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궁에 빠진 한국계 美 여성 일가족 사망 사건
입력 2021.08.22 (08:13)
수정 2021.08.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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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여성과 남편 그리고 1살 된 딸과 그들의 반려견 (사진:CNN 화면 캡처)
■ 대자연이 좋아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버린 행복한 부부
아내는 30대 초반 한국계 여성입니다.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문직에 종사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올해 40대 중반인 남편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부부는 등산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한적한 마리포사 카운티로 이사 왔습니다.
마리포사 카운티는 LA에서 북쪽으로 5시간쯤 떨어진 곳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시에라 국유림 등 천혜의 자연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부부는 이곳에 등산을 왔다가 대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대도시 생활을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보금자리도 마리포사 카운티 중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한 등산로 가까운 곳에 마련했습니다. 또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으로 주변에 집들도 몇채 구입해 임대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한 살난 딸과 사랑스런 반려견 '오스키'도 있었습니다.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대자연을 만끽하며 행복을 쌓았습니다.
마리포사 카운티 시에라 국유림 (사진:CNN 화면 캡처)
■ 행복한 가족에 찾아든 비극
지난 월요일 밤 11시쯤 현지 보안관실에 이 가족의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부부의 아기를 돌보는 도우미가 월요일 부부의 집에 와보니 아무도 없었고 저녁때까지 기다려 봐도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한 겁니다.
신고를 받은 보안관은 즉시 실종 부부의 집 근처에 있는 등산로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쯤 등산로 한쪽에 주차된 부부의 차를 발견했습니다. 보안관은 즉시 지원을 요청했고 수색 구조대가 출동했습니다.
구조대는 9시간쯤 뒤 부부의 차에서 2.5km 떨어진 곳에서 가족을 찾아냈습니다. 안타깝게도 부부와 딸 모두 숨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반려견도 목숨이 끊겨 있었습니다
접근이 차단된 사건 현장 부근 등산로 (사진:CNN 화면 캡처)
.■외상도 없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단서도 이유도 없다.
남편은 앉은 자세였고, 아기는 남편 옆에서 누운 채 발견됐습니다. 아내는 조금 더 위쪽 언덕에 있었습니다. 보안관실은 가족들이 차로 돌아오던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보안관실은 현지 언론에 이들의 죽음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족들에게서 총기나 둔기 또는 사고로 추정될 만한 외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뱀에 물린 상처도 벌에 쏘인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보안관실은 남편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사건 현장은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곳이라 구조 요청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조사해봤지만, 유서나 독극물 등 어떤 단서도 없었습니다. 부부는 너무 사이가 좋았고 경제적 문제도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원한을 살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보안관실은 이 휴대전화에 어떤 단서가 있을지 통화 및 위치 이동 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건 조사를 담당한 마리포사 카운티 보안관실 (사진:CNN 화면 캡처)
■ 미궁에 빠진 사망 원인
보안관실은 현지 언론에 산책로 근처 강에서 보고된 독성 녹조류나 인근 폐광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밝히고 일단 사건 현장을 유해 물질 발생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안관실은 또 가족들의 부검을 의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산림청은 사건 현장 부근 강에서 유독성 녹조가 발견됐다며 수영이나 물놀이 애완동물에게 물을 마시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또 사건 현장에서 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폐광에서 일산화 탄소가 유출돼 접근이 차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사망자들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유독가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며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발표된 부검결과는 사건을 더욱 미궁에 빠뜨렸습니다.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만한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겁니다. 유독성 가스일 가능성도 배제됐습니다.
숨진 가족 주변에서 추가로 발견된 동물 사체가 한 구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등산을 갔을 당시 날씨가 섭씨 42도가량으로 무더웠지만, 그들에게 물이 남아있어 탈수나 열사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있던 반려견의 죽음은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 현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사진:CNN 화면 캡처)
■범인은 기후 변화에 의한 가뭄?
현재 가장 의심되는 건 근처 강에서 확인된 녹조류의 독성 물질일 가능성입니다. 수사당국과 전문가들은 등산로 부근 강 주변에서 박테리아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박테리아와 관련된 사망 보고는 거의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은 금요일 담수에서 발견되는 녹조류 박테리아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종류는 '시아노 박테리아(Cyanobacteria:남조류 )로 만약 개가 박테리아로 오염된 물을 마시면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냐는 겁니다.
신문은 생물학자의 분석을 인용해 박테리아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충분한 농도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서부 지역은 기후 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가뭄으로 모든 강과 호수의 수량이 엄청나게 줄어 시아노박테리아가 대대적으로 발생해 녹조가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녹조에서 나온 독소가 공기를 통해 인체나 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앞서 전했듯 사건 현장이 밀폐된 공간이 아닌데다 사건 현장 주변에 폐사한 다른 동물들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독소를 흡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분위기입니다.
■ 증명 과정은 난제투성이
채집된 박테리아 샘플의 독성 조사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박테리아의 독성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숨진 부부와 한 살 난 아기 그리고 애완견까지 어떤 과정에 의해 사망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통에 물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부부가 오염된 물을 마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현재로선 오염된 물에 들어갔거나 만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젖먹이 아기가 있는 상황에서 한눈에 봐도 탁하고 더러운 물에 들어갔을지 의문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얼마 동안 오염된 물과 접촉했을지도 풀어야 합니다.
이 대목까지 증명하더라도 박테리아가 사람과 개한테 어떤 식으로 작용했으며 어떻게 하루 만에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법의학적인 증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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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8-22 08:13:13
- 수정2021-08-22 10:09:15
■ 대자연이 좋아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버린 행복한 부부
아내는 30대 초반 한국계 여성입니다.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문직에 종사했습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올해 40대 중반인 남편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였습니다. 부부는 등산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한적한 마리포사 카운티로 이사 왔습니다.
마리포사 카운티는 LA에서 북쪽으로 5시간쯤 떨어진 곳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시에라 국유림 등 천혜의 자연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부부는 이곳에 등산을 왔다가 대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대도시 생활을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보금자리도 마리포사 카운티 중심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한 등산로 가까운 곳에 마련했습니다. 또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으로 주변에 집들도 몇채 구입해 임대사업도 시작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한 살난 딸과 사랑스런 반려견 '오스키'도 있었습니다.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대자연을 만끽하며 행복을 쌓았습니다.
■ 행복한 가족에 찾아든 비극
지난 월요일 밤 11시쯤 현지 보안관실에 이 가족의 실종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부부의 아기를 돌보는 도우미가 월요일 부부의 집에 와보니 아무도 없었고 저녁때까지 기다려 봐도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한 겁니다.
신고를 받은 보안관은 즉시 실종 부부의 집 근처에 있는 등산로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쯤 등산로 한쪽에 주차된 부부의 차를 발견했습니다. 보안관은 즉시 지원을 요청했고 수색 구조대가 출동했습니다.
구조대는 9시간쯤 뒤 부부의 차에서 2.5km 떨어진 곳에서 가족을 찾아냈습니다. 안타깝게도 부부와 딸 모두 숨진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반려견도 목숨이 끊겨 있었습니다
.■외상도 없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단서도 이유도 없다.
남편은 앉은 자세였고, 아기는 남편 옆에서 누운 채 발견됐습니다. 아내는 조금 더 위쪽 언덕에 있었습니다. 보안관실은 가족들이 차로 돌아오던 중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보안관실은 현지 언론에 이들의 죽음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족들에게서 총기나 둔기 또는 사고로 추정될 만한 외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뱀에 물린 상처도 벌에 쏘인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보안관실은 남편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사건 현장은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곳이라 구조 요청 기록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조사해봤지만, 유서나 독극물 등 어떤 단서도 없었습니다. 부부는 너무 사이가 좋았고 경제적 문제도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원한을 살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보안관실은 이 휴대전화에 어떤 단서가 있을지 통화 및 위치 이동 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미궁에 빠진 사망 원인
보안관실은 현지 언론에 산책로 근처 강에서 보고된 독성 녹조류나 인근 폐광에서 나오는 유해 가스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밝히고 일단 사건 현장을 유해 물질 발생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안관실은 또 가족들의 부검을 의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산림청은 사건 현장 부근 강에서 유독성 녹조가 발견됐다며 수영이나 물놀이 애완동물에게 물을 마시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또 사건 현장에서 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폐광에서 일산화 탄소가 유출돼 접근이 차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사망자들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유독가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며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발표된 부검결과는 사건을 더욱 미궁에 빠뜨렸습니다.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만한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은 겁니다. 유독성 가스일 가능성도 배제됐습니다.
숨진 가족 주변에서 추가로 발견된 동물 사체가 한 구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이 등산을 갔을 당시 날씨가 섭씨 42도가량으로 무더웠지만, 그들에게 물이 남아있어 탈수나 열사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있던 반려견의 죽음은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범인은 기후 변화에 의한 가뭄?
현재 가장 의심되는 건 근처 강에서 확인된 녹조류의 독성 물질일 가능성입니다. 수사당국과 전문가들은 등산로 부근 강 주변에서 박테리아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박테리아와 관련된 사망 보고는 거의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신문은 금요일 담수에서 발견되는 녹조류 박테리아에 대해서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종류는 '시아노 박테리아(Cyanobacteria:남조류 )로 만약 개가 박테리아로 오염된 물을 마시면 충분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냐는 겁니다.
신문은 생물학자의 분석을 인용해 박테리아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지만 충분한 농도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서부 지역은 기후 변화에 따른 기록적인 가뭄으로 모든 강과 호수의 수량이 엄청나게 줄어 시아노박테리아가 대대적으로 발생해 녹조가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녹조에서 나온 독소가 공기를 통해 인체나 동물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앞서 전했듯 사건 현장이 밀폐된 공간이 아닌데다 사건 현장 주변에 폐사한 다른 동물들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독소를 흡입했을 가능성은 배제되는 분위기입니다.
■ 증명 과정은 난제투성이
채집된 박테리아 샘플의 독성 조사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박테리아의 독성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숨진 부부와 한 살 난 아기 그리고 애완견까지 어떤 과정에 의해 사망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통에 물이 남아있던 상황에서 부부가 오염된 물을 마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현재로선 오염된 물에 들어갔거나 만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지만, 젖먹이 아기가 있는 상황에서 한눈에 봐도 탁하고 더러운 물에 들어갔을지 의문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떻게 얼마 동안 오염된 물과 접촉했을지도 풀어야 합니다.
이 대목까지 증명하더라도 박테리아가 사람과 개한테 어떤 식으로 작용했으며 어떻게 하루 만에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법의학적인 증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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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현 기자 lee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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