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강제수용 땅, 외지인에 팔아넘긴 국방부

입력 2021.08.25 (21:44) 수정 2021.08.25 (22: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올해로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76년이 됐습니다.

일본군에 강제수용됐다 국방부에 넘어간 알뜨르 비행장 일대를 돌려받는 것은 제주도 숙원사업 중 하나인데요.

평화대공원 조성을 위해 10년 넘게 무상 양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방부가 이 일대 일부를 외지인에게 팔아넘긴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안서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주둔했던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에 시커먼 화염이 솟아오릅니다.

일본군의 무기를 미 연합군이 폭파하는 장면입니다.

1930년대 초부터 이 마을을 장악했던 일제에 의한 공포는 그렇게 10년을 훌쩍 넘겨서야 사라졌습니다.

일본군이 전투 출격 기지로 활용했던 알뜨르비행장으로부터 4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일본군은 비행장뿐 아니라 이곳 역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을 쫓아내고 강제로 수용했는데요.

일본군이 떠난 뒤 소유권은 국방부에 넘어갔는데, 현재는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가 일본 해군성으로부터 땅을 넘겨받았다는 기록이 담긴 구 토지대장입니다.

그런데 2만㎡에 이르는 16필지를 하나로 합병한 뒤 1984년 한 개인에게 매각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이 모 씨로, 이 씨는 땅을 산 지 두 달 만에 되팔았습니다.

같은 시기 국방부가 이렇게 이 씨에게 매각한 땅은 취재진이 파악한 곳만 약 10만㎡에 이르는데, 현재는 또 다른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매각 당시, 농지를 강제 수용당했던 원 토지주의 후손들은 되가져올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합니다.

[강경찬/강제수용 피해자 조카 : "(강제수용 당한) 토지 소유주에게 이것을 환원하고, 그 돈을 내라고 해서 할 적에, 이것을 못 냈을 때는 입찰을 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고 입찰을 했어요."]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풀을 베다 초가 지붕 위에 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85살의 노인.

일본군이 강제 수용해간 땅이 외지인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우명부/강제수용 피해자 아들 : "돌려줬으면 좋았을 건데 마음대로 안 되죠. (불하) 팔아넘겨 버리니까. 우리한테 알리지 않고 자기네만 팔아넘겨서 치워버리니까 모르죠. 서운하죠."]

현재 이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에게 임대료를 주고 있습니다.

[우명창/대정읍 상모1리 노인회장 : "지금 한 70~80대 분들이 거기서 농사짓고 있어요. 거기서. 임대료 주고 그분들(외지인)한테."]

알뜨르비행장 건설 당시 강제 동원된 도민만 5천여 명, 삶의 터전인 농지까지 몰수당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강태권/전 제주4·3 연구소 연구원 : "원소유주들이 어떤 분들이었는지에 대한 파악들을 하면서 그것들이 지금에 와서라도 어느 정도 규명이 되고, 당시 국방부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이전된 건 맞지만 당시 관련 자료가 없어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 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박미나·조하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日 강제수용 땅, 외지인에 팔아넘긴 국방부
    • 입력 2021-08-25 21:44:33
    • 수정2021-08-25 22:01:00
    뉴스9(제주)
[앵커]

올해로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76년이 됐습니다.

일본군에 강제수용됐다 국방부에 넘어간 알뜨르 비행장 일대를 돌려받는 것은 제주도 숙원사업 중 하나인데요.

평화대공원 조성을 위해 10년 넘게 무상 양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방부가 이 일대 일부를 외지인에게 팔아넘긴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안서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주둔했던 옛 알뜨르비행장 일대에 시커먼 화염이 솟아오릅니다.

일본군의 무기를 미 연합군이 폭파하는 장면입니다.

1930년대 초부터 이 마을을 장악했던 일제에 의한 공포는 그렇게 10년을 훌쩍 넘겨서야 사라졌습니다.

일본군이 전투 출격 기지로 활용했던 알뜨르비행장으로부터 4km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일본군은 비행장뿐 아니라 이곳 역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을 쫓아내고 강제로 수용했는데요.

일본군이 떠난 뒤 소유권은 국방부에 넘어갔는데, 현재는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가 일본 해군성으로부터 땅을 넘겨받았다는 기록이 담긴 구 토지대장입니다.

그런데 2만㎡에 이르는 16필지를 하나로 합병한 뒤 1984년 한 개인에게 매각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이 모 씨로, 이 씨는 땅을 산 지 두 달 만에 되팔았습니다.

같은 시기 국방부가 이렇게 이 씨에게 매각한 땅은 취재진이 파악한 곳만 약 10만㎡에 이르는데, 현재는 또 다른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매각 당시, 농지를 강제 수용당했던 원 토지주의 후손들은 되가져올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합니다.

[강경찬/강제수용 피해자 조카 : "(강제수용 당한) 토지 소유주에게 이것을 환원하고, 그 돈을 내라고 해서 할 적에, 이것을 못 냈을 때는 입찰을 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고 입찰을 했어요."]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풀을 베다 초가 지붕 위에 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85살의 노인.

일본군이 강제 수용해간 땅이 외지인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우명부/강제수용 피해자 아들 : "돌려줬으면 좋았을 건데 마음대로 안 되죠. (불하) 팔아넘겨 버리니까. 우리한테 알리지 않고 자기네만 팔아넘겨서 치워버리니까 모르죠. 서운하죠."]

현재 이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에게 임대료를 주고 있습니다.

[우명창/대정읍 상모1리 노인회장 : "지금 한 70~80대 분들이 거기서 농사짓고 있어요. 거기서. 임대료 주고 그분들(외지인)한테."]

알뜨르비행장 건설 당시 강제 동원된 도민만 5천여 명, 삶의 터전인 농지까지 몰수당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강태권/전 제주4·3 연구소 연구원 : "원소유주들이 어떤 분들이었는지에 대한 파악들을 하면서 그것들이 지금에 와서라도 어느 정도 규명이 되고, 당시 국방부의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당 토지의 소유권이 이전된 건 맞지만 당시 관련 자료가 없어 경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 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박미나·조하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