넘어 이란을 거쳐 터키 동부로 가거나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남동부로 건너가 터키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다시 유럽을 향해 에게해를 거쳐 그리스로 갑니다.
EU는 우선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까지 위험한 피난길에 오르지 않을 수 있도록 이웃 국가인 이란과 파키스탄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 인접국 파키스탄, 난민 우려 국경 철책 작업 속도
이런 가운데 난민들이 대거 넘어올 것을 우려한 아프간 인접국 파키스탄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BBC 뉴스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최근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아프간과 연결되는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신원 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아프간과 2,670㎞ 길이의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국경에 철책을 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미 국경 90% 이상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으며 나머지 지역에 대한 작업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이중으로 구성된 이 펜스는 4m 높이로 윤형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등이 설치됐는데 민간인이 지나가기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 "난민 조치 필요"…오스트리아·그리스는 빗장
2015년 1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던 독일 정부는 난민 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와 아프간의 이웃 국가들에 대한 재정과 물류 지원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선제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2015년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주요 경로 중 하나였던 오스트리아는 아프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아프간 인근 지역에 난민 센터를 지어야 한다며 "아프간인들이 오스트리아에 올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스 역시 또다시 난민의 관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위해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 몰린 인파
■ 유럽연합 "피난처 제공해야"…영국, "아프간 난민 2만명 수용 할 것"
EU 내부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제동맹군을 비롯해 자국을 도운 아프간 협력 직원뿐 아니라 여성이나 인권 운동가, 언론인 등 탈레반이 적으로 간주해 위험에 처한 이들을 추가로 수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은 현지에서 자국 정부나 군을 도운 협력 직원뿐 아니라 인권이나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 탈레반에 의해 적으로 선언된 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협의를 거쳐 EU가 이와 관련해 공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영국은 이미 행동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수년간 아프간 출신 난민 2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현지 협력 직원 5천∼1만 명에 더해 첫 해에는 탈레반에게 가장 심하게 위협받는 여성과 소녀, 종교적 소수자 5천 명을 수용하고, 이후 매해 5천 명씩 받아들인다는 계획입니다.
■ 유럽연합, 난민 수용 국가에 재정 지원 약속할 수도
유럽연합(EU)이 아프간의 이웃 국가에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재정 지원을 하는 난민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EU는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2016년 3월 터키와 난민송환협정(난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터키가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을 자국 내 수용하는 대신 EU는 터키에 60억 유로(한화 약 8조 원)를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터키는 시리아 난민 360만 명을 포함해 약 4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됐습니다. EU는 지난 6월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터키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30억 유로(한화 약 4조 원)를 추가로 지원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터키에 아프간 난민 수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는 아프간 난민 급증을 우려하며 국경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지 일간 예니 사팍은 이란 국경 지대에 241㎞에 달하는 방벽 설치가 계획됐으며, 이미 155㎞ 구간은 설치가 완료됐고 200여 개의 감시탑도 세워졌다고 전했습니다.
수도 카불을 순찰 중인 탈레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할 곳이 어디인지 안갯속인 가운데 국제사회는 함께 해결책을 찾아볼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해법을 모색할 G20 특별회의 소집을 추진합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19일 "동맹국 간 공동의 전략 수립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G20 특별회의가 아프간 사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진하고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소집된다면 정상급 회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리아 난민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유럽은 아프간 난민이 제 2의 시리아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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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 걸고 탈출했는데…아프간 떠난 난민 2백만 명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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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8-22 07:00:05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중동을 떠나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난민 수용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원이 유입되자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주의가 득세하는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난민 위기'라고 불렸던 이 사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터키와 난민 협정을 체결하긴 했지만, EU는 여전히 공동 난민 보호 정책과 난민의 공정한 분산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아프간 난민들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다시 한번 EU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피난길 오른 아프간 난민 2백만 명… 유럽으로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이미 아프간을 탈출해 피난길에 오른 난민은 20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난민의 탈출 경로는 아프간 서쪽 국경을 넘어 이란을 거쳐 터키 동부로 가거나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남동부로 건너가 터키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다시 유럽을 향해 에게해를 거쳐 그리스로 갑니다.
EU는 우선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까지 위험한 피난길에 오르지 않을 수 있도록 이웃 국가인 이란과 파키스탄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 인접국 파키스탄, 난민 우려 국경 철책 작업 속도
이런 가운데 난민들이 대거 넘어올 것을 우려한 아프간 인접국 파키스탄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BBC 뉴스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최근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아프간과 연결되는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신원 확인 절차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아프간과 2,670㎞ 길이의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국경에 철책을 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미 국경 90% 이상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으며 나머지 지역에 대한 작업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이중으로 구성된 이 펜스는 4m 높이로 윤형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등이 설치됐는데 민간인이 지나가기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 "난민 조치 필요"…오스트리아·그리스는 빗장
2015년 1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했던 독일 정부는 난민 위기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와 아프간의 이웃 국가들에 대한 재정과 물류 지원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선제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궜습니다. 2015년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주요 경로 중 하나였던 오스트리아는 아프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아프간 인근 지역에 난민 센터를 지어야 한다며 "아프간인들이 오스트리아에 올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스 역시 또다시 난민의 관문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 유럽연합 "피난처 제공해야"…영국, "아프간 난민 2만명 수용 할 것"
EU 내부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제동맹군을 비롯해 자국을 도운 아프간 협력 직원뿐 아니라 여성이나 인권 운동가, 언론인 등 탈레반이 적으로 간주해 위험에 처한 이들을 추가로 수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은 현지에서 자국 정부나 군을 도운 협력 직원뿐 아니라 인권이나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 탈레반에 의해 적으로 선언된 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협의를 거쳐 EU가 이와 관련해 공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영국은 이미 행동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수년간 아프간 출신 난민 2만 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현지 협력 직원 5천∼1만 명에 더해 첫 해에는 탈레반에게 가장 심하게 위협받는 여성과 소녀, 종교적 소수자 5천 명을 수용하고, 이후 매해 5천 명씩 받아들인다는 계획입니다.
■ 유럽연합, 난민 수용 국가에 재정 지원 약속할 수도
유럽연합(EU)이 아프간의 이웃 국가에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재정 지원을 하는 난민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습니다.
EU는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2016년 3월 터키와 난민송환협정(난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터키가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을 자국 내 수용하는 대신 EU는 터키에 60억 유로(한화 약 8조 원)를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터키는 시리아 난민 360만 명을 포함해 약 4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됐습니다. EU는 지난 6월 정상회의에서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터키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30억 유로(한화 약 4조 원)를 추가로 지원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터키에 아프간 난민 수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는 아프간 난민 급증을 우려하며 국경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지 일간 예니 사팍은 이란 국경 지대에 241㎞에 달하는 방벽 설치가 계획됐으며, 이미 155㎞ 구간은 설치가 완료됐고 200여 개의 감시탑도 세워졌다고 전했습니다.
아프간 난민을 수용할 곳이 어디인지 안갯속인 가운데 국제사회는 함께 해결책을 찾아볼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해법을 모색할 G20 특별회의 소집을 추진합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19일 "동맹국 간 공동의 전략 수립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G20 특별회의가 아프간 사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진하고 회원국들의 공동 대응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소집된다면 정상급 회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리아 난민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유럽은 아프간 난민이 제 2의 시리아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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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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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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